너비 1180px 이상
너비 768px - 1179px
너비 767px 이하

고객참여

환자와 의사, 왜 대화 없나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
  • 등록일 :2009-04-05

[전문기자칼럼] 환자와 의사, 왜 대화 없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요즘 몇몇 대학병원들이 환자 진료 시간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당초 정해진 예약 시간에 맞춰 정시(定時) 진료를 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진료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한명의 의사가 하루에 보는 환자 수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악명 높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는 아니더라도 진료 시간이 너무 짧은 것에 대해 환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내놓은 조치들이다.

진료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요즘에는 그 안에서의 진찰 분위기도 삭막해졌다. 환자의 진료기록과 의료영상이 전산화되면서 의사가 환자 얼굴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의사는 모니터를 보고 있고, 환자는 의사의 옆 얼굴만 보고 있는 것이 요즘 진료실 풍경이다.

물론 전산화로 진료의 효율성이 높아져 같은 시간 안에 환자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환자와 의사 간에 눈과 눈이 마주치면서 인간적인 교감을 하는 '아이 터치'(Eye Touch)가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IT' 발달로 의사들에 의한 따뜻한 '시선(視線) 치료' 부족 현상이 왔다.

이 문제는 선진국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이나 싱가포르 병원에서는 가능한 한 환자와 의사 사이를 가로막는 모니터 크기를 줄이고 있다. 아예 의사의 책상 유리 밑으로 모니터를 집어넣기도 한다. 가급적 환자와 의사 간 눈이 마주치는 시간을 늘려 인간적인 거리를 가깝게 하려는 노력이다. 우리나라 병원들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환자와 의사는 속성상 대화가 겉돌기 쉬운 그룹이다. 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9명은 환자에게 질병에 대해 잘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환자의 절반은 의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의사가 쓰는 용어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가 다르고, 서로 관심사가 다른 탓일 게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을 궁금해하지만 의사들은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환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민감하고, 의사는 몸 안의 것에 더 예민하다. 환자는 감성에 치우치고, 의사는 이성에 의존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환자는 금성에서 왔고, 의사는 화성에서 왔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똑같은 한국말로 대화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니 절대적인 진료 시간이라도 충분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 병원의 진료비 지급 구조에는 시간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가 한 사람을 30분 진료했건 3분 진료했건 진찰비는 똑같다. 진료한 환자 수만큼 진찰료를 받을 뿐이다. 기실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환자 수를 늘려야 수익이 남는 구조다.

미국 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시간을 5등급으로 나눈다. 증세가 심각하여 충분한 진찰과 대화가 필요한 환자는 의사가 시간을 길게 쓰고, 단순히 먹던 고혈압약을 다시 타 가는 경우는 진료 시간을 짧게 한다. 여기에 맞춰 진찰료에 차등을 두고 있다. 그 차이가 최대 5배 난다.

예전에 택시비 지급에 거리 개념만 있으니까 택시 기사들이 길이 막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은 승차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대한 목적지에 빨리 가려고 난폭 운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하게 얘기하면 우리나라 병원의 진찰료 지급 방식이 이 꼴이다.

진찰료에 시간 개념을 넣어야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서로 불만이 줄어들 것이다. 그들은 대화가 필요하다.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