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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남편에게 이 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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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4-05
매일경제

퇴직한 남편에게 이 말만은…

기사입력 2009-04-01 09:28 기사원문보기


50대 중반의 김영태, 이신자 부부(가명)는 매일 아침 7시면 동네 뒷산에 오른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불우한 이웃을 돕는 성당 봉사활동에도 나간다. 이 두 사람은 한 때 서로 갈라설 생각까지 했다. 1년 전 김 씨가 권고 사직한 이후로 부부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졌기 때문. 지금은 모두 옛 이야기가 됐다. 김 씨 부부는 두 사람이 겪었던 과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부들을 볼 때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김 씨처럼 한창 일할 나이에 권고사직을 당하는 이웃들을 흔하게 보게 된다. 이와 함께 IMF 이후로 잠잠했던 ‘퇴직남편 증후군’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선용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화병클리닉 교수는 “퇴직남편은 남편대로 또 이 모습을 바라보고 충돌이 생기는 아내 입장에서도 양쪽 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지기 마련”이라며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 퇴직남편, 외톨이가 된 느낌에 치매 걸릴 수도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형적인 한국사회에서는 남편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권력관계가 생겨나게 되는데 남편이 권고사직으로 원치 않게 일자리를 잃게 되면 이런 관계 역시 무너지게 된다. 남편 입장에서는 돈을 벌어오면서 큰소리를 치곤했는데, 돈을 벌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스스로 위축되게 되는 것.

이럴 경우 다른 직장으로 재취업 하는 것도 어렵다. 권고사직 전까지 근무하던 사회적인 지위보다 못한 곳에서는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눈높이를 낮춰서 회사에 들어가도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한참 후배뻘 되는 젊은 관리자와 마찰이 잦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 곳이 없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20년이 넘도록 사회생활을 하다가 일순간 손에서 일을 놓게 된 남자는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 외톨이가 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고 또 두뇌활동 역시 떨어져 건망증이 심해지게 된다. 일부 심각한 경우나 가족력이 있을 땐 치매에 걸리기도 한다.

◆ 아내, 심한 스트레스에 개인생활 사라져

퇴직남편을 두면 아내 입장에서도 없던 고민이 생겨나게 된다. 남편으로 인해 나름의 생활패턴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에게 50대는 오히려 사회생활이 왕성한 시기다. 20, 30대에는 살림과 자녀양육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살림에 익숙해지고 자녀도 모두 성장하면 그때부터 여유가 생기는 것. 이때 자녀를 양육하면서 혹은 종교생활을 하면서 맺은 주부들끼리 서로 같은 환경에서 다양한 활동을 공유하게 된다.

매일 출퇴근을 했던 남편이 할 일이 없어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면 충돌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하루 세 끼 밥을 챙겨줘야 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아내의 활동을 크게 간섭하지 않던 남편도 이것저것 참견과 잔소리가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내입장에서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져도 퇴직남편을 뒀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주변사람들에게 털어놓지도 못하고 모임에 참석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 극복은 어떻게?

남편과 아내가 함께 노력하면 이런 문제들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갖는 게 좋다.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고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부간의 교집합을 찾기 어려울 땐, 동호회에 가입을 해 새로운 제 3의 취미생활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경우도 물론 있지만, 기본적으로 퇴직 후에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부부가 대화하며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금으로 투자를 하거나 가게를 열 땐, 다방면으로 신중하게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 자존심 건드리는 말은 피해야

정선용 교수는 “일본에서는 퇴직할 때까지 함께 살다가 퇴직 후에 이혼을 하게 되면 아내에게 남편의 퇴직금 절반을 주기도 한다”며 “퇴직하고 아내까지 떠난 일본 남자들 중에선 우울증과 치매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퇴직 후에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쓸모없어졌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때 아내가 경제능력도 없으면서 부부생활에서 능력도 사라졌다는 등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많다”며 “남편과 아내 모두 백가지를 잘 해도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까먹을 수 있으니 이 시기엔 상대에게 말을 하기 전에 몇 번 더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진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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