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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가 물려주는 두가지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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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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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장수라는 말이 있다. 당뇨병이 없었을 때는 자기관리를 소홀히 했지만 당뇨병에 걸린 후부터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오히려 더 건강하고 넉넉한 삶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에는 나중에 건강에 많은 빚을 지게 될 것이다.
최근 이러한 것을 반영하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당뇨병을 진단받고 처음 10년간 철저한 혈당조절을 한 집단과 그렇게 조절하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이후 10년 동안엔 두 집단 모두 동일하게 혈당조절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처음 10년 동안 철저하게 혈당조절을 했던 집단에서 심장혈관질환 합병증의 발병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미국과 호주에서 10년 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철저한 혈당조절이 심장혈관 합병증 발생에 특별한 예방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혈당조절의 '유산 효과'라고 부른다. 속담에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마지막 단추를 꿸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필자로서는 현재의 의료 환경에서 대부분이 빚에 쪼들린 당뇨병 환자들만을 보게 된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건강에 진 빚을 어떻게 해서든지 갚아드리려고 노력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합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열심히 치료하게 되면 어느 정도 당뇨병의 합병증과 그에 의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최근 덴마크에서 시행된 연구를 살펴보면 꽤 오래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매우 적극적인 치료는 당뇨병 환자의 심장혈관질환 발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병 초기에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성질환 위주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총체적인 관리와 함께 10~20년 이후를 내다보는 진료를 해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 보이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눈에 보이는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의 이상 수치만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 약물 처방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성질환 환자의 관리향상을 위해서는 일차진료기관과 좋은 여건을 갖춘 대학병원과의 통합관리가 절실하다. 당뇨병 환자에게 말년에 좋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환자, 의료진, 의료정책자의 합동노력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우정택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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