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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 예방 A·B·C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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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3-18
문화일보

AIDS 예방 A·B·C부터

기사입력 2009-03-17 14:21 기사원문보기


“사라와 마이클의 한 번의 성관계는…두 사람은 또 다른 세 명과, 또 다른 세 명은 각각 다른 사람들과 성관계를 갖고… 7년 뒤 그들은 1469명과, 12년 뒤 그들은 53만1441명과 관계를 맺은 셈이다.”

에이즈예방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교육홍보 자료 중 일부다. 충북 제천시의 에이즈 바이러스(HIV)감염인인 한 택시기사가 여성들과 무차별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에이즈 공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85년 국내 첫 HIV감염인 발견 이후 2008년 12월말 현재 누적 감염인 수는 6120명(사망 1084명)에 이른다. 2008년 한해 동안 HIV 신규 감염인 수는 797명으로, 2007년 744명보다 조금 더 늘어난 정도지만 내용은 심각하다.

대략 4년 만에 HIV감염인 수가 배증하는 추세가 여전한데다 성 개방 풍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가장 일반적인 경로가 되면서 에이즈 확산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 에이즈 확산단계 = 1985년 이후 2008년까지 HIV감염 경로가 밝혀진 5136명에 대한 조사 결과 99.0%가 성관계에 의해 감염됐다. 이중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인은 모두 59.9%(3075명)로 동성간 성관계에 의해 감염된 사람(2007명·39.1%)을 훨씬 상회한다. 문제는 이성간의 성관계에 의해 HIV감염인으로 확인된 남성은 2641명이나 되는데 비해 여성은 434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콘돔없이 성관계를 한번 하면서 이성에게서 HIV가 감염될 가능성은 0.1∼1%. 여성이 감염될 가능성이 조금 더 낮으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HIV에 감염되고도 양성으로 진단되지 않은 여성들이 그만큼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에이즈예방 협회의 교육홍보 자료처럼 “사라와 마이클의 한 번의 성관계가…12년 뒤에 53만명과 관계를 맺은 셈”이 될 경우 감염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제천시의 택시기사처럼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계속하는 감염인이 몇 사람만 있어도 에이즈 확산 위험은 훨씬 더 높아진다. 그가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이 유흥업소 여성들처럼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이들이면 감염인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12세 이상 인구의 3%가 HIV감염인이라는 미국 워싱턴 DC의 이야기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예방은 A,B,C로 = HIV는 성관계 외에 태아 등이 어머니를 통하거나 주사기의 공동 사용, 수혈 등을 통해서도 감염되지만 국내 감염인의 99%는 성관계로 인한 것이다. 정부 당국 등이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안전한 성관계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에이즈예방협회에서는 고정 파트너가 없는 이는 금욕(A:Abstinence), 파트너가 있는 이는 정조(B:Being Faithful), 그리고 성관계시 콘돔 사용(C:Condom Use)을 권장한다. 이 밖에 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칫솔이나 면도칼 등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정도다. 악수나 포옹, 술잔 돌리기, 공동식사, 욕조 공동 사용 등의 일상생활은 감염인과 함께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이젠 에이즈도 만성질환화되어 조기발견으로 적절하게 치료·관리하면 건강인과 같은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당국이 에이즈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더해 감염인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에이즈에 대한 차별의식은 강한 대신 예방 의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인을 직장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응답이 30%로 영국(8%)보다 훨씬 높았으나 외도를 할 때 콘돔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9.4%에 이르렀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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