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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가 꼭 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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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3-14
매일경제

우울증 환자가 꼭 듣고 싶은 말?

기사입력 2009-03-10 13:32 기사원문보기
의정부 초등학생 남매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밝혀진 남매의 어머니 이 모(34) 씨가 평소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울증의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관심이 높다.

국제보건기구(WHO)는 ‘미래 세계 가장 부담을 많이 주는 질환’으로 암보다도 우울증을 꼽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은 이번 사건과 같이 살인뿐 아니라 자살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쉽게 여겨서는 안 되는 치료가 꼭 필요한 병’이라고 조언한다.

◆ 우울증, 공격 대상은 결국 ‘자신’

이번 사건의 용의자 이 씨는 평소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등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이 심하면 현실 판단력을 상실해 예측 가능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번 이 씨의 경우는 보통의 경우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추정이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자기 자신이 아닌 남에게, 그것도 자녀에게 공격성이 나타났느냐 하는 부분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정신역동을 파악하지 않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 정신 분석 이론적으로 예상을 해보면 ‘투사’ 과정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우울증은 보통은 내재된 분노가 자신을 향하게 돼 자신을 공격하게 되기 때문에 생기고,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우선 내재된 분노는 자연스럽게 타인을 향한다. 이 때 그 타인은 실제 공격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거나 혹은 그 타인에 대한 분노가 죄책감을 유발하면 그 분노의 대상을 심리적인 자신의 내부로 저장시킨다.

그러므로 분노는 실제 대상이 아닌 자신이 심리적으로 품고 있는 대상을 향하게 된다. 정신 분석학적으로는 분노의 대상과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버린 어떤 표상이라고 말한다.

결국 자신이 심리적으로 품고 있는 그 표상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표상에 대한 분노는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란 의미다.

그런데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신을 공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심리적 방어 기제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때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부의 인물로 돌리게 되는 투사(projection)라는 과정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공격성이 외부의 실제 또는 가상의 인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원초적인 방어 기제라서 실제로 원망할만한 대상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가해자’를 찾아내게 된다. 이에 주변 인물이나 가상의 존재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자신을 망친다고 믿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 본인의 공격성을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나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판단력까지 나빠지게 되면 일반적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단, 정신과 전문의들은 “가설은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 당사자의 내면을 만나서 알아보거나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심한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서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 씨의 상태를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부언했다.



◆ 가족, 친구 등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올 수 있는 병이다.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앓는 병이 아니란 의미다. 때문에 주변 사람 중에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혹은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면 지혜롭게 해결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해주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것은 없다. 우선 환자가 외로움과 불안감을 지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함께 있으면서 자신이 뭔가 행동으로 표시해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화거리가 없어도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특별한 대화법도 필요하지 않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 환자의 말을 들어만 주어도 80%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본다. 단순하게 ‘어머나’, ‘그랬구나’ 정도의 말 한마디만 거들어 주어도 된다.

단, 할 말이 없어 억지로 말을 만들 때가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할 말이 없네요’ 정도를 건너면 된다. 대답을 잘못하면 자신이 했던 말을 도로 걷어 들여야 해 믿음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움말=남궁기·이은·김어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이근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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