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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판결 의의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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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5-24
[시론]‘존엄사’ 판결 의의와 과제
박형욱 연대의대 교수 의료법윤리학과
1998년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 가족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했다. 문제는 위 판결에 언제, 어떠한 절차를 거쳐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다. 형사처벌의 위험성 때문에 의료인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환자 가족과의 갈등은 깊어졌다. 이처럼 일반적 요건과 절차의 제시 없이 구체적 타당성만을 고려한 판결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대법 ‘연명치료 중단’ 기준 제시
한편 76년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기념비적 판결인 카렌 퀸란 사건에서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한 바 있다. “담당 의사가 카렌의 회생가능성이 없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후견인과 가족이 이에 동의하면 이들은 병원윤리위원회에 자문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윤리위원회도 이에 동의하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으며 관련 당사자들은 민사상, 형사상 책임이 없다.” 위 판결이 제시한 연명치료 중단의 일반적 요건과 절차는 명확하며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대법원은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의 일반적 요건과 절차를 제시했다. 즉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 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사전의료지시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소송이 제기된 경우가 아니라면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 여부는 병원윤리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실 진료수입 때문에 연명치료 중단을 거부한다는 일부 국민의 오해 속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중환자실은 병원 운영에서 적자가 큰 곳이며 인공호흡기 외에 특별한 처치가 요구되지 않는 환자를 장기간 입원시키는 것은 더 큰 적자를 유발한다. 차라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사회적 오해도 없애고 병원 수입에도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요건·절차 구체화는 의료계 몫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은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세브란스병원은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연명치료 중단의 일반적 요건과 절차를 받아냄으로써 절반의 승리를 얻었다. 이제 그 절반의 승리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함으로써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인들에게 커다란 승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대법원이 제시한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과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라는 개념을 다듬고 사전의료지시서를 보편화시키고 병원윤리위원회 규정을 정비하고 절차를 투명화해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이 사법부라는 한계 때문에 결정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와 입법을 도모해야 한다. 의료계는 이러한 과정에서 ‘간사’ 역할을 맡아 사회적 의사소통을 촉진시켜 나가야 한다.
<박형욱 연대의대 교수 의료법윤리학과>
대법 ‘연명치료 중단’ 기준 제시

지난 21일 대법원은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의 일반적 요건과 절차를 제시했다. 즉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 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사전의료지시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소송이 제기된 경우가 아니라면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 여부는 병원윤리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실 진료수입 때문에 연명치료 중단을 거부한다는 일부 국민의 오해 속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중환자실은 병원 운영에서 적자가 큰 곳이며 인공호흡기 외에 특별한 처치가 요구되지 않는 환자를 장기간 입원시키는 것은 더 큰 적자를 유발한다. 차라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사회적 오해도 없애고 병원 수입에도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요건·절차 구체화는 의료계 몫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은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세브란스병원은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연명치료 중단의 일반적 요건과 절차를 받아냄으로써 절반의 승리를 얻었다. 이제 그 절반의 승리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함으로써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인들에게 커다란 승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대법원이 제시한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과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라는 개념을 다듬고 사전의료지시서를 보편화시키고 병원윤리위원회 규정을 정비하고 절차를 투명화해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이 사법부라는 한계 때문에 결정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와 입법을 도모해야 한다. 의료계는 이러한 과정에서 ‘간사’ 역할을 맡아 사회적 의사소통을 촉진시켜 나가야 한다.
<박형욱 연대의대 교수 의료법윤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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