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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범죄자 수용 공주 치료감호소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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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4-11
 
연합뉴스 보도자료

국립 법무병원(치료감호소)의 아름다운 목소리

기사입력 2009-04-07 17:06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봄꽃이 얼굴을 내민 4월4일 저녁 7시 대전중문침례교회에서는 한국 국제기아대책 주관의 지구촌 굶주린 어린이 돕기 모금을 위한 자선행사로 제9회 성가합창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 환자(피치료감호자)들도 2005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번째 참가 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다.

국립법무병원의 합창단은 전문적인 합창단이 아니라, 성가합창제를 위하여 자원하는 환자와 직원으로 이루어진 임시적인 합창단이다. 피치료감호자들은 범법정신질환자로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곳 국립법무병원 의료부 및 행정부 직원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한 달간 꾸준한 연습과정을 거쳐 이 행사에 참여 하게 되었다.

성가합창제를 준비하는 3월 동안은 병원 전체에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의 성가가 울려 퍼져 이곳에 봄의 전령과 함께 평화가 깃든다. 「올해는 참 좋으신 주님」과 「주 예수 사랑 기쁨」 두곡을 준비하여 무대에 올렸으며, 여느 해 보다도 청중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전해 주었다. 피치료감호자는 이렇게 성가를 연습하는 동안 범법질환자로서 수용치료를 받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성가합창제에 참여하는 피치료감호자는(이하 환자) 비록 25명의 여자 환자들이지만, 이곳에 참여하는 직원은 자원한 합창직원 22명과 지휘자, 반주자 그리고 환자들의 안전을 위한 30여명의 계호직원들을 포함 해 약 90명의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국립법무병원에서는 커다란 외부행사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 최상섭 원장은 매년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데, 이는 성가제 참여를 통해 무엇보다도 환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남을 위한 봉사를 통해 자아실현의 기회가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매년 2/3 이상의 환자가 바뀌어 참여하므로 활동을 통한 재활치료에 큰 의미가 있으며,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좋은 경험으로 남아 삶의 활력소가 되며, 남을 위한 봉사의 깨달음으로 까지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선행사를 주관하는 대전 기아대책 위원장 박무행 목사는 "국립법무병원 환우 합창단의 참여를 통해 지구촌 굶주린 어린이 돕기 모금을 위한 자선행사가 더욱 의미있고 빛을 발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출처 : 법무부

한 병실에 74명 빼곡… "좁아 힘들다" 아우성

기사입력 2009-04-08 03:13 기사원문보기

충남 공주시 반포면 법무부 치료감호소 내부 모습. 정원 48명인 병실에 74명의 수감자를 수용하느라 입구와 복도까지 침상이 빼곡히 놓여 있다. /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정신질환 범죄자 수용 공주 치료감호소 르포

복도·휴게실까지 침상 완치는 엄두도 못내 출소 후 범죄 되풀이


유리벽 너머 초로(初老)의 사내가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히죽 웃었다. 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면회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조모(63)씨가 "날 면회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선선히 털어놨다.

"상대는 모르는 사람이었어. 가지고 있던 칼로 찔렀어. 찌르고 난 딴 데로 갔어. 경찰이 그 사람이 죽었다고 했어. 나는 그런 줄 몰랐어. 죽은 걸 내 눈으로 보지 못했거든. 도망쳤다기보다… 난 그냥 갔어."

조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두 번째 살인이다. 조씨는 40년 가까이 만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그는 2001년 8월 '간섭이 심하다'는 이유로 친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이후 '정신이상자' 판정을 받아 국내 유일의 정신질환 범죄자 수용소인 공주 법무부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됐다. 2007년 11월까지 5년 넘게 이곳에서 치료받으며 형기를 채웠다.

공주 치료감호소는 "증상도 나아졌고, 나이가 들어 폭력성도 누그러졌다"며 조씨를 세상에 내보냈다. 출소 후 조씨는 1년 남짓 모 선교회에서 재활 치료를 받다가 "약 먹기 싫다"며 뛰쳐나왔다.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조씨는 보호관찰관의 눈길에서 벗어나 노숙생활을 하다 지난 1월 서울 남대문시장 노점에서 흉기를 샀다. "누군가 나를 해칠 것 같다"는 막연한 이유였다. 2월 27일, 그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노숙자 박모(35)씨와 자리 다툼을 벌이다 이 흉기를 휘둘렀다. 사흘 만에 붙잡혔을 때 조씨는 피 묻은 흉기를 비닐봉지에 싸서 가슴에 지니고 있었다.

조씨가 수감됐던 공주 치료감호소는 1987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 747명이 수감돼 있다. 이 중 645명이 정신질환 범죄자이고, 나머지는 마약·알코올 중독 범죄자들이다.

정신과 의사 8명, 외과·내과·신경외과·치과 의사 6명이 이들을 돌본다. 허찬희(許瓚熙·56) 의료부장은 "경험 많은 의사들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근무여건이 열악해 정원(15명)도 못 채우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 취직하면 외딴 건물에서 다른 월급쟁이 의사들보다 훨씬 적은 봉급을 받으며 범죄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허 부장은 "상담이나 특수치료활동보다 약물요법 위주로 치료가 이뤄져 근본적으로 병을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이곳 병동은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신관 501병동(218㎡·66평)의 경우 정원은 48명이지만 실제 수감자는 74명이었다. 이웃 병동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곳이건 복도와 휴게공간까지 수감자들이 촘촘히 누워 있었다.

22년간 근속한 이미순(여·45) 수간호사는 "그래도 봄·가을·겨울이 낫다"고 했다. 이곳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다. 이 간호사는 "여름이면 수감자들이 밥과 약을 받으려고 줄을 서다 싸우기 일쑤"라며 "그 정신 없는 환자들도 '병실이 좁아 힘들다'고 아우성친다"고 했다.

꼭 병동이 모자라서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치료감호소에는 크기와 용도가 다른 병동이 총 15개 있고 이 중 2개가 비어있다.

치료감호소측은 "사람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곳에는 간호사 85명, 간호조무사 116명이 근무한다. 간호사 3교대, 간호조무사 2교대 수준을 유지하려면 수감자들을 빽빽하게 몰아서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빈 병동 2개를 다시 열고 수감자들을 분산 수용하려면 간호사 14명, 간호조무사 16명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 치료감호소 최상섭(60) 소장은 "매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인력 증원을 요청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며 "문제가 많다는 걸 알아도 여력이 없다"고 했다.

치료감호소의 올해 예산(215억5400만원) 가운데 수감자의 약값과 치료비, 피복비에 쓰이는 돈은 14.5%(31억18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인건비·시설운영비로 쓰인다.

이처럼 치료의 질이 떨어지면서 사회의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다.

형기가 다 된 수감자는 치료감호소와 법무부의 심의를 거쳐 출소 여부가 확정된다. 정신질환이 완전히 낫지 않아도, 증상이 누그러졌다고 판단되면 출소 후 3년간 일정한 거처에 머물면서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출소시킨다. 이른바 '가종료자'들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출소자 279명 가운데 정신질환이 다 나았다는 판정을 받은 '종료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가종료자가 274명, 형 집행정지 등 기타가 5명이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병동에서 근본적인 치료 대신 약물요법만 받다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초면의 노숙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조씨도 가종료자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관 1인당 전담사건은 158건"이라며 "특히 정신병력이 있는 범죄자는 돌발 행동을 많이 해서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치료감호소 황길현(여·54) 간호과장은 "수감자가 출소하기 전에는 가족들이 하나같이 '찰떡같이 붙어서 돌보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기는 너무 어렵다"고 했다.

[공주=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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