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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두근대는 마음들 잘 달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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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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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두근대는 마음들 잘 달래고 계신가요?
국립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민아
다음주면 3월이 시작됩니다. 3월 하면 우리 머리 속에는 입학식, 새학기, 새출발, 신입생 등 가슴 설레는 단어들이 반사처럼 떠오르지요. 이런 설렘의 얼마쯤은 사실 불안한 감정이 섞여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닌 것이 한때 제가 그런 학생이었고, 올해는 처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의사, 그것도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아는 게 병이라고 ‘적응장애’니, ‘분리불안’이나 ‘왕따’, ‘전업맘 대 직장맘’등의 활자에 어느새 코를 박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게 되지요.
이런 현상은 아이를 걱정하지만 실상은 나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부터도 그렇지만, 무심코 ‘아이=또 다른 나’란 생각에 아이의 성공이나 실패를 나의 성공이나 실패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나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존재인 아이가 ‘내가 생각하기에’ 불안해질 상황에 놓이게 될까 어른이 지래 걱정하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불안을 달래는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작 아이가 ‘입학’과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같이 이야기 해보기도 전에 말이죠.
‘분리 불안장애’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아이를 집에서 키우다 보육기관-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보내보시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정상등원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 30분, 혹은 한 시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재원시간을 늘리고, 초기에는 엄마(혹은 다른 양육자)가 같이 오게 해서 아이 옆에 있다가, 교실 뒤에 있게 하다가,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가, 나중엔 혼자 보내는 식으로 아이가 익숙하던 가정(엄마)에서 떨어져 정상적으로 느끼는 불안을 소화하고 견뎌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를 배우는 것은 결코 아이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견하게도 그 익숙하던 엄마의 살 내음과 용감하게 떨어져서 새로운 세계에 적응을 합니다. 그리고, 보육기관은 아직까지는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고, 여러 아이에게 해롭지 않은 한 허용적인 편이지요.
그런데, 학교는 좀 다릅니다. 일단 줄을 맞춰서 앉아야 하죠. 유치원에서 원탁에 빙 둘러앉던 교실은 앞에 교단을 바라보고 줄을 맞춰 있어야 하며,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이 좀더 분명해지고, 아이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경쟁과 우열이 점차 뚜렷해지기도 하구요. 이 시기 적지 않은 아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학교에 가기를 힘들어하며 안 가려고 하는 경우 부모들은 큰 걱정과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연령대에서 분리 불안장애가 흔한 것은 문화권에 상관없이 공통된 듯합니다. 가장 높은 발병연령이 7-8세이며, 여자아이들에게서 좀 더 흔히 보여진다고 합니다. 어느 하나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흔히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가족들을 보면 감정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응석을 너무 받아주어 버릇없이 키운다거나 과잉보호를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아동보다는 부모들이 불안하여 아이와 분리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관찰이 됩니다. 흔하게는 가까운 친척의 죽음, 부모의 질병, 아동의 신체적인 질병, 이사, 입학 또는 전학 등 주변 환경의 변화 등이 발병의 계기가 되곤 하지요.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곤 합니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 의사는 다양한 면담, 놀이치료, 가족치료 등이 시도하는데, 연령에 따라 놀이치료를 할 수 도 있고, 정신치료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치료를 통해 가족 간의 관계의 문제를 다루어 주고(예: 적절한 심리적 거리 유지하기),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 부모들이 자신감을 갖고 안정된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외에 등교, 심부름 보내기, 잠자리 분리를 목표로 하는 긍정적인 강화, 긴장이완 등의 인지행동치료가 시도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약물치료가 병행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떠한 경우에건 아이가 학교를 안 가려 한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이와 가족이 다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는 나의 연장선이 아님’을 인식하고, 가족 성원간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아이가 엄마 품을 떠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것을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가 이러한 주제에 대해 글을 읽고 알고 준비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입학, 전학, 가까운 이의 죽음, 이사, 동생의 탄생 등 생활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 미리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에 대한 심리적 변화와 적응과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지지해준다면 아이들은 이 설레는 새 출발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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