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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추종자살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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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5-24
노 前 대통령 서거로 본 자살의 병리학
전문가들 "베르테르 효과 추종자살 경계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은 자칫 `베르테르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추종자살하는 현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베르테르 효과` 우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을 통해 자살은 `사회학적인 것`이라며 이기적 자살.이타적 자살.무규범적 자살.숙명적 자살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일부 정신과전문의들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을 무규범적 자살(Anomic suicide)로 보고 있기도 하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신의 사회적.도덕적 위상의 와해로 인한 자살인 `무규범적 자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대개 완벽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 탄력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두운 사회분위기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을 더욱 위축시켜 극단적 선택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과 심리학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따른 자살모방과 추종자살을 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울증 등이 원인이 되는 개인적 자살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자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감정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도 "언론이 대통령의 자살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 자체가 자살 모방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며 "대통령 서거를 자살이 아닌 하나의 죽음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살하는 추종자살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인 한 명의 자살이 평균 6명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유명인의 자살은 수 천명에 이른다.

동우 김포한별병원 정신과전문의는 "고인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지지그룹이 적지 않았던 만큼 자칫 추종자살이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며 "죽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할 때일수록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항상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방 또는 추종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원활한 사회적 의사소통 장치 마련과 동시에 자살이 한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가족과 사회, 국가 전체의 문제로 보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덕성 타격이 盧 서거 원인일수도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타파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정권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찰수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자신의 노력이 무너지자 심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동안의 수사로 도덕성에 타격을 받으며 고통을 받은 것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즉 정치 인생 내내 도덕성과 원칙을 중시한 노 전 대통령이 지인들과 친인척들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으로 인해 도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지경까지 내몰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정치인,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들은 개인사가 모두 대중에게 알려지고 근거없는 루머까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겉으로는 의연해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일반인들에 생각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감이나 고통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용어/베르테르 효과: 독일 작가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남자 주인공이 작품 속에서 자살로 생을 마치는 것을 보고 독자들이 잇따라 모방자살한 것을 빗댄 현상을 말한다.

[유용하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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