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로토닌이 화제다. 세로토닌을 활용한 다양한 약이 출시되는가 하면 건강 서적이 출판되고, 강연회와 전시회까지 열린다. 뇌에서 분비되는 미량의 세로토닌이 과연 뭐기에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결핍되면 충동성·우울증 늘어나
우리의 뇌엔 기분과 관련된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노르아드레날린·도파민·세로토닌이다. 이 중 노르아드레날린은 분노를 느낄 때, 그리고 도파민은 흥분하거나 쾌감을 느낄 때 주로 분비된다. 문제는 노르아드레날린은 충동·폭력을, 도파민은 강한 의존성·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뇌가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폭주'할 때 이를 통제하는 물질이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serotonin)은 혈액(sero)에서 분리한 활성물질(tonin)이란 뜻. '행복 물질' '공부 물질' '조절 물질'이라는 별칭을 갖는다. 속도·무한경쟁·대립으로 고단한 요즘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고, 학습능력을 올려준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결핍되면 남성은 충동성, 여성은 우울증이 증가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이병철 교수는 “세로토닌이 행복·안정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란 것은 원숭이 실험에서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실제 무리의 리더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보다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50%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리더가 두목 자리를 다른 원숭이에 넘기자 새로 리더가 된 원숭이의 세로토닌 농도는 올라갔고, 전 두목의 세로토닌 농도는 떨어졌다. 리더의 행복지수가 더 높았던 셈이다.
잡념 없애줘서 일명 '공부 물질'
도파민은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2002년 일본에서 『세로토닌 결핍 뇌』라는 책을 저술해 세로토닌 붐을 일으킨 아리타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고도성장기엔 모두가 도파민을 추구했다”고 발표했다.
목표를 갖고 열심히 일하면 부유한 생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이때 도파민이 뇌에서 나온다. '아메리칸 드림'의 가치관이다. 그러나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돈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일본인이 깨달았다. 또 도파민적인 삶은 중독성이 있고, 늘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반작용으로 일본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세로토닌적인 삶이다. 자원봉사 등 세로토닌이 잘 나오는 삶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잘 만들어져야 삶의 질이 향상된다. 이를 응용해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임팩타민' 등의 약이 출시되고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김대호 교수는 “세로토닌 부족은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렉사프로·팩실·프로작·졸로프트 등 SSRI 계열 우울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을 뇌 속에 더 오래 머물게 한다”고 설명했다.
세로토닌 결핍은 식욕 증가의 원인도 된다. 특히 살을 찌우는 당질에 대한 식탐이 늘어난다. 비만치료제 '리덕틸'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켜 입맛을 떨어뜨리는 약이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부족한 것이 조루의 원인이란 가설까지 제기됐다. 조루 치료약 '프릴리지'는 세로토닌의 분비 시간을 늘려 사정을 지연시킨다. 지난 10월 초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선 '세로토닌전 Ⅱ, 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해'라는 이색적인 제목의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최근 저서를 통해 세라토닌과 학습의 관계를 밝힌 이시형 박사(정신과)는 “세로토닌은 대뇌 피질의 기능을 살짝 억제해 스트레스·고민·갈등·잡념을 없애준다”고 말했다. 그런데 좋은 그림을 보면 뇌에서 세로토닌이 터져 나와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며, 학습 능률이 올라간다는 것. 세로토닌은 '공부 물질'이니만큼 학생들이 자주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는 미술·음악·사진 등을 대하면 성적도 절로 오른다.
전시회를 찾은 일산 백석중 3학년 강모양은 “무심결에 그림을 쳐다봤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고 음악을 듣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3〜4월엔 갤러리나우에서 '세로토닌 사진전'이 열리기도 했다.
세로토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세로토닌을 앞세운 다양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세로토닌 분비 촉진 물질이 함유됐다는 건축 마감재(세로토닌 홈)가 소개되고, 세로토닌 운동화도 나왔다. 운동화는 세로토닌이 밖에서 햇볕을 받으며 걸을 때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점을 이용한 제품이다.
[중앙일보 박태균] 당신은 '세로토닌 결핍증'? 굳이 혈액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세로토닌 부족을 의심해 볼 만한 사람들이 있다. 일본 도호대학 의대 아리타 히데오 교수가 지적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 ▶우울증이 있고 분노가 자주 치미는 사람 ▶체온·혈압(아침에 잰 최고 혈압이 100 이하)이 남들보다 낮은 사람 ▶통증을 참지 못하는 사람 ▶자세가 바르지 못한 사람 등 다섯 가지 유형이다. 생활 속에서 세로토닌을 늘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아침식사 반드시 챙겨먹어야
우리 뇌에서는 트립토판→세로토닌→멜라토닌으로 변환되는 화학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세로토닌의 기본 원료인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전량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뇌 안으로 트립토판이 들어갈 때는 상당량의 포도당이 요구된다. 따라서 아침식사(당질 풍부)를 거르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당질 섭취를 제한하면 트립토판이 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세로토닌 결핍으로 이어진다. 다행히도 모든 종류의 고기엔 트립토판이 들어있다. 특히 돼지고기·오리고기·붉은살 생선에 풍부하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밭에서 나는 우유'로 통할 만큼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 우유·치즈 등 유제품, 무화과·바나나·케일 등이 훌륭한 트립토판 공급 식품”이라고 소개했다. 기분이 꿀꿀할 때 트립토판 함유 식품을 섭취하면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은 이래서다.
야간근무 많다면 햇살 받으며 걷기·조깅을
트립토판을 다량 섭취한다고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이병철 교수는 “햇볕을 많이 쬐면서 균형적인 식사, 정기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특히 햇볕은 이 변환 과정의 촉매제다. 이 교수는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우울·초조감을 느낀다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기·조깅을 하라고 권한다. 실제 24시간 편의점 근무자·올빼미족·야간 교대 근무자 등 주로 밤에 일하는 사람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기 쉽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햇볕을 보지 않고 PC방 등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의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로토닌 생성을 위한 야외 활동은 하루 15~30분이면 충분하다.
꼭꼭 씹어먹고 심호흡 하도록
우리가 무심코 하는 호흡은 얕고 짧다. 이런 호흡은 세로토닌 분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랫배로 하는 깊은 호흡이어야 세로토닌이 나온다. 과거엔 걸을 때 울퉁불퉁한 비탈길이 많고 짐까지 졌으니 저절로 심호흡이 됐지만 평평한 길을 자동차로 다니는 요즘엔 일부러 하지 않으면 깊은 호흡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요즘 식품은 너무 부드럽고 물렁물렁하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하루 6000번 이상 씹었지만 지금은 200번이 고작이다. 세로토닌은 잘 씹어야 많이 나온다.
꽁치·고등어·연어·참치·쇠간·바나나·고구마 등에 풍부한 비타민 B6도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는 것을 돕는다.
공부하기 전 1~2분 명상 권해
좌선·명상·요가·태극권 등은 세로토닌을 샘솟게 한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을 가장 빨리, 확실하게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했다. 이 박사는 “학생들이 공부하기 전에 자세를 반듯이 한 채 1~2분 명상하고, 느리고 깊은 호흡을 세 번만 해도 학습효과는 크게 오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세로토닌 분비량은 매우 적고 지속시간도 30〜90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래 눌러 앉아 하는 공부보다 세로토닌 분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30분을 활용해 짧고 굵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웃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는 방법이다. 반대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세로토닌은 줄어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아침식사 반드시 챙겨먹어야
우리 뇌에서는 트립토판→세로토닌→멜라토닌으로 변환되는 화학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세로토닌의 기본 원료인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전량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뇌 안으로 트립토판이 들어갈 때는 상당량의 포도당이 요구된다. 따라서 아침식사(당질 풍부)를 거르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당질 섭취를 제한하면 트립토판이 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세로토닌 결핍으로 이어진다. 다행히도 모든 종류의 고기엔 트립토판이 들어있다. 특히 돼지고기·오리고기·붉은살 생선에 풍부하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밭에서 나는 우유'로 통할 만큼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 우유·치즈 등 유제품, 무화과·바나나·케일 등이 훌륭한 트립토판 공급 식품”이라고 소개했다. 기분이 꿀꿀할 때 트립토판 함유 식품을 섭취하면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은 이래서다.
야간근무 많다면 햇살 받으며 걷기·조깅을
트립토판을 다량 섭취한다고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이병철 교수는 “햇볕을 많이 쬐면서 균형적인 식사, 정기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특히 햇볕은 이 변환 과정의 촉매제다. 이 교수는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우울·초조감을 느낀다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기·조깅을 하라고 권한다. 실제 24시간 편의점 근무자·올빼미족·야간 교대 근무자 등 주로 밤에 일하는 사람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기 쉽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햇볕을 보지 않고 PC방 등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의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로토닌 생성을 위한 야외 활동은 하루 15~30분이면 충분하다.
꼭꼭 씹어먹고 심호흡 하도록
우리가 무심코 하는 호흡은 얕고 짧다. 이런 호흡은 세로토닌 분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랫배로 하는 깊은 호흡이어야 세로토닌이 나온다. 과거엔 걸을 때 울퉁불퉁한 비탈길이 많고 짐까지 졌으니 저절로 심호흡이 됐지만 평평한 길을 자동차로 다니는 요즘엔 일부러 하지 않으면 깊은 호흡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요즘 식품은 너무 부드럽고 물렁물렁하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하루 6000번 이상 씹었지만 지금은 200번이 고작이다. 세로토닌은 잘 씹어야 많이 나온다.
꽁치·고등어·연어·참치·쇠간·바나나·고구마 등에 풍부한 비타민 B6도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는 것을 돕는다.
공부하기 전 1~2분 명상 권해
좌선·명상·요가·태극권 등은 세로토닌을 샘솟게 한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을 가장 빨리, 확실하게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했다. 이 박사는 “학생들이 공부하기 전에 자세를 반듯이 한 채 1~2분 명상하고, 느리고 깊은 호흡을 세 번만 해도 학습효과는 크게 오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세로토닌 분비량은 매우 적고 지속시간도 30〜90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래 눌러 앉아 하는 공부보다 세로토닌 분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30분을 활용해 짧고 굵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웃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는 방법이다. 반대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세로토닌은 줄어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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