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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 환자의 사회인지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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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4-11-10
정신분열병 환자의 사회인지 기능
김창윤 교수
현재 울산대학교 주임교수로 서울아산병원에 재직중입니다.
◇ 정신분열병의 기본적 증상
일찍이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을 고안한 블로일러는 정보처리과정 또는 인지기능의 장애라 할 수 있는 사고의 분절을 정신분열병의 보다 근본적 증상이며 망상이나 환청은 보조 증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블로일러 이후 정신분열병에서 인지 기능 장애는 양성 및 음성 증상에 가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인지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정보처리과정의 장애가 정신분열병의 기본적 장애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블로일러의 주장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신분열병의 인공 신경망 모델에 따르면 뇌의 신경세포를 사냅스로 연결한 것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인공 신경망에서 시냅스 가지치기를 과도하게 시행할 경우 입력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출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망상이나 환청과 유사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망상이나 환청은 어쩌면 신경망 모델에서 보듯이 뇌의 정보처리과정 즉 인지기능의 장애에 수반되는 부수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인지기능의 장애는 망상 또는 환청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전 즉 발병 전에도 관찰되는 현상이며 또한 양성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잔여 증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보다 근본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며 망상이나 환청과는 별개로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사회적응을 잘 못하고 어딘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한다.
◇ 사회적응과 인지기능
인지기능은 사회적 정보를 지각 해석 처리하는 사회적 인지 기능과 주의력, 기억력과 같은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비사회적 인지기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경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거나 이를 기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강의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신분열병 환자의 사회적응에 보다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주의 집중력이나 기억력과 같은 비사회적 인지기능보다는 사회적 인지기능이다. 사회적 인지 기능은 대인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의도나 성향, 정서를 지각하고 적절하게 반응 또는 대처하는 기능으로 사회적응에 필수적인 기능이다.
사회적 인지 기능은 사회 적응에 필요한 기능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기술과 유사하나 글자 그대로 ''인지기능''과 ''기술''이라는 점에서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 사회인지기능은 뇌의 고차원적 기능과 연관되는 개념이며 사회기술은 심리사회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는 데 단지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때 사회적 기술이라는 용어가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 환자의 경우는 단순히 기술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적 상황을 적절히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렇게 볼 때 사회적 인지기능이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달리 말하면 사회인지기능이란 사회 기술 표현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뇌의 고위기능이라 할 수 있다.
◇ 정신분열병 환자의 사회 인지기능 장애
정신분열병 환자의 사회적 인지 기능의 장애는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핀트를 못 맞춘다, 눈치가 없다, 엉뚱하다, 요령이 부족하다 또는 이상하다"는 말들에 함축되어 있다. 사회적 지능, 또는 실용적 지능이라 할 수 있는 데 사회적 인지기능은 사회적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관점을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경우 여러 사람이 대화하는 데 흐름과 무관한 엉뚱한 얘기를 꺼내거나 끼어들 때와 아닐 때를 구별하지 못하고 불쑥 나서거나 반응해야할 때 가만히 있어 상황을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를 흔히 보게된다. 물론 이때 말한 내용이 사실과 틀리지 않다는 점에서 망상이나 환청과는 무관하며 비논리적이거나 문법에 어긋난 것은 아니라 아주 이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게되어 따돌림받기 십상이다. 또한 본의 아니게 건방지거나 무례한 사람 또는 눈치가 없는 사람으로 비쳐져 무시당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 데 역시 분위기 즉 사회적 상황이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사고 방식이 자신의 관점에 사로잡혀있고 타인의 관심사, 의향이나 기분을 모르기 때문에 환자는 남들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왜 의아해하거나 따돌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남들이 의문을 갖는 것에 대해 무비판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통상적인 사회적 규범에 대해 남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따르려하는 데 이를 무시하거나(예, 옷차림) 또는 정도가 지나쳐 어색한 경우(지나치게 공손하여 어색한 말투,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복장이나 말투 등)가 적지 않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하며 집착하여 때론 매우 추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식적으로 알아야할 것들은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고 세상 살아가는 데 굳이 몰라도 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머리가 너무 좋아서 이상해진다는 것이 이런 면을 두고 하는 말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에 핀트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로 나름대로 애를 쓰나 남들이 볼 때 어색하고 환자 자신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 사회인지기능과 뇌 발달
사회인지기능은 지능발달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부분도 있겠으나 뇌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달한다고 볼 수 있다. 뇌에서 정보처리과정은 자동적 또는 무의식적 과정과 노력을 기울이는 또는 의식적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중 자동적 과정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병렬분산처리 되며 의식적 과정은 순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여 느리고 의식적인 노력을 요하게 된다.
사회인지기능 즉 소위 눈치나 요령과 같은 것은 대체로 의식적으로 습득된다기 보다는 발달과정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동적으로 습득되는 부분이 많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경우 이러한 자동적 학습과정, 뇌의 병렬 분산처리 과정에 결함이 있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며 순차적으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즉 남들은 쉽게 저절로 터득하게되는 것을 어렵게 하나 하나 천천히 따져가면서 의식적으로 배워야하는 것이다. 이는 모국어는 저절로 습득하게 되는 데 외국어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문법을 배워야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망상이나 환청은 분석심리학적으로 무의식에 담겨있는 내용이 의식에서 통합되지 않아 해리 되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 데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뇌에서 정보가 병렬분산처리 되는 과정의 오류로 왜곡된 생각, 망상이나 환청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즉 정보처리과정 즉 인지기능의 장애로 망상이나 환청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치료
정신분열병 환자의 경우 사회인지기능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별도의 노력 없이 터득한 기능이지만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자동적 학습에 한계가 있어 의식적이고 구체적이며 단계적인 노력을 요하게 된다. 따라서 정신분열병 환자 치료 프로그램에는 약물치료 못지 않게 사회인지기능에 대한 체계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일대일 정신치료 과정에서 다루어질 수도 있으나 집단 치료 형태의 구조화된 치료 프로그램이 보다 효과적이다. 치료 방식은 환자의 인지 기능의 취약한 점을 평가 분석한 다음 다양한 가상적 상황에서 상황을 지각하고 판단하며 적절히 대처하는 방식을 실제 연습하면서 배우게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기술 훈련과 유사한 점이 있으나 환자의 취약한 인지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치료자가 적절한 피이드백을 준다는 데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잘 짜여진 프로그램과 함께 일대일 정신치료 못지 않게 치료자의 직관과 유연성을 요하게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학습된 사회기술의 실생활에서 응용력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인지기능의 결함이 문제라는 것을 의미하며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연습을 통해 극복 가능 하리라 생각된다. 병렬분산처리가 잘 안될 경우 순차적 처리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배우고 응용하게되는 모국어와 달리 외국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구사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표현 방식을 하나 하나 익혀야하는 것처럼 많은 노력을 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사회인지기능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뇌의 고위기능과 연관된 것이고 항정신병약물이 뇌의 정보처리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항정신병약제의 경우 주의력이나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을 개선시킨다는 연구 보고들이 나오고 있는 데 사회적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항정신병약물 투여 후 사회적응력, 삶의 질 개선이 따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는 데 양성 또는 음성 증상의 개선에 따라 호전된 것인지 아니면 사회인지기능에 대해 직접적인 추가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향후 새로운 항정신병 약제의 경우 사회적 인지기능에 대한 효능 조사도 병행되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 결어
정신분열병에서 사회 인지 기능 장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인지 과학의 발달 및 재활치료와 더불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인지기능은 분위기 파악, 요령, 눈치, 상식이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으며 사회적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관점을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회인지기능 장애는 어쩌면 정신분열병의 기본적 증상일 수 있으며 유전적 요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뇌발달의 장애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사회인지기능 장애가 갖는 임상적 의미와 발생기전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신분열병 치료 면에서 약물치료 못지 않게 사회인지기능에 대한 관심과 치료가 병행되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항정신병약제가 뇌에서 정보전달과정의 오류을 줄여 망상이나 환청을 줄인다면 유사한 작용기전에 의해 사회적 인지기능도 개선시킬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항정신병약제가 삶의 질과 사회적응력을 증가시키는 데 사회인지기능에 직접적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되어야할 과제로 생각된다.
참고문헌
이재원 이철 김창윤(2000): 정신분열병의 인공신경망 모델. 정신병리학 9(2): 183-188
Hogarty GE, Flesher (1999) : Developmental theory for a cognitive enhancement therapy of schizophrenia. Schizophrenia Bulletin, 25(4): 677-692
Stanghellini G(2000) : At issue : Vulnerability to schizophrenia and lack of common sense. Schizophrenia Bulletin, 26(4): 775-787
( 중앙일보 정신건강길라잡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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