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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수준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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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5-01-16
【 건강수준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조홍준(울산의대 교수, 가정의학)
양극화 해소가 2005년의 주요 정책목표가 되고 있다. 소득계층간, 기업규모간 양극화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제기와 대안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건강의 양극화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2년 남성과 여성의 평균수명은 각각 73.4세와 80.4세로 1960년이 51.1세와 53.7세에 비해 40-50% 가량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면 이런 평균수명 증가를 모든 국민이 다 누리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비교적 안정된 수입을 가진 우리나라 공무원 중에서 월급이 낮은 계층은 많은 계층에 비해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2.1배에 달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추정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저소득근로자가 고소득근로자의 1.65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5,000 달러를 넘는 국가에서는 국민의 평균수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GNP의 절대치가 아니라 국가 내부의 상대적 소득분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소득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계층간 건강수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IMF 경제 위기 이후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심혈관계질환, 교통사고,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더 많이 증가하였다. 2002년 한 해 동안 약 1만1천명이 자살로 사망하였는데, 이는 통계청에서 사망원인을 조사한 20년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런 사망률 증가는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 또는 수입의 감소, 물가상승 등 물질적 요인과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취약집단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건강수준 양극화의 다른 원인의 하나는 흡연, 과도한 음주, 운동부족, 부적절한 식이 등 건강관련 생활습관의 격차 때문에 생긴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성인의 흡연율은 대학졸업 학력을 가진 사람의 2.2배에 달하며, 월 가구소득 100만 원 이하 국민은 300만 원 이상인 사람에 비해 흡연율이 2배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흡연이라는 생활습관 형성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서비스 이용 격차도 건강수준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의료서비스 이용 격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과다한 본인부담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비 중 본인부담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6% 정도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높은 본인부담진료비는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선택적으로 악화시켜 필요한 의료이용을 지연시키거나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 주민의 암 의료이용에 의한 연구에 의하면, 저소득층 암환자는 고소득 암환자에 비해 필요한 입원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서비스 이용격차의 두 번째 원인은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진료비가 낮아 저소득층의 이용이 더 많기 때문에 의료이용의 격차를 줄이는데 공헌을 한다.
건강 관련 정책의 두 가지 목적은 국민 전체의 건강수준 향상과 사회계급간 건강수준의 격차 해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반적인 건강수준은 좋아지는데, 건강수준의 격차가 커지는 ‘건강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건강수준의 양극화 자체도 문제이지만, 향후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인력 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건강수준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의 수립, 시행, 평가의 전 과정에 사회적 형평성(equity)이라는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가 일상적으로 생산하는 자료에도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건강수준 양극화를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해결을 위한 포괄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건강수준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소득 분포의 악화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회계층간 소득분포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특히 기본적인 물질적 조건을 제공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울러 건강에 영향을 주는 생활습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습관이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관점을 가지고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흡연을 예로 들자면, 사회계층간 흡연율 격차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담배값의 지속적인 대폭 인상이다. 담배값 인상은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기 때문에 형평성이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담배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다. 금연약물치료제공 등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이 필요하다.
의료이용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본인부담진료비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하되, 그 수준을 가정의 경제적 파탄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고, 공공의료 확대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건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낮은 건강수준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국민 전체의 건강수준 향상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 전체 건강수준 향상(성장)을 위해서는 건강수준의 양극화를 개선(분배)해야 한다. 소득분포의 개선, 빈곤층 및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책, 생활습관 변화 정책 , 본인부담진료비 경감, 공공의료 확충 등 여러 분야의 정책이 건강의 형평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기획되고, 지속적으로 시행, 평가되어야 한다.
( 고령화및 미래 사회 위원회 뉴스레터에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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