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우리 죽고나면…" 애타는 발달장애아 부모들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02)2204-0104
- 등록일 :2005-04-25
우리 죽고나면…" 애타는 발달장애아 부모들
"24시간 믿고 맡길 곳 생겼으면"
영화·드라마 덕에 주위시선 많이 부드러워져
늦은 오후.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발달장애 아동 엄마들의 모임인 ‘기쁨터’를 이끌고 있는 김미경(45)씨는 넋을 놓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봄이네요.” 한숨 섞인 그녀의 말이 ‘겨울이 참 길었다’는 의미로 들렸다.
기쁨터(www.joyplace.org)는 1998년 말, 발달장애 아동을 둔 엄마들의 기도 모임으로 출발했다. 서로 위로하고 돕자며 출발한 작은 모임은 6년여 만에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공부방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엄마 17명이 돈을 모아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에 60여평의 작은 둥지를 마련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근데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캄캄한 밤에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둠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끝이 없다는 사실이 끔찍한 거지요.”
소리 지르고 머리를 바닥에 쿵쿵 박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끌어안고 ‘죽고 싶다, 죽고 싶다’고 수없이 외쳤던 기쁨터 엄마들. “끝나지 않는 불행을 만난 후 내 살아온 날들을 하나씩 되짚었습니다. 내가 마음 상하게 했던 누군가의 눈물 때문인가, 무심코 지나쳤던 걸인 때문에 벌 받나, 스스로 책망하고 숨죽이며 살았지요.”(김미경)
하지만 엄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을 놓으면 아이들의 삶도 끝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김혜연(47)씨는 “우리가 죽고 난 후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엄마들이 빚을 지면서 공부방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정부 추산 발달장애아의 숫자는 아동 1000명당 한 명꼴. 하지만 현장의 소리는 사뭇 다르다. 다음카페(cafe.daum.net/love0531)에서 ‘자폐아를 둔 아빠의 일기’를 운영하는 선우담 목사는 “한 학급 30~40명 중 한 명은 우리 아이와 비슷한 증상”이라고 했다. 연세대 신의진 교수는 “자폐증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발달장애 아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엔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진단 기준이 없다. 의료보험 내에서도 천대받는 분야라 전문가도 드물다. 때문에 교육을 통해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마구 섞여 있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형진이나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준이는 발달장애 아동 중 상위 10%에 해당할 만큼 상태가 좋은 아이들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의 소원은 24시간 보호시설과 전문 치료기관이다. 강숙(45)씨는 “언어·놀이·심리치료를 함께 해야 하는데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 심지어 초상이 났는데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울고 떼쓰는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상주 노릇하는 엄마도 있다”고 했다.
기쁨터에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김미경씨는 잠깐 머뭇거렸다. “영화와 드라마 덕분에 사람들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바닥에 뒹굴고 소리 지르면서 우는 아이를 보며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이젠 고개를 끄덕여줘요.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서 목이 멜 때가 많아요.”
''말아톤 복지관'' 건립… 당신이 희망입니다
영화 ‘말아톤’의 관람객 수가 500만명을 넘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식당에도 가고 전철도 탈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아동들에게 가장 절실한 24시간 보호시설을 만든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우리이웃네트워크와 한민족복지재단이 함께 연 좌담회 참석자들은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문제는 12년의 정규 교육과정으론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인생의 긴 여행을 함께 뛰어줄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절실합니다.
우리이웃네트워크가 ‘말아톤 복지관’ 만들기에 나섭니다. 시작은 한민족복지재단과 조선일보가 하지만, 독자 여러분도, 기업도, 정부도 나서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영화 말아톤을 만든 정윤철 감독은 “세상 속에서 ‘말아톤 2’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발달장애 아동과 함께 뛰어줄 수많은 ‘페이스 메이커’를 찾습니다. 당신이 희망입니다.
( 조선일보 기사 인용)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