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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여성증후군' 정당방위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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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04-30
<`매맞는 여성증후군'' 정당방위 인정될까> 판례상 `생명의 존엄성''이 `여성에 대한 이해''보다 우선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맞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 대해 법원이 최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심신 미약 상태를 인정, 감형한 첫 판결이 학계와 법조계ㆍ여성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판결로 우리 나라 법원도 미국이나 캐나다 법원처럼 `매맞는 여성 증후군''을 적극 감안, `매맞는 여성''의 남편 살해를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적극적 면책사유로 인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른바 `매맞는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이 수없이 형사재판에 회부되지만 `사람의 목숨을 해친 행위는 쉽게 면책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리가 `여성들의 피학대 경험''보다 우선해 중형이 선고되는 게 법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면책요건은 엄격히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매맞는 여성 증후군'' 감안한 판례 없어 = 여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인정된 판례는 9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21년만에 살해한 김부남씨 사건 이후 최근 서울고법이 내린 판결이 거의 전부다. 우리 법원은 `남편도 평소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점을 감안하긴 하지만 심신미약 주장이나 정당방위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심신미약의 경우 재판부가 형량을 최대 절반까지 줄여야 하고,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무죄가 선고되지만 감형 사유로만 인정되면 형량은 `재판부의 자비심''에 맡겨지게 된다. 폭력 남편이 술에 취해 자신과 아들을 때리고 딸을 추행하다 잠들자 태권도복 띠로 목졸라 살해한 이모(42ㆍ여)씨도 정당방위 주장과 심신미약 주장이 기각돼 금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고 존엄하므로 피고인이 이혼을 요구하거나 친척이나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남편을 살해한 이상 중형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법 서부지원이 지난해 1월 술 취해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2년이 구형된 노모(46ㆍ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판결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英ㆍ美ㆍ加 판례는 = 영국 법원은 1992년 남편을 죽인 알루왈리아(Ahluwalia)란 여성에 대해 `매맞는 여성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은 기각했지만 남편의 학대로 자기통제 능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은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20년간 알코올 중독자 남편에게 맞아온 노먼(Norman)이란 여성이 술취한 남편에게 "개처럼 짖어보라"는 등 모욕을 당하고 두들겨 맞자 권총으로 잠자는 남편을 쏴죽인 사건에서 항소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하지만 주(州) 최고법원은 "남편이 자고 있는 시점에는 급박한 위험이 없었고, 정당방위 주장을 확장하면 학대 남편을 살해하는 행위의 판단기준이 아내의 주관적 추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 판결을 파기했다. 캐나다에서는 1990년 남편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은 라발리(Lavallee)라는 여성이 남편에게서 `파티에 다녀온 뒤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듣자 뒤에서 총으로 쏴죽인 사건에서 `매맞는 여성 증후군'' 이론이 인용돼 사실상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 "피학대 여성 입장 고려해야" = `서울 여성의 전화'' 이사인 이명숙 변호사는 "국내 법원은 매맞는 여성 증후군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수적 판결이 많다"며 "법원에 가정폭력 전담 재판부를 운영하거나 미국ㆍ캐나다와 같이 폭력 전담법원을 설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의대 남정현 교수도 "매맞는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은 불난 집에서 창문을 깨고 달아나는 행동처럼 남편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조용범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당방위'' 개념은 동일한 힘을 가진 두명의 남성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한 가부장적인 개념"이라며 "소수자 인권 차원에서도 여성들의 피학대 경험을 적극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긴급피난'', 즉 여성이 `상습구타''라는 극단적 상황을 벗어나려는 부득이한 방편으로서 남편을 살해했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순간 이성을 잃어 남편을 살해한 여성 뿐 아니라 제 정신으로 남편을 살해한 여성도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전향적인 판결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 형법 체계상 정당방위와 면책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학계와 법조계가 충분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매맞는 여성 증후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란 전쟁ㆍ천재지변ㆍ폭행ㆍ강간ㆍ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ㆍ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이 우울ㆍ불안ㆍ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공황 발작이나 폭발적 행동을 하는 증상이다. 1970년대 말 미국의 심리학자인 르노어 워커(Lenore Walker) 교수가 이론화한 `매맞는 여성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ㆍBWS)도 심리학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워커 교수는 가정에서 상습적인 구타(Battering)를 당하는 여성이 `남편과 긴장 고조→남편의 구타→구타 중지와 화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면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무기력증을 학습하게 된다며 이를 BWS로 이론화했다. 남편이 구타할 때는 물리적인 힘이 부족해 대응하지 못하고 구타를 끝낸 남편이 용서를 구하면 어쩔 수 없이 화해하고 마는 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한 이론이다. ( 연합뉴스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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