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당뇨는 사회병… 정부 차원서 관리를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02-2204-0104
- 등록일 :2005-05-08
당뇨는 사회병… 정부 차원서 관리를
미국선 ''당뇨 예방 프로그램'' 만들어 환자 도와
유럽선 국가끼리 연대해 당뇨 퇴치 총력
당뇨는 방치하면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일단 합병증이 시작되면 원상으로 회복되기는 어렵고, 현상유지 정도가 최선일 정도로 합병증의 치료는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합병증이 생기기 이전에 예방하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당뇨환자가 정상혈당을 유지하려면 식사의 양과 시간과 운동량과 투약되는 약의 양 등이 항상 일정해야 하며 심지어는 감정의 기복이나 스트레스 받는 정도도 일정하거나 없어야 한다. 마치 군대나 기숙사의 생활처럼 지내야 하며, 어떠한 예외나 일탈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일상의 생활 속에서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직장도 그만두고 일체의 사회생활을 모두 거부한 채 숨어 살면서 혈당조절에만 매달려야 가능하다.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당뇨인이 혈당을 정상으로 조절하는 것은 매우 강한 의지와 실천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대부분의 당뇨인은 이런 성격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당뇨의 예방과 조기관리는 개인이 스스로 해나가기에 너무나 어려움과 유혹이 많다. 당뇨의 초기나 전 단계에서는 심각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당뇨의 심각성을 홍보하려는 특별한 노력이 있기 전에는 누구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또한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것도 사회 전반의 분위기, 즉 우리나라의 회식문화라든지 음주습관, 외식산업의 발달 등의 문제가 모두 연결된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이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문제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당뇨병을 조장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혈당조절을 잘 하기란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당뇨가 합병증의 단계로 발전하게 되면 미국의 경우 1년에 치료비용이 1만~2만달러가 소요되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혈액투석을 하게 되거나 망막증으로 수술받거나 다리를 절단하는 등의 중증 합병증에 이르게 되면 1년에 소요되는 치료비용이 최소 1000만원 이상이 든다. 이것은 순수하게 검사를 받거나 약을 사거나 수술을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을 말하는 것으로 ‘직접비용’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뇨 합병증이 생기면 대부분 환자가 실직을 하게 되어 국민총생산이 감소하며, 간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든지 당뇨와 함께 다른 병에 걸렸을 때 빨리 낫지 않아서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예를 들어 당뇨 있는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한 달 이상을 끌다가 폐렴으로 발전하는 일도 많은데 이 경우 감기와 폐렴 치료 비용으로 계산하겠지만 실은 당뇨 때문에 발생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등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을 합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당뇨 때문에 소요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당뇨 인구를 대략 500만명으로 추산할 때 이 중 20%에 해당하는 100만명이 관리를 잘못하여 혈액투석을 하게 된다면 아주 낮추어 잡아 계산을 할 경우 혈액투석 비용만으로도 10조원(100만명 × 1000만원)의 직접비용이 소요된다. 100억달러의 수출과 맞먹는 비용이다. 따라서 당뇨병의 관리는 단순히 질병관리 차원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계획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될 국가적인 사업이다.
28가지 중요 질병 중 당뇨가 5위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당뇨 관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Diabetes Prevention Program)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경우 당뇨환자가 1000만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40세 이상의 인구 중 3500만명이 당뇨 전 단계(공복 혈당 장애와 내당능 장애)에 있으며, 이들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10년 이내에 모두 당뇨병 환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인구 2억명 중 4500만명이 당뇨라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무서운 수치다. 미국은 국가 건강증진계획인 ‘헬스 피플 2010’을 만들어 28가지 중요 질병 중 당뇨를 다섯 번째로 올려놓았다.
미국 당뇨병학회와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산하의 당뇨 전담 부서인 NIDDK(미국 당뇨·소화기·신장질병 연구소)에서는 공동으로 당뇨 전 단계인 사람 3234명을 27개 대학병원에서 나누어 맡아서 3년간 식사조절과 운동을 철저히 시켜 그 결과를 조사했다. 연구결과 체중을 7% 이상(최소 6.75㎏) 빼서 3년간 유지한 그룹에서는 당뇨 발생이 58%, 즉 거의 60% 가까이 줄어들었고, 당뇨병 치료제 중 하나인 메트포민(Metformin)을 850㎎씩 하루에 두 번 먹여서 유지하고, 식사와 운동에 대한 교육은 시키되 실천 여부는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하는 그룹에서는 당뇨 발생이 31%가 줄어들었다. 체중을 줄이고 투약을 같이 한다면 당뇨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본도 보건원과 당뇨병학회가 공동으로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것이 당뇨 예방에 얼마만한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당뇨 예방 프로그램인 ‘건강 21’(Healthy Japan 21) 연구계획을 세워서 추진 중에 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한 적정 체중 유지율, 일일 평균 보행량, 합병증 발생자 줄이기 등 10개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에서는 식사 조절과 운동이 포도당 수송체의 양과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결과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1989년 ‘세인트 빈센트 선언’을 발표, 당뇨병에 대한 대처를 국가간 연대를 통해 이루자고 밝혔고, 미주지역도 ‘아메리카 당뇨 선언’을 통해 정부, 환자, 환자 가족이 연대해 당뇨병 예방 교육과 홍보 운동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2000년 ‘서태평양 당뇨 선언’을 발표하고 4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교육, 환자 참여 프로그램, 의료장비·약품 지원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10년 후 우리나라의 당뇨환자를 1000만명(현재 환자 500만명 + 당뇨 위험군에서 당뇨가 된 환자 500만명=1000만명)으로 추산했을 때, 이 중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 30%에서만 나타난다고 해도 300만명이 실명과 혈액투석, 하지절단, 그 밖에도 신경 합병증과 중풍과 심장병, 배뇨장애, 피부 손상과 발기 부전증 환자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 중 실명이나 중풍, 하지 절단 등의 중증 합병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가 24시간 간병해주어야만 한다. 또 이렇게 많은 수의 당뇨환자와 합병증으로 장애를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참으로 무서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만약 우리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일어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체계는 근본적으로 부족한 예산으로 국민 개별 보험을 유지하려다 보니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계획을 세울 수 없고 당장 눈앞의 보험 재정 적자를 줄여서 도산을 막아 보려는 계획은 있어도, 1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고 사전에 투자하여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계획은 세울 수도 없고 세울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고혈압, 당뇨 관리 사업도 비용이 많이 드는 병원보다는 보건소로 환자들을 많이 보내는 쪽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나서 환부가 곪아 폭발하기 직전까지는 가능하면 덮어두고 미루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영국처럼 세금으로 의료세를 걷거나 미국처럼 사(私)보험이 발달돼 있고 국민의 일부에만 우리나라식의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나라들도 의료보험 재정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보험 가입한 조합원이 낸 재원만으로 보험을 유지할 수는 없다.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부족한 부분은 자부담이라는 형태로 환자에게 전가하거나, 비싼 약을 처방하면 삭감시킨다는 형태로 병원에 전가시키는 임시변통으로는 더 이상 유지해 나가기가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
당뇨 발병률 증가속도 빨라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 외에도 우리나라의 당뇨 발병률의 증가세가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도 더 빠르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인데, 중장년층이 성장기에는 영양부족 상태에서 발육한 뒤에 경제발전 과정에서 과식과 과체중 및 서구화된 생활습관에 갑자기 노출되어 적응하지 못하는 점 등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남북통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 후 북한 주민이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식사와 서구화된 생활 습관에 노출되었을 때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당뇨환자는 이미 500만명을 넘는 수준이라고 추산된다. 전국적 규모의 역학조사는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국가의 근본이 되는 의료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려면 어떤 문제가 있고,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를 모르고는 시작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경제발전을 이루어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어도 당뇨 합병증으로 불구 상태로 지내는 환자 한 사람당 연간 치료비가 1만달러 이상 소요된다면 그러한 경제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합병증으로 인해 실명을 하고 투석을 해야 하고 다리를 절단한다면 그러한 손실을 어찌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전 국민의 20%가 당뇨환자이거나 그를 돌봐야 하는 간병의 의무가 있는 가족이라면, 누가 경제활동을 하여 나라를 지탱할 것이며, 우리 국민의 건강이 그러한 지경에 이르면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문제를 덮어두고 눈 감아도 되는 그런 시기는 지났으며,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당장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오연상 중앙대의대 내과 교수
( 주간 조선 기사 인용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 이전글
- 다음글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