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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자살 급증 OECD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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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05-26
노인 자살 급증 OECD 1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크게 늘고 있다. 부끄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본지 취재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통계 자료를 모아(일부 국가는 ''2004년 OECD 보고서''참조) 국내 통계청 자료와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2003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65세 이상 노인 27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연령대의 노인 10만명당 71명꼴이었다. 반면 미국.호주는 10만명당 10명대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65~74세에선 한국이 룩셈부르크와 함께 30개국 중 최고 수준(10만명당 58명)이었고, 75세 이상(103명)에서도 가장 높았다.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국제사회에 자살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32명)의 두 배 이상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증가 속도다. 지난 10년 동안 세 배 이상 뛰었다. 특히 2000년과 2003년 사이 10만명당 26명에서 71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증가 추세는 지난해에도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취재팀이 서울경찰청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노인 자살자는 2003년 717명에서 지난해 775명으로 늘었다. 2004년도 전국 공식 통계는 올해 말 집계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홍식 회장은 "이 같은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사회구성원 각자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노인 관련 사회안전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석재은 노인복지연구팀장도 급격한 핵가족화와 사회안전망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다. "노인은 과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도 자신을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고 아무 대비를 하지 않았다. 반면 자녀는 사회에 부양 책임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사회 인프라는 아직 바닥 수준이다. 한국 노인은 자녀부양에서 국가부양으로 옮겨가는 시기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다." 석 팀장의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3278명) 중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98년 53.2%에서 지난해 43.5%로 줄었다. 이와 별도로 취재팀이 지난해 서울지역 노인 자살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노인의 자살률이 부인.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의 세 배에 이르렀다. 위기의 한국 노인들 한국 노인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데 우리의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 눈물 젖은 카네이션 어버이날인 5월 8일, 경기도 벽제 추모공원. 이모(48.여)씨는 부모의 유골함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었다. 눈에 잔뜩 고인 눈물이 카네이션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남들은 부모를 모시고 나들이 가는 날, 7남매의 막내딸 이씨는 이렇게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자식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떠나시면 어떻게 해요." 아흔둘이던 이씨의 아버지는 78년을 해로한 어머니(당시 93세)와 함께 지난해 가을 목숨을 끊었다. 병석의 아내를 먼저 숨지게 한 뒤 자식들에게 네 장의 유서와 장례비 250만원을 남기고 자신도 세상을 등졌다. ''살 만큼 살았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눈물짓지 말아라. 서운한 내 딸들을 못 보고 가는 이 아비 눈에 눈물이 나오니 한심하고 섭섭하다. 걱정 말고 몸 건강하길 바란다…. 78년이나 동거한 처를 죽이는, 독한 남편 ○○○ 불쌍하도다''. 아버지는 지난 3년간 중풍과 치매로 거동도 못하는 어머니의 병 수발을 도맡아 왔다. "늙어서까지 짐이 될 수 있느냐"며 자식들이 주는 돈을 마다하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폐품을 수집해 용돈을 벌어 쓴 아버지였다. 도리어 40~60줄의 자식들이 형편이 어려워 노동판을 전전하는 것만 걱정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던 아버지의 선택은 오히려 큰 멍에로 돌아왔다. 친지나 이웃들은 "부모를 어떻게 모셨기에…" "동네에서 나가라"는 등 차갑게 반응했다. 이씨는 "주변의 냉대에 또 한번 울게 된다"고 했다. # 자식 빚 떠안은 달동네 할아버지 지난해 9월 박모(당시 77세) 할아버지는 유일한 재산인 서울 달동네 무허가 주택 한 채를 할머니(78)에게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죽음으로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그 짐은 고스란히 할머니에게 넘겨졌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터줏대감이었다. 평생 노동일로 허리병과 관절염밖에 남은 것이 없었지만 동네 대소사는 빠짐없이 거들어 주던 호인이었다. 덕택에 마지막 가는 길은 이웃과 친지들이 돈을 모아 장례를 치러줬다. 하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어떻게 한 마디 내색도 하지 않을 수 있어. 야속한 사람 같으니…." 일이 있기 5개월 전까지 할아버지도 아파트 청소를 하다 관절염이 심해져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할아버지는 비싼 병원비가 아까워 병원을 자주 가지 못했다. 일을 대신 나가야 하는 할머니에게 미안했던 까닭이다. 가난은 노부부의 평생을 모질게도 따라다녔다. 6남매 중 막내만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위로는 모두 중학교 교육밖에 시키지 못했다. 가난은 자식들의 꽁무니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걔네들 나무라면 안 되지. 자기들도 힘든데 어떻게 나를 데려가겠어." 막노동을 하는 큰아들도, 시집 가서 돈에 쪼들리는 딸들도 노부모에게 용돈을 쥐여 줄 형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기술이 있어 공장에 다니던 둘째 아들은 외환위기 때 실직하고 노숙자로 전락했다. 노부부는 아들의 카드빚 400만원까지 떠안아야 했다. 할머니는 보리쌀을 안치며 "가장 무서운 건 요금 고지서"라고 했다. 아끼느라 춥게 살아도 지난달 가스비가 3만원. 이달엔 건강보험료 1만7000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둘이 있으면 의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 자식도 노인 모시기 싫다는데 이모(당시 84세) 할머니는 지난해 내내 자식들 싸움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고혈압을 심하게 앓고 있는 자신을 집에 두고 교수 아들 내외가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을 딸들이 자주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딸들은 "편찮으신 노모를 혼자 두고 오빠와 올케언니 모두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느냐"고 따졌고, 아들 내외는 "볼 일이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맞받았다. 지난해 아들 내외가 두 달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또 한 차례 자식들 간에 큰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담당 형사는 "할머니가 병든 자신 때문에 가정의 화목이 깨진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한강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장모(당시 77세) 할아버지. 슬하에 6남매를 뒀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자식들 집을 전전했다. 어느 자식도 자신과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할아버지도 눈치채고 있었다. 중풍으로 여동생 집에서 간병을 받는 부인과 떨어져 지낸 것도 수년째. 큰딸 집에서 할아버지는 한동안 머물렀다. 목숨을 끊기 며칠 전, "형편이 어려우니 잠시 오빠 집에 가 계시라"는 딸의 말에 할아버지는 싫은 내색을 보였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가기 싫다는 말은 못하고…. 자식들 눈치를 많이 본 것 같더라고요." 사건을 조사한 형사가 혀를 찼다. ***노인 인구 이미 417만명 "노후 준비 돼있다" 28%뿐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2%에 달했기 때문이다. 유엔 분류로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로 본다. 지난해 노인인구는 417만 명. 전체 인구(4820만 명)의 8.7%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부양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생산가능인구(15~64세) 8.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됐으나 2020년에는 4.7명당, 2030년에는 2.8명당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의료비는 2003년 4조3700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21.3%를 차지했다. 전년도에 비해 18.8% 늘어난 수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생활실태조사''에서도 우리나라 노인 중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를 했다는 비율은 28.3%에 불과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경우 장남 또는 며느리에게 도움을 청하겠다는 노인이 42.7%. 배우자가 없는 노인 절반은 ''건강이 어려워지면 자녀와 살고 싶다''고 답했다. 노인은 여전히 자녀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이다. 생활 힘든 중국 농촌과 자살률 비슷 우리나라 노인 자살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10만명당 31명에서 40명으로 크게 뛰었다. 하지만 당시는 기업 도산과 정리해고의 충격으로 40~50대의 자살률 증가폭이 노인보다 컸다. 노인 자살률은 최근 3년간(2000~2003년) 다시 훌쩍 뛰었다. 10만명당 36명에서 71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단기간 특정 연령의 자살률이 급등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다. 전체 자살자 중 연령별 비율도 93년에는 30세 미만이 31.5%, 65세 이상은 11.4%로 젊은층이 높았지만 2003년에는 각각 13.9%와 25.2%로 역전됐다. 같은 기간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만명당 77명에서 59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노인 자살이 급증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통적으로 자살이 많았던 오스트리아.덴마크.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90년대 이후 유럽연합(EU) 차원의 자살예방 활동으로 자살이 줄어드는 추세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10만명당 4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헝가리는 2002년 현재 28명대로 뚝 떨어졌다. 일본은 노인층보다는 40~50대 자살률이 높고 집단 자살이 많은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서동우 박사는 "일본은 고령화에 일찍 대비해 노인복지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중년층에 비해 노인들의 자살이 적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상이 중국의 농촌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 농촌은 99년 65~74세 10만명당 77명, 75세 이상 118명이라는 높은 자살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해 중국 전체로는 65~74세 41명, 75세 이상은 70명이었다. 도농 간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농촌의 자살률이 도시보다 네 배가량 높다. LG경제연구원의 배민근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일부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전락해 노인 부양을 포기하는 가구가 급증했다"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저소득층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노인들의 삶이 다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 자살률 일반 노인 3배 지난해 2월 서울 중랑구에서 박모(72)할아버지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자신도 노환이 심한 처지에 수년간 거동을 못하는 장애인인 장남을 돌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가출한 상태였다. 올 초에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78.여)할머니가 목숨을 끊었다. 오래전부터 중풍을 앓아왔지만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어 혼자 살던 노인(독거노인)이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883건의 노인(60세 이상 기준) 자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살자 중 독거노인이 30%에 달했다. 또 노인 자살 원인의 절반가량은 병고로 인한 것이었다. 본지는 서울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노인 자살 자료를 입수한 뒤 이를 거주형태.거주지.성.연령별 등으로 분석했다. ◆ 독거노인 자살 많았다=자살한 883명 가운데 독거노인은 206명. 가족과의 동거 유무가 파악된 693명 중 29.7%였다. 모두 가족은 있지만 함께 살지 않은 노인들이다.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시 거주 60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11만1555명)의 비율은 10.7%에 불과했다. 독거노인의 자살률이 일반 노인의 세 배에 가까운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서동우 건강증진연구팀장(정신과 전문의)은 "독거노인의 경우 자식들이 찾지 않는 등 정서적 유대감도 멀어져 과거처럼 ''자식들 망신시킬까봐 자살하지 못한다''는 의식도 희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인 자살자 수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노원.중랑.성북구(58~68명)가 서초.강남구(18~19명)의 세 배였다. 노인 자살은 독거노인이 많은 지역, 특히 극빈층(기초생활보장대상자) 독거노인이 밀집해 사는 구에서 많이 일어났다. 성별로는 60대의 경우 7 대 3, 70대는 6 대 4의 비율로 남성 자살자가 훨씬 많았다. 연세대 의대 남윤영(정신과 전문의) 교수는 "통계적으로 남성 사별자나 이혼자들에서 자살 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며 "남성 노인이 여성에 비해 가사 등 스스로를 돌보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절반이 병고 때문에=지난 3월 서울 서초구에서 주모(85)할아버지가 목숨을 끊었다. 우울증 치료를 받아오던 중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뜨자 말수가 줄고, 집 밖 외출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세상을 등진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강남 고급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86)가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그 역시 중증 우울증 환자였다. 노인 자살자의 원인은 각종 병고에 따른 자살이 49.5%(437건)로 절반을 차지했다. 신변 비관이 38.3%(338건), 자녀 불효 등 가정불화(4.9%), 경제난(3.7%)도 자살의 원인이었다.''조상묘의 이전''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으로 자살한 경우도 4건이 있었다. 한남대 임춘식(노인복지학) 교수는 " 노인은 병고와 경제력 상실로 인해 가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데 따른 무력감까지 겹치면서 노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지는 자살 행태나 방법 등을 자세히 분석했으나 이를 가급적 싣지 않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는 자살과 관련한 상세한 방법이나 자살자를 미화하는 보도를 자제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우울증 무료 치료 서둘러야 "늴리리야~ 늴리이리이야아아~." 최근 서울 중계동 평화종합사회복지관. 한 할아버지가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부른다. 주위에서 10여 명의 다른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른다. "집에 있으면 TV밖에 더 봐? 여기 있으면 심심치 않으니까 매일 오지." 이 복지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윤모(82) 할머니의 말이다. 며느리는 할머니를 아침에 복지관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는 집으로 모시고 간다. 낮 시간에 가족을 대신해 노인을 맡아주는 일종의 ''탁로소''다. 가족의 노인 부양이 어렵다면 이 복지관 같은 시설을 많이 세워 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노인들도 저렴하게 노인시설의 보건.의료.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계획대로라면 올 7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간 뒤 2007년 본격 도입된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기준으로 537곳(수용인원 3만9903명)인 공공.민간 요양시설은 2011년까지 1468곳(11만148명)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보건복지부 장병원 노인요양보장과장은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원하는 노인이 모두 혜택을 받으려면 2011~2013년은 돼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 몇 년간은 상당수의 노인이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석재은 박사는 "현 세대 노인들은 연금제도나 요양제도 도입의 과도기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요양이 시급한 노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 민간 서비스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환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들을 위한 생계지원 등 종합적인 노인복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한 달에 3만~5만원의 경로연금이 지급되고 있으나 그 액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박사는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의 시행이 예산확보 문제로 지체되고 있다"며 "저소득층 노인들의 우울증 무상상담 및 치료 등 노인자살 예방프로그램만이라도 즉각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승욱(보건통계) 교수는 "일본은 자살자의 유서 등 물증을 기준으로 자살원인을 파악하고 매년 예방대책을 세운다"면서 "이제라도 정부가 자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 우울증 급증 [중앙일보 2005-05-20 06:50] [중앙일보 정선구.정효식.임미진]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에 인류를 괴롭히는 10대 질병 중 하나로 우울증을 꼽는다. 2020년에는 우울증이 심장병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인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60대 이상 노인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03년 11만340명으로 2000년(6만366명)에 비해 82.8%나 늘었다. 경찰은 자살 동기를 병고와 신변 비관, 경제난, 가정불화, 일시적 충격으로만 분류해 통계를 내기 때문에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자살이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의 김기웅(신경정신과)교수는 "임상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자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실제 진단.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우울증 환자가 많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자녀들과의 별거에서 오는 고립으로 인해 깊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문제는 우울증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간혹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데, 그것이 우울증에서 비롯된 증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또 "우울증은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곳곳에 실버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족들도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중앙일보 기사 인용) 부끄러운 노인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2003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65세 이상 노인이 2760명으로, 같은 연령대 10만 명당 71명 꼴이었다. 이 수치는 10만 명당 10명대인 미국이나 호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자살률이 비교적 높은 일본(10만 명당 32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다. 부끄러운 현실이고, 위기에 놓인 노인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노인 인구비율 7% 이상)에 접어든 이후 지난해엔 인구의 8.7%인 417만 명이 노인이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이처럼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 노후에 대한 개인적인 준비나 사회적 인프라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노인 자살이 늘어난 것은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가 낳은 가난과 질병, 외로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했다는 노인은 28%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고, 그렇다고 자식들의 봉양을 받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니 이중의 고통이다. 노인들은 또 9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노인의 8.3%인 34만여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이럴 경우 어지간한 가정도 흔들린다. 노인 자살자의 절반이 병고를 이기지 못해 죽음을 택했다. 노후 복지는 개인도 물론 준비해야 하지만 지역 사회와 국가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 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빈약하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에 대비하는 노인요양보험이 2007년 도입될 예정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노인 일자리나 복지 시설 확충 등 종합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쟁과 가난을 겪으며 나라를 일으킨 세대들이 늙고 병들었다고 버림받아서야 되겠는가. 노인 자살, 뒷짐 진 정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1위라는 통계는 취재팀에도 충격적이었다. 혼자 사는 노인(독거노인)들이 일반 노인들보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세 배나 많다는 분석도 부모와 별거 중인 자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만큼 한국의 노인들은 자녀와 사회, 그리고 국가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었다. 달동네의 한 할아버지는 "이가 없어서 낡은 녹즙기에 밥과 김치를 섞어서 갈아 마신다"고 하소연했다. 가난한 독거 노인들은 한결같이 "사는 것이 지옥이다. 빨리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고통을 자녀들의 불효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본지 보도가 나가자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한다는 40대 독자는 전화를 걸어와 "자식들도 할 말 있다"고 했다. "지난해 어머니는 허리 디스크로,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장기간 입원하셨다. 지금은 전문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는데, 한 달에 300만원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 장인이 중풍을 맞으셨다. 돈도 돈이지만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다." 극심한 외환위기를 거치고, 핵가족화가 가속화하면서 노인들도 자식들도 모두 지쳐 있다. 결국 고령화 사회를 맞아 정부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노인 자살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령별.성별 자살자 수 등 기초 자료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취재팀은 별도로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자살 원인.독거 유무 등을 분석해야 했다. 취재팀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외국 정부 홈페이지를 뒤져 노인 자살률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도하자 한 정부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와 "자료를 어떻게 구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매년 유서 등을 통해 자살 원인을 통계 낸다. 또 직업별, 배우자 유무별, 가족 형태 등으로 종합 분석한 뒤 책 한 권 분량으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한다. 일본의 노인 자살률은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는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태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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