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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 재발을 막을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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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5-06-06
정신분열병, 재발을 막을 수는 없나?
이민수 교수
현재 고려대학교 의료원 안암병원 우울증 센터 소장으로 재직중이십니다.
대학생이던 A 씨는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정부기관에서 자신을 요주의 인물로 감시하고 도청한다는 망상으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여 A 씨는 1달간의 입원 치료 후 퇴원하여 외래를 다니며 다음 학기에 복학도 하는 등 발병 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나 A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외래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고, 자신은 더 이상 정신과 환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차츰 약을 줄여서 먹거나 며칠씩 건너서 먹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을 더 이상 먹지 않게 되었다. A 씨의 부모는 약을 먹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A 씨가 발병 전과 같이 학교를 잘 다니고, 친구들과도 자주 어울려 놀러 다녀서 특별히 약을 더 먹으라고 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A 씨는 다음 해 수강 신청을 하러 학교 컴퓨터에 접속을 하였는데 접속이 잘 되지 않자 다시 정부기관에서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자신의 컴퓨터만 접속이 안되도록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이후로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는 등 증상이 악화되어 부모님에 의해 다시 정신과 병동으로 입원을 하였다.
이러한 일은 비단 A 씨의 경우 만이 아니라 치료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가장 안타까운 일 중의 하나이다.
첫 입원 후 퇴원 당시 증상이 많이 호전되어 외래 통원 치료 만으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성공적이던 A씨와 같은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약을 간헐적으로 먹거나 투약을 중단함으로써 재발하여 재입원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러한 재발의 문제점은 재발이 반복될수록, 병전 기능으로의 복귀가 어려워지고, 치료에 더 많은 시간과 고용량의 약물이 필요하게 되며 재발의 주기가 짧아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환자 개인과 가족들이 받는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매우 크며 실제로 정신분열병 치료 비용의 대부분은 재발과 이로 인한 재입원에 따르는 비용이라고 한다.
정신분열병에 대한 과거의 임상연구에서 보면 104 명의 환자의 5년 동안의 재발율을 분석해 볼 때 첫 회복 이후 5년 동안의 축적된 재발율은 81%이었다. 다시 말해서 정신분열병으로 진단 받은 10명의 환자가 5년에 걸쳐 8명 이상 다시 재발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약물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 재발위험도는 5배 증가한다고 하며 투약을 끊은 지 1년 안에 대부분 재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재발의 가장 큰 원인인 낮은 투약 순응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정신분열병의 경우 스스로 원해서라기보다 가족들의 권유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어 막상 본인은 치료의지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급성기에서 회복된 후 약물의 작은 부작용이나 불편감에도 쉽게 투약을 중단하게 된다. 또한 매일 약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결함이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여 스스로 문제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투약을 그만두기도 한다. 이러한 병에 대한 이해부족 외에도 매일 약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실제로 일상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빼먹지 않고 약을 챙겨서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부득이하게 약의 복용이 일정치 않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신분열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치료 받는 본인이나 주변 가족들에게 재발을 잘 하는 병 자체의 특성이나 약물 유지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치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약을 안정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항우울제의 경우에는 "weekly"제제라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투약을 하면 약효가 일주일을 갈 수 있도록 하여 매일 약을 챙겨먹어야 하는 어려움을 덜고 있고 물 없이 입에만 넣으면 녹는 제형도 개발되어 있다. 정신분열병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물에 닿으면 바로 녹는 무색, 무취의 제형이 개발되어 입안에만 넣으면 바로 흡수가 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경구제제의 경우 반감기가 12-24 시간 정도로 하루 1-2회 분복하여야 해서 하루 중 체내 혈중 농도가 일정치 못한데 비해, 근육주사제의 경우 일정한 속도로 근육 내에서 약효가 유리됨으로써 항상 일정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주사제제는 약효가 2-4주까지 지속되므로 매일 투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1979년에 시행된 전형적 항정신병 약물의 경구제제와 주사제제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 2년내 재발율이 주사제제의 경우 경구제제보다 50% 이상 감소하였다. 이는 간헐적인 경구제제의 복용보다는 일정 농도로 꾸준히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주사제제가 재발 방지에 더욱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이다. 그러나 할로페리돌과 같은 전형적 항정신병 약물 주사제제의 경우 부작용이 생겼을 때 약물 농도를 급성으로 조절할 수 없는 점이 큰 제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여 새로 등장한 비전형적 약물(리스페리돈 콘스타 등)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경미하여 근육 주사시에도 장기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Erickson 등이 Risperdal consta 1년 장기 임상연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재입원율 확률이 전형약물의 평균은 37%, 비전형약물의 경우 25%인데 반해 콘스타는 17.6%로 감소하였다. 콘스타를 투여 전과 투여후의 평균 입원 기간을 비교하여 보면 85.4일에서 45.5일로 45.9%나 감소하였고, 입원 일수의 총합을 비교하여 보면 무려 63.8%나 감소하였다. 연구 결과를 전체적으로 요약해보면 콘스타 사용시 외래환자에서 방문의 필요를 현저히 낮추었으며 입원, 부분입원의 필요도 낮추었고, 응급실 방문회수도 현저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주에 한번씩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현재 4주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약물(할리페리돈)도 개발중이다. 지속성 주사형 비전형적 항정신병 약물(Long-acting injectable atypicals)은 향후 정신분열병의 장기적 치료에 있어서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외에도 환자와 가족이 재발이 임박한 징후를 알고 빠른 조치를 취하여 재발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재발 경고 징후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여 사전에 경고 징후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이런 증상이 생기거나 가족에게서 관찰되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여 효과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담당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여 재발 경고 징후를 알아내는 것도 재발 방지에 필수적이다. 또한 지역사회 정신재활프로그램은 환자의 사회적 직업적 적응능력을 향상시켜 삶의 질을 현격히 높일 수 있다.
정신분열병은 극복할 수 없는 불치병이 아니다. 병 자체에 대한 교육과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이해, 각자에게 맞는 투약 방법의 선택을 통해 정신분열병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적이지만 조절할 수 있는 하나의 질병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신건강길라잡이에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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