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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젊게 하려면 과도한 행동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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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5-07-21
뇌 젊게 하려면 과도한 행동 피하라
‘나’는 ‘뇌’고, ‘뇌’는 ‘나’다. 따라서 내가 늙는다는 것은 뇌가 늙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젊게 살고 싶어 한다. 뇌를 젊고 활기차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젊고 활기찬 뇌를 갖고 있다는 것은 뇌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기관을 젊고 활기차게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뇌가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최고사령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심장병을 갖고 있다면 병에 관한 책을 읽거나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심장병을 치료하고 악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런 행동은 바로 뇌가 작동하여 이루어지는 일인 만큼 우리의 사령관이 건강해야 말단의 병졸까지 잘 지휘하여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높은 수준으로 뇌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숨은 쉬고 있으되 그 ‘인간’ 앞에는 ‘식물’이라는 말이 붙게 되는 것이 이런 까닭이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것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오묘한 기능을 하면서 최고의 효율성을 갖고 작동되고 있는 것을 들라하면 주저없이 뇌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뇌도 점차 나이가 먹으면서 노화(老化)를 겪는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다음 몇 가지 설명은 가능하다.
우선 세포가 나이를 먹거나 손상되어 수명을 다하면 새로운 세포를 다시 만들어내기 위해 유전자 안에 프라이머라는 복제기를 사용하게 된다. 이 복제기를 받치고 있는 부분을 텔로미어라고 하는데 텔로미어는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만큼 짧아진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이 텔로미어의 길이는 정해져 있는데 새로운 세포를 많이 만들수록, 즉 나이가 들수록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것이 노화로 나타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세포를 만들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노화에 대한 가설은 산소에 관한 것인데, 바로 ‘활성산소’라는 나쁜 물질에 관한 것이다. 활성산소는 일반적인 산소분자에 에너지가 가해져서 생성된 것으로, 스모그 등 나쁜 공기에 많이 섞여 있다. 문제는 젊었을 때는 이 활성산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많이 나오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양이 적어진다는 점이다. 몸안에 활성산소가 많아지면서 이로 인해 세포가 손상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은 새로운 세포를 많이 만들려고 하고 그럴수록 더 빨리 텔로미어를 소진하게 되어 노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설로 볼 때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활성산소를 적게 만들거나 분해효소의 활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선 활성산소의 생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따라서 과식과 과도한 운동, 과도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나 분노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일군의 호르몬을 촉진시켜서 갑자기 극도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하고 이 때 과도하게 사용되는 산소에서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된다. 중용과 절제, 이해, 용서, 관용의 미덕이 품위 있는 노년의 덕목임은 물론 건강한 뇌를 유지하고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또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이 있는데 비타민 C, E나 색깔 있는 야채, 붉은 포도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방과 염분을 줄이고 육류보다는 콩, 생선, 유제품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V 시청보다 독서가 좋아
노년기에 생기는 주요 뇌질환으로 치매를 들 수 있다. 치매란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독일 의사의 이름을 붙인 알츠하이머병이 제일 유명하다. 70대에서는 대개 10명 중 1명, 85세 이상에서는 4명 중 1명이 이 병에 걸린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국가, 아니 인류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는 사소한 기억력 저하에서 시작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뇌에서 비정상 단백질인 아미로이드를 이상(異常)생산해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발병 초기에 빨리 발견하여 치료하면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요즘은 4~5가지 정도의 알츠하이머 치료약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기억력과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기억력을 유지하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면서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약물들이다. 이 외에 비타민 E, 호르몬 제제(에스트로겐 등), 니코틴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이외에 뇌의 혈관성 질환(뇌졸중 등)에 의한 치매도 아주 많은데 이는 악화요인을 조절하여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치료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노년기의 우울증은 과거에는 치매와 별개의 것으로 여겼으나 서로 동반하거나 서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치매의 치료와도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노년의 우울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우울증은 생물학적인 뇌의 병이고 미흡한 인식과 편견 때문에 높은 치료율에도 불구하고 홀대를 받는 질환이다.
노년기의 우울증은 신체증상으로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내과적 검사로 발견되지 않는 신체증상이 생길 때는 우울증을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노년기에 신체질환을 가진 사람의 25~40%가 우울증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한 병으로, 노인기에서는 무기력과 이로 인한 기력저하, 자살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날카로워진 감정 때문에 가족과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80대에 자살한 노인 5명 중 1명은 자살 당일에 의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니 우울증을 인지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문적인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10명 중 7~8명에게 효과가 있다.
이 외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모든 증상이 뇌와 관련된 문제이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낮잠은 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되며, 쉽게 노여움을 타고,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도 떨어져 주위 사람이 자신을 피하게 하고 스스로를 짜증스러워 하는 등의 성격변화 등이 모두 뇌의 노화와 관련돼 있다. 뇌의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나 이를 지연시키고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년의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 몇 가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우선 적당한 운동이다. 운동은 근육의 힘과 균형, 비만 예방, 심장과 폐의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런 일반적인 이득 이외에 운동은 기억력을 유지시켜 주고 우울증을 치료하며 치매의 예방에도 아주 중요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운동은 기억력과 가장 밀접한 뇌 부위인 해마를 강화시키고 항우울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뇌를 활발히 사용하고 뇌에 자극을 주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TV를 보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대신 독서, 게임, 강연회, 음악회 등에 참석해보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정기적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만나 수다도 떨고 적당히 조언도 해보자.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빠질 수 없는 노년기의 핵심 사업이다. 자손에게 꼭 필요한 일이지만 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을 하면 뇌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그야말로 존중받는 노년이 될 수 있다.
전성일 전성일정신과의원 원장
( 주간조선 기사 인용)
인간 두뇌는 책 2000만권 저장할 수 있는 컴퓨터
''초고속 반도체''스냅스가 기억 저장…계산·저장 한곳서 처리해 학습할수록 능력 좋아져
도마뱀도 개도 사람도 모두 뇌를 갖고 있는데, 뇌의 어떤 특징이 사람을 사람답게 할까? 낙지나 오징어, 곤충 등의 뇌는 신체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다. 그러다가 진화의 단계에서 척추동물에 이르자 온몸에 흩어져 있던 작은 뇌들이 등 쪽으로 모이게 되면서 척추 속에 있는 척수라는 한 가닥의 커다란 뇌를 만들게 된다. 척추동물의 진화 초기 단계에서 뇌는 단순한 신경세포가 모인 혹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척수의 앞 끝 부분이 더욱 비대하게 되어 마침내 지금처럼 뇌다운 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인간의 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파충류 단계를 거치면서 뇌간(腦幹), 포유류 단계를 거치면서 구피질(舊皮質), 영장류 단계를 지나면서 신피질(新皮質)이 차례대로 진화해 현재와 같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 3개 층을 이렇듯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생명체가 인간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뇌의 3층 구조가 오늘날 인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간은 뇌 진화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부위로 파충류도 갖고 있다. 그래서 뇌간은 ‘파충류의 뇌’ 또는 ‘원시뇌’라고도 불린다. 파충류형 뇌는 인간의 생존에 기본적인 호흡이나 섭식과 같은 일상적 행동의 조정에 관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구피질은 신피질 안쪽에 있는 층으로 하등 포유류의 뇌와 비슷한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 부분을 일컫는다. 대뇌변연계는 시상(視床),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 등으로 구성되며 성행위와 같은 인간의 본능적 충동과 정서를 다스린다.
포유류가 진화되어 영장류가 출현함에 따라 뇌에는 마지막으로 신피질이 발달했다. 그래서 신피질은 ‘영장류의 뇌’로 불리며 진화의 역사가 가장 짧다. 뇌간과 대뇌변연계가 사람의 동물적 본능을 지배하는 원시적 뇌라면, 뇌의 90%를 점유하는 신피질은 원시적 뇌를 통제하여 인간적 이성을 지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성의 힘이 순간적으로 약화될 때마다 원시적 뇌가 주도권을 잡게 되고 그러면 신피질이 통제를 시작한다. 그러나 신피질의 지나친 통제는 생명력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상태는 뇌의 3층 구조가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는 때다.
그렇다면 원숭이와 인간은 똑같이 신피질을 갖고 있는데 왜 서로 다른 것일까? 인간의 신피질은 인간에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보다 3배나 크다. 인간의 신피질 영역의 수는 이제까지 조사된 어떤 영장류보다도 많다. 두개골의 화석을 볼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대뇌는 인간 대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언어령도 없었던 것 같다. 이 대뇌피질(대뇌 표면을 덮고 있는 회백색 부분. 신피질·고피질·구피질의 3종류로 구성돼 있으며 고피질과 구피질을 합쳐서 변연피질이라고 한다)에서 일어난 영역의 확대와 첨가가 분명히 인간이 가진 복잡한 지성(知性)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인간의 두뇌를 소유하게 된 까닭이다.
뇌는 왜 굉장한가
뇌는 왜 굉장한 것일까? 그 답은 뇌가 몸의 기관이면서 단순한 하나의 기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이 하는 고차원적 기능은 모두 뇌가 맡고 있다. 우리의 몸에는 간이나 신장, 심장, 폐 등 다양한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은 그 기관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이에 비해 뇌는 정보를 받고 그것을 처리하며 출력하는 기관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몸 전체 기관들의 조절센터로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듯 기관끼리의 정보교환도 뇌가 조절하고 있다.
뇌에는 뉴런과 그 크기의 10배에 달하는 글리아 세포가 있고 이들이 긴밀한 세포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뉴런은 독특한 모양의 신경세포로 대뇌피질에만 140억개가 있고 뇌 전체로는 1000억개나 있다. 뉴런은 많은 돌기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축색(軸索)이라고 불리는 긴 돌기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하나의 축색이 다른 신경세포와 접속하는 부분이 시냅스로, 하나의 신경세포에는 5000~1만개의 시냅스가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경세포는 5000~1만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이 연결 부위는 ‘시냅스 간극’이라는 작은 틈새를 두고 있다. 뇌에 들어온 정보 즉 뉴런의 전기신호는 시냅스에서 화학신호로 바뀌어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돼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는 과정을 거친다.
인간사회에서 사람이 서로 대화를 통해 사회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뇌신경계에서는 다양한 이들 세포가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세포끼리 ‘악수’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 연락 수단으로서 시냅스를 통한 정보전달이 있고, ‘언어’를 사용한 정보전달로서 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에 의한 방법도 있다. 이 세포끼리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개체의 행동뿐 아니라 개체 사이의 관계까지도 제어하는 고차원적 기능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등동물의 경우 뉴런의 수가 적고, 어느 세포가 어느 세포와 연락하는지를 유전자가 엄격하게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뉴런의 수가 늘어나면 자유도(degree of freedom·주어진 조건하에서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정도)가 늘어나 많은 연락이 가능해진다. 사람의 뇌, 특히 대뇌피질은 진화의 과정에서 뉴런의 수가 압도적으로 늘어나 높은 자유도를 획득했다. 그 가운데서 환경에 적응하여 도움이 될 만한 ‘회로’만이 남게 된다. 어떤 뉴런의 덩어리에서 다른 덩어리로 연락이 전해진다는 식의 큰 테두리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연락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 완전히 같은 유전자 세트를 가진 일란성 쌍생아가 자라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의 신경 회로망은 유전자의 지배를 넘어선 것이다.
뇌는 얼마나 똑똑할까
인간의 두뇌 속 정보량을 비트로 환산하면 약 100조에 해당하는 10의14제곱비트의 정보가 된다. 이걸 영어로 쓰면 2000만권(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의 장서 수)의 책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이것은 유전자 정보량의 1만배에 해당한다.
뇌는 매우 불충분한 정보에서 출발하여 대단히 복잡한 것으로 성장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습이다. 예컨대 물체를 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신경회로는 유전자 정보로 완성되지만 물체를 보는 기능은 학습을 통해 얻어진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와의 정보처리 차이도 학습능력의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계산하는 장소도 뉴런, 또 계산한 결과도 뉴런의 연결로서 저장된다. 계산을 하는 장소와 기억을 하는 장소가 하나로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에서 계산을 하고 그 계산 결과는 메모리 등에 저장한다. 계산하는 장소와 기억하는 장소가 별도로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산을 하는 데 필요한 기억은 그때마다 기억장치에서 호출해야만 한다. 이것은 컴퓨터 스스로 자동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컴퓨터에 학습을 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모두 인간이 프로그램해야만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계산하는 장소와 기억하는 장소가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계산을 하면 할수록 학습에 의해 더욱더 잘 계산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학습하는 기본적 프로세스는 유전자에 쓰여 있다.
뇌의 정보처리 특징은 가설을 세우는 능력에 있다. 컴퓨터는 충분한 정보에서 옳은 답을 유도하는 데 능숙하다. 그러나 뇌는 불충분한 정보에서 직관에 따라 확실한 듯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그 가설을 현실과 비교·검증하여 차이가 있으면 그것을 피드백하여 가설을 수정함으로써 더욱 확실한 답을 유도해나간다.
뇌와 컴퓨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처리 방식에 있다. 컴퓨터는 아무리 우수한 것일지라도 처리내용과 수속(process)이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으로 주어져야만 한다. 뇌는 경험학습형이어서 반복되는 자극이나 강한 자극을 받으면 정보처리 네트워크가 자동적으로 형성된다.
뇌는 놀랄 만큼 분주하게 신경화학적 반응을 행하고 있다. 뇌의 회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어떤 인공적 회로보다 훌륭하다. 뇌는 사물에 대해 생각해내는 것 이상의 많은 일을 한다. 비교하고, 종합하고, 분석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산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체의 유전인자가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뇌의 도서관이 유전인자 도서관의 1만배가 넘는 거대한 것이 된 까닭이다.
뇌는 어떻게 정보를 인지할까
우리는 항상 방대한 양의 시각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하고 선별하고 있다. 사과를 보았을 때 어떻게 그것이 사과라는 것을 알게 될까? 시각정보는 처음에 대뇌의 가장 뒤쪽에 있는 ‘제1차 시각령’이라 불리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모든 정보가 시각의 상하좌우의 위치에 대응하여 세밀하게 나누어진다. 오른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와 왼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 선분의 기울기나 길이, 움직임, 빛깔이나 밝기 등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처리된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정보는 ‘어느 각도로 기울어진 아주 짧은 직선’과 ‘색깔’이라는 식의 단 2가지 요소로 분류되어, 제1차 시각령 앞쪽에 있는 8개의 시각령에서 단계적으로 통합되어 간다. 그리고 대뇌의 측두엽에서 최종적으로 보고 있는 물체가 사과라고 인식한다.
달릴 때의 뇌 작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달리면서 ‘저 나무까지 달리자’ ‘피로하니 좀 천천히 달리자’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먼저 왼쪽 다리의 장딴지 근육에 힘을 주고 지면을 차면서 오른쪽 팔을 앞으로 흔들고…’ 등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달리기 시작하면 여러 근육이 자동적으로 균형있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렇듯 운동에 관계하는 뇌의 영역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 팔이나 다리 근육은 척수에서 뻗은 운동뉴런으로부터 나온 자극에 의해 수축되는데 이를 제어하고 있는 것이 대뇌 두정엽의 ‘1차 운동령’이다. (대뇌는 각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정보를 통합하는 각 부위의 느슨한 연합체, 즉 연합령으로 나뉠 수 있다. 연합령에는 전두연합령 운동연합령 두정연합령 측두연합령 후두연합령 등 다섯 가지가 있다.)
1차 운동령이 몸에 보내는 지령의 내용은 다시 그 앞쪽에 있는 ‘고차 운동령’에서 결정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운동의 준비단계에서 고차 운동령은 운동의 내용을 기획하고 구성한다. 그를 위해 자신의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대뇌연합령으로부터 받고, 체내 상태에 대한 정보는 대뇌변연계로부터 얻는다. 그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른 운동을 하도록 1차 운동령에 지령을 보내는 것이다. 인간의 뇌 안에 펼쳐지는 뉴런의 세계에도 사람의 사회가 무색할 정도의 피라미드형 사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뇌는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은 무엇을 보거나 들었을 때 그것을 외웠다가 훗날 어떻게 기억해내는 것일까? 기억의 장(場)이 뇌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세포 수준, 분자 수준에서의 메커니즘은 아직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다만 기억은 뉴런의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기억의 메커니즘은 ‘신경회로망의 변화’인데 이는 시냅스의 가소성(可塑性) 작용이라 할 수 있다. 힘을 가하면 변형된 형태를 계속 유지하는 점토처럼 우리가 겪는 경험은 시냅스가 지닌 가소성에 의해 기억으로 뇌 안에 새겨지고, 그 기억은 뇌 안에 고정되어 있다. 모든 뇌의 기능은 뉴런과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일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두뇌 속의 초고속 반도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뇌 전두엽 앞쪽에 자리하는 ‘전두연합령’도 기억에 작용한다. 가위를 찾으려고 옆방에 들어갔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린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게다. 여기에는 ‘워킹메모리’(작업 기억)라는 전두연합령의 기능이 관계하고 있다. 워킹메모리는 단기기억의 일종으로 ‘행동을 위하여 쓰여지는 기억’이다. ‘가위를 찾는다’는 행동을 하기 위해 ‘가위’에 대한 기억을 워킹메모리에 넣어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다. 워킹메모리란 뇌 안에서 암송(暗誦)을 계속하는 것과 같은 기능이다.
전두연합령은 눈이나 귀를 통해 얻은 주변상황이나 몸의 내부환경(현재에 대한 정보), 미래의 예정(미래에 관한 정보), 기억이나 지식(과거에 관한 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다. 그 같은 막대한 정보 가운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을 골라 그것을 일시적으로 보존해둔다(워킹메모리).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이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한다. 전두연합령은 워킹메모리를 중심으로 뇌 전체를 제어하는 통제센터인 것이다.
한편 수영이나 자전거를 배우는 것처럼 몸으로 익히는 운동의 기억은 대뇌가 아니라 소뇌의 몫이다. 소뇌만의 독특한 점은 에러(error) 신호를 전달하는 전용회선을 갖고 있다는 것. 처음 테니스나 피아노 학습을 할 때는 대뇌피질에서 의식하고 연습을 한다.
하지만 잘못하면 고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에 소뇌 속에서 회로가 정리되고 원활한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연습단계에서는 대뇌와 소뇌는 병렬로 작동한다. 어떤 행동에 에러가 생기면 그 정보가 시각이나 청각, 통각에 의해 인식되고 에러 신호로서 소뇌에 전달된다. 그러면 그때 작동하고 있던 운동을 위한 회로가 닫히게 된다. 적합하지 않은 움직임을 하는 회로를 하나하나씩 닫아감으로써 소뇌 안의 회로가 정리된다. 우리의 운동에 실수가 생기면 쓸데없는 운동을 유도한 소뇌의 시냅스가 회로에서 사라지고 남은 시냅스만이 숙련된 움직임을 실현한다.
대뇌가 다루는 사고는 의식하게 되지만 소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전개된다. 구구단 외우기처럼 학습이 진행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사고는 소뇌가 대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현재 소뇌 연구 분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뇌 지도(B rain Map) 탐구, 게놈 프로젝트에 이은 최후의 미개척지
베일 벗는 뇌의 비밀
‘최후의 미개척지’라는 뇌과학(Brain Science)은 지금 가장 활기 넘치는 연구분야의 하나다. 인간의 끝없는 탐구욕은 신비에 싸였던 뇌의 비밀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최근의 뇌 연구 성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글리아(glia) 세포의 중요성을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뇌 연구는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신경세포, 즉 뉴런의 연구에 집중해왔다.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특화된 기능을 가진 뉴런이 ‘뇌의 주인’으로 대접받았다. 반면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 등을 구성하는 글리아 세포는 신경세포들이 얽힌 회로망을 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지만 소홀히 다뤄져 왔다. 뉴런과 같은 전기적 흥분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뉴런의 작용을 돕지만 정보 전달을 담당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글리아 세포는 전기적이 아닌 화학적 흥분을 일으키는 세포임이 밝혀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뇌 속에 퍼져 있는 글리아 세포의 일종인 ‘성상교세포(星狀膠細胞)’의 네트워크가 뉴런의 네트워크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음이 알려져 글리아 세포는 뉴런과 나란히 뇌의 주역으로 도약하고 있다. 뉴런과는 또다른 정보전달 체계가 뇌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밝혀진 신경전달물질 100가지 넘어
뇌 속 호르몬의 정체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인간의 마음이 곧 뇌 속 호르몬의 작용에 다름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뇌 과학자에 따르면 사람이 평화로움을 느낄 때 반대로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각기 다른 호르몬이 뇌 속에서 나온다. 평화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과, 분노는 ‘노르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사랑을 하거나 쾌락을 느낄 때는 ‘도파민’이라는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 나오는 것이 밝혀졌다.
시냅스를 매개로 뉴런끼리 연결된 신경회로망에서 전기신호는 시냅스에서 화학신호로 전환됐다가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는데 각종 호르몬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면서 동시에 뇌의 작용에 관여하고 있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물질의 발견은 인간의 마음이 뇌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각종 정신질환의 치료에도 새 장을 열고 있다.
좌·우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도 심화되고 있다. 좌·우 뇌의 차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이후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간질병 환자의 뇌에서 우반구와 좌반구를 연결하는 다리, 이른바 뇌량의 한가운데를 절단한 결과 우반구에서 일어난 발작이 좌반구에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좌뇌와 우뇌가 별개라는 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좌뇌는 읽고 쓰고 계산하는 논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반면 우뇌는 그림이나 음악 등의 감성적 세계를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좌뇌와 우뇌의 신경회로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연구센터의 오카모토 히토시 박사, 아이자와 히데노리 박사와 런던 대학의 스티브 윌슨 박사 등의 공동 연구팀은 물고기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 신경 회로망이 좌뇌와 우뇌가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였다. 연구팀이 관찰한 제브라 피시라는 열대어의 경우 좌뇌와 우뇌에 한 쌍씩 있는 ‘하베눌라’라는 부분의 신경회로가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금까진 좌·우 뇌의 차이가 인간 특유의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좌·우 뇌의 차이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전체 척추동물에서 폭넓게 보인다고 한다.
죄·우뇌 신경회로 서로 달라
남성과 여성의 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전하고 있다. 대체로 남성 뇌의 표면적은 여성보다 10% 정도가 넓고 기능과 작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예컨대 여성의 좌·우 뇌는 남성보다 더 긴밀히 상호작용을 하고, 언어능력을 좌우하는 영역의 작용이 더 활발하다. 반면 남성의 뇌는 이성과 감정의 영역이 여성보다 확실하게 구분돼 있고 기계적 추론과 공간지각 능력 등이 여성보다 뛰어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3월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두뇌 크기와 그 작용 등은 차이가 있지만 환경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최근 뇌 과학 연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남성과 여성의 뇌에서 지능을 담당하는 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주목을 받았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리처드 하이어 박사는 지난 1월 신경학전문지 ‘뉴로이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지능과 관계된 부위는 남성은 뇌의 회색질(gray matter)에 많고 여성은 백색질(white matter)에 많다”고 주장했다. 회색질은 대뇌반구의 바깥쪽 표면을 싸고 있는 곳이고 백색질은 그 안쪽에 있는 부위로, 회색질 가운데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남성이 여성보다 6.5배 많고 백색질에서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많다는 것이다.
또 남녀간에는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분포도 달라 남성은 회색질의 지능 담당 부위가 뇌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는 반면 여성은 대뇌의 앞쪽인 전두엽에 국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진화 과정에서 지능과 관련해 두 가지 형태의 뇌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뇌에 대한 탐구는 뇌를 복제하려는 ‘야심(野心)’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IBM은 스위스 로잔공대(EPFL) 두뇌정신연구소와 함께 세계 최초로 정밀한 컴퓨터 뇌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블루 브레인(Blue Brain)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연구는 영장류의 출현과 함께 발달해온 대뇌 신피질과 닮은 컴퓨터 모델을 만드는 것. 신피질은 인간 뇌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언어, 기억, 분석, 판단 등 뇌의 가장 복잡한 기능을 담당한다.
2050년 인간의 의식 다운로드
이 프로젝트 연구책임자인 헨리 마크램 로잔공대 교수는 “IBM의 수퍼컴퓨터 블루진을 이용해 2~3년 안에 3차원 신피질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1차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기초로 감정을 담당하는 구피질, 원초적 본능을 담당하는 뇌간 등 뇌의 다른 부분으로 모델링 작업을 확대해 10년 안에 인간 두뇌 전체에 대한 컴퓨터 뇌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두뇌의 작동 과정을 완벽히 재현해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함으로써 두뇌의 신경회로 이상으로 발생하는 각종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연구의 목표다.
인간의 뇌에 도전하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21세기 중반에 가면 심지어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이언 피어슨 브리티시텔레콤 (BT) 미래학 팀장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2050년이면 인간의 의식을 수퍼컴퓨터로 다운받아 저장할 수 있으며 2075~2080년까지는 이 기술이 널리 보급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영혼불멸의 시대가 과학의 발달로 도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를 복제하고 뇌의 기능을 대체하려는 이 같은 노력이 아직은 뚜렷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뇌를 비슷하게 흉내낼 수는 있지만 뇌와 똑같은 것을 만들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신비한 부분이 너무 많다.
예컨대 기억작용의 경우 뇌에서 이뤄지는 것이 명확하지만 어떤 세포와 시냅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비밀에 싸여 있다. 기억이 어떤 세포에 어떻게 저장되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면 기억이 손상되는 질병인 치매의 치료도 가능해진다.
기억의 메커니즘에서 또 규명돼야 할 것은 어떻게 인간의 기억이 지워지느냐는 부분이다. 인간의 뇌가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면 뇌 기능 자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지만 뇌는 한번 기억한 것을 적극적으로 잊게 하는 메커니즘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시각정보, 운동정보가 뇌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지되느냐는 것도 아직 연구의 초보 단계에 와 있을 따름이다.
인간의 뇌가 뛰어난 것은 유전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학습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학습이 불가능하지만 뇌는 학습이 가능하다. 여기서 불가사의한 것은 뇌세포도 간이나 심장세포처럼 원래 1개의 수정란이고 완전히 같은 유전자의 세트밖에 갖고 있지 않은데 왜 뇌세포만이 유전적 제약을 넘는 ‘독특함’을 획득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것 역시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인간의 뇌는 과학의 도전을 거부할 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다. 우리 뇌 속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이것은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수와 맞먹는 규모다. 하나의 뉴런은 이웃해 있는 수천 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돼 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감을 잡을 수 없는 장대한 세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움직이고 팽창하는 또 다른 우주가 바로 우리의 뇌다.
인류가 개가를 올린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를 조사하여 어디에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를 밝히는 이른바 ‘지도 만들기’였다. 다음은 뇌다. 1000억개가 넘는 뉴런이 만들어 내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뇌 지도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할까. 완벽한 뇌 지도를 그리기 위한 인류의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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