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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포럼―민성길] 왜 편 가르기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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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08-05
[여의도 포럼―민성길] 왜 편 가르기를 하는가? 분리라는 정신기제를 잘 사용하는 환자가 정신과에 입원하면 치료진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기 쉽다. 그들은 곧잘 환자와 치료진,의사와 간호사,레지던트와 교수 사이를 이간질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환자들은 회진 시간에 “선생님,저의 진실을 듣고 싶으시면,저 간호사들은 여기서 나가도록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간질이란 대상을 두 집단으로 분리하고,한편은 좋다고 하고 다른 한편은 나쁘다고,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편 가르기를 곧잘 한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사람일수록 보다 세련된 이유를 대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사회적 차원에서도 분리 현상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어떤 사회에서든,적과 동지를 구분하고,같은 편끼리는 우정과 의리를 지켜야 하고,상대편은 타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중간은 허용되지 않고,타협은 비겁한 행동으로 간주하는 그런 개인이나 조직이 있다면,그들은 분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한 집단이 전적으로 나쁘거나 전적으로 좋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흑백으로 분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 하면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즉 분리는 개인이 불안한 상태에 직면하여 자기 체면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정신기제 중 하나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동시에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둘을 분리하여 좋은 면은 자기 것으로 하고,나쁜 면은 무의식적으로 외부로 투사하여,타인에게 그런 나쁜 것이 있는 것으로 치부하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 예를 들면,나는 좋은 사람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으나,그가 날 미워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리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분리는 대상을 분리하게 만들고,결국 사회 전체로 분리가 확대되어 나간다. 분리는 건강한 행동방식이 아니다. 우선 분리 때문에 극단적 애증의 대인관계나 심한 편견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폭력과 같은 극단적 감정이 표출된다. 그런 인격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느 집단에 들어오면,그 집단이 여간 지혜롭지 않은 한,그리고 여간 상호신뢰가 높지 않은 한,결국 그 한사람 때문에 구성원간에 편이 갈리고 의심과 싸움이 야기되고 결국 그 집단은 파국을 맞는다. 이런 장애는 치료하기 쉽지 않다. 분리란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이 편하고자 사용하는 기제이기 때문에 자신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따라서 치료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에 의한 혼란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분리를 자신의 영웅적인 또는 비극적인 역할로 자부하기도 한다. 어쨌든 치료의 핵심은 무의식화된 자신의 부정적 요소를 드러내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긍정적인 자아와 통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의식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자신 속에 숨겨져 있는 불안,욕망,미움,분노,폭력성 등이 폭로되는데 따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추어진 자신을 통찰함으로 보다 완전한 존재로 통합되는 과정을 자기실현이라고 부른다. 치료자에게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게 신뢰를 보이는 것이다. 왜냐 하면 환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도와주려는 사람도 자극하여 그의 마음도 분리되도록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치료자가 지면,치료자의 마음도 분리되어,나는 좋은 치료자인데 환자가 워낙 나쁘다고 보게 되어(그 반대도 가능하다),치료가 실패하기 쉽다. 이 현상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볼 수 있는데,타협 또는 협상의 실패과정이 바로 그러하다. 사회가 분리를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가는 것은 개인보다 더욱 어렵다. 집단이 되면 개인일 때보다 더욱 이기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도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것에 관한 두려움을 상대편이 인정해주고,그 극복을 우정으로 격려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고도의 사회적 기술을 요한다. 사회적 통합이란 개인에 있어서와 유사하게 감추어져 있는 부분이 드러나 이미 드러난 부분과 통합되어 전체가 광명정대하게 되는 것이라 본다. 사회의 발전이란 결국 분리로부터 다양성의 인정,공존 그리고 통합으로 향한 인위적인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진실의 발견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일관된 신뢰와 사랑,이런 말들이 편 가르기의 극복과 통합에 관련된 키워드들이다. 민성길(연세의대 교수) ( 국민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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