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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한 수험생’ 맘편히 수능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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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5-08-05
기고]‘열심히 한 수험생’ 맘편히 수능봐라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볼 때 가장 안쓰러운 것을 것 중 하나는 사춘기, 즉 가장 아름다워야 할 청춘시절에 시험공부에 시달린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문화유산의 하나인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전통적 교육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 나라가 어려웠을 때에도 좋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지금도 입시열기라는 현상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인생에서 힘든 고비는 때를 따라 다가오는 법.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왔기 때문에 그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할 일만 남았다. 이제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침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일까. 우선 부모나 선생님들, 또는 주변의 어른들이 수험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분명히 해주거나, 그러한 가치관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태도로써 보여줄 필요가 있다.
첫째, 인생에는 힘든 고비가 몇차례 있게 마련이다. 월드컵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여 예선·결선 등 숱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같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쉽고 편한 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러다보면 성숙할 기회를 놓친다. 성숙이란 고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류 공통의 경험이자 지혜이다. 공부나 그 공부의 결과에 대한 시험은 힘든 것이기는 하지만, 당당히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고비이다.
둘째, 위기를 당했을 때 눈을 똑바로 뜨고 직시하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공포는 그 대상을 파악하게 되면 사라진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이치와 같다. 공포나 불안은 그 대상에 대해 모를 때, 회피하려고만 할 때 악화된다. 연구에 의하면 무서워서 가슴이 뛰는 것이라기보다 가슴이 뛰기 때문에 무서워진다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도가 침착하면 공포는 느껴지지 않는다.
셋째, 시험에 대한 불안은 운동경기나 경연대회 등 모든 평가에서 그러하듯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수능에 실패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입시는 끝장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현재의 입시는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충분히 긴 인생의 과정에서 중간평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중간점검은 문제점을 수정·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필자가 정신과 의사이니만큼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몇가지 기술적인 방법을 조언하고자 한다. 자고 깨고 먹는 것을 평소처럼 규칙적으로 유지할 것, 커피·안정제(수면제) 등은 피할 것, 시험장에 미리 가보고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할 것, 시험 전날은 충분히 자둘 것, 당일 아침에 식사는 가볍게 할 것, 내내 조용한 마음을 유지할 것, 식구들과도 가볍고 간단한 대화만 할 것, 준비물은 미리 전날 준비하여 당일 아침 부산스럽지 않도록 할 것, 시험장에 미리 일찍 도착할 것, 시험장에서도 친구들과 대화를 적게 하고 가상문제에 대해 토론하지 말 것, 시험장 주변의 소란스러움에 대해 묵살할 것 등이다.
만일 현장에서 불안해진다면 응급으로 조처할 만한 기술은 다음과 같다. 심호흡을 몇차례 해볼 것, 주먹을 얼마간 꽉 쥐었다 풀면서 온몸의 힘을 빼는 행동을 수차례 해볼 것, 마음 속에 좋아하는 산과 호수 같은 평화스러운 장면을 그려볼 것, 실패한 경험보다 성공했던 자랑스러웠던 경험을 기억해볼 것, 문제를 읽고 답하는 구체적 과정을 미리 마음에 상상해볼 것, 나는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다짐을 해볼 것 등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결과가 어떠하든 이 시험이라는 도전을 침착하게 극복하고, 인생에서 더욱 성숙해져가기를 기원한다.
〈민성길/연세대 의대교수·신경정신과〉
( 경향신문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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