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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부문에도 시장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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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5-08-10
보건의료 부문에도 시장원리를
이종철·삼성서울병원장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형평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무엇을 먼저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정부의 역할과 규제가 어느 부문보다도 강한 보건의료부문에서 이러한 논의는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가진다는 건강권으로 대변되는 ‘형평성’과, 개인의 사유재산과 선택에 대한 보장으로 달성될 수 있는 자본주의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충돌하기에 이런 논쟁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제는 두 측면의 조화로운 타협점을 모색하여 충돌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복리후생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소득 간 의료이용과 건강상태의 차이는 엄존한다. 그 차이는 무엇보다도 의료 이용시의 높은 본인부담금에 기인한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진료비의 약 40% 이상을 환자 본인이 직접 지불해야 하는 현 공공보험하에서는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재정적 위험은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암과 같이 비급여 진료가 많은 중증질환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높은 본인부담금은 ‘저부담·저급여’로 대변되는 낮은 건강보험료와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정부의 적은 재정지출에 기인한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급여 수준을 높이고 본인부담 수준을 낮춤으로써 저소득층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현재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출은 OECD 국가 평균 지출의 약 50% 수준이므로 이 역시 확대해야 한다.
‘저부담·저급여’에서 이제는 ‘적정부담·적정급여’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물론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당장 정부로서도 정치적 부담을 안는 정책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유발하는 보험료 인상에 찬성할 이유는 없다. 또한 국민도 공공보험의 급여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보험료만 올린다는 인상을 주어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한 시기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와 설득을 통해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현재 공공보험 외에 암보험 등의 건강 관련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국민의 약 40%에 육박하는 현실을 보면, 공공보험이 실질적인 건강보험의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추가 지출 용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보건의료 부문의 효율성은 우선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물론 원활한 시장 메커니즘을 위한 정부의 규제와 인센티브는 그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필요하나, 지나치면 좋지 않다. 공급자인 의료기관이 효율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같은 수준과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만 있을 때 소비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공급자의 기술도 향상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리법인의 인정, 의료시장의 개방,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 등은 이러한 측면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을 더욱 부채질할 것인가? 공공보험이 국민건강의 파수꾼으로 자리잡는다면 보험료 저항은 크지 않을 것이다. 국민 저항의 근원은 무엇보다도 현재의 보험료 수준에 상응하는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공공보험의 비효율에 있지,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욕구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기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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