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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 약(藥)인지 독(毒)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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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칼럼]''의료정보'' 약(藥)인지 독(毒)인지
▲ 노영무·고려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소장
고혈압과 협심증, 뇌혈관 동맥경화로 약물 치료를 받아오던 50대 남자 환자의 얘기다. 그는 의료정보를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거기에서 소개된 뇌혈관질환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방송에 나온 의료기관을 찾아갔다. 그 정밀검사가 자신의 질병 상태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검사가 있는데 왜 자기는 이제까지 그런 검사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지 못했는지 의료진을 원망했다. 하지만 검사 후에 그가 받은 처방약은 자신이 원래 복용하고 있던 약과 같은 것이었고, 치료는 그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밖에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그 말에 실망하고 다시 나에게 찾아왔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이처럼 대중매체에 노출된 의료정보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검사를 받은 것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진료 자료를 갖고 있는 주치의와 상의 없이 단지 대중매체의 의료정보를 그대로 따랐다는 점이 아쉬운 것이다.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정보의 대량유통이다. 의료정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대중매체가 의료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대중매체의 의료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빠른 속도로 파급된다는 데 있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의료정보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 쓰이면 유익한 결과를 주지만 잘못 이용되면 해가 된다. 예컨대 두부가 훌륭한 건강식품이라고 소개될 경우 일반인에게 그 말은 맞지만, 만성신장병 환자들에게는 두부의 칼륨 성분이 신장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진료행위와 관련된 의료정보는 전문성이나 기술적인 내용 때문에 환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 가치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제공되는 압축되고 짧은 단발성의 진료행위 정보는 자신의 질병과 관련시켜 이해하려는 환자들의 심리와 맞물려 정보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우(愚)를 낳는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검사나 시술이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것이지만 환자들은 방송에 노출된 특정병원에서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굳이 그곳에 가서 중복 진료를 받는 일도 적지 않다.
따라서 대중매체 특히 방송매체는 진료행위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교육적인 의료정보나 의학지식을 쉽게 전파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그야말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근거 있는 조언이나 상담, 잘못된 의학상식을 바로잡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그 범위를 벗어난 진료행위 정보는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진료실에는 특정 검사나 특정 약물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대중매체에 소개된 것들이다. 이 경우 의사들은 그 검사나 약물이 환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도 환자가 원하는 것을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 결국 환자의 요구대로 검사를 하게 되면 대부분 무의미한 결과로 끝난다. 이는 쓸데없이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의사들의 판단 영역에 속하는 전문지식을 하나의 압축된 정보로 갖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부작용이다.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생활의 지혜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정보는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반드시 검증을 받는 것이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는 또 다른 생활의 지혜이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의료정보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담당의사의 판단에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보는 그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정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도 의사와 환자는 자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조선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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