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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CEO'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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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의사 CEO''시대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의학박사
최근 ‘코스닥의 여걸(女傑)’로 화려하게 등장한 의료 벤처기업 메디포스트의 CEO 양윤선 사장. 그는 안락한 의사생활을 접고 메디포스트를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생명과학기업으로 키우느라 여념이 없다. 병든 세포를 새 세포로 갈아주는 줄기세포 치료법은 10년 후 한 해 의료시장 규모 300조원에 이를 미래 의학의 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생명공학 ‘블록버스터’(대형 히트작) 의약품을 만들어 메디포스트를 화이자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로 키우는 것이 그의 꿈이다.
양 사장이 이 사업에 겁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 혈액 성분을 검사하고 그것을 정제해 보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제대혈(탯줄혈액)은행이었다. 신생아의 제대혈을 돈을 받고 보관했다가 아기가 나중에 백혈병 등에 걸렸을 경우 제대혈을 치료용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일종의 생명공학 보험 상품인 것이다.
그는 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서울의대 수석 졸업과 성균관의대 교수라는 명성을 뒤로한 채 직접 홍보물을 들고 전국의 산부인과를 누볐다. 외판원으로 오인받고 쫓겨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약속을 잡아주지 않는 병원 원장을 만나기 위해 외래 진찰권을 끊고 진료를 가장해 만난 것도 수차례이다. 결국 그는 제대혈은행 사업을 성공시켜 그 바탕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생명공학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의사 CEO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생명공학의 종착역인 환자 치료에 전문 지식을 지닌 의사들이 생명공학 비즈니스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는 생명공학 벤처인 마크로젠을 창업한 서울의대 서정선 교수도 같은 케이스이다. 그는 게놈(Genome) 프로젝트 붐을 타고 자신의 전공인 유전자 이식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여 숱한 위기 끝에 회사를 중견 기업으로 키웠다. 이 밖에 최근에 등장한 생명공학 벤처 이노셀·셀론텍·마이진·진뱅크·마리아바이오텍 등도 모두 의사들이 이끌고 있다.
‘의사 CEO 현상’은 이미 미국 BT산업에서는 일반화된 일이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인 제넨텍·바이오벡스 등에 의사들이 CEO로 포진하고 있으며, 줄기세포 관련 기업에 생명공학 연구 선두 그룹인 스탠퍼드·위스콘신대 의대 교수진이 CEO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의사들이 ‘먹여 살려야’ 한다. 생명공학 기술의 선두 그룹에 속한 한국이 경제 가치 창출의 최종 종착역인 의료 실용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장차 BT산업으로 우리가 먹고살 수 있다는 희망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
60~70년대는 우수한 인재들이 섬유공학·화학공학·기계공학 등에 몰려가서 한국의 제조업을 일으켰다. 80~90년대는 전자공학·컴퓨터공학에 수재들이 진출하면서 지금의 IT산업을 번창시켰다.
요즘 41개 의과대학에 전국의 인재들이 지나치게 몰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머리 좋게 태어났고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집안에서 자랐다. 그런 사회적 혜택을 받은 의사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에만 머문다면 그건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그런 의사들만 있다면 ‘바이오 코리아’는 헛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제 의사들이 생명공학의 전사(戰士)로 나서야 할 때다.
( 조선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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