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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 지금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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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10-26
[비만 1000만명 시대]''''살과의 전쟁'''' 지금 시작합시다 ''''21세기 전염병''''위험한 한국…해마다 40만명씩 ''''뚱 뚱''''… 청소년도 22% 복부지방 많은 한국인 사망률 높아 의료비등 한해 손실 4조원… 예방 서둘러야 각종 질병 속수무책, 美선 하루1200명 숨져 [조선일보 임호준, 이지혜 기자] 서울아산병원 4층 건강증진센터. 키 165㎝, 몸무게 117㎏인 김모(19)군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다. 계기판의 빨간 글씨가 가리키는 속도는 시속 3.5㎞. 아기가 걷는 정도의 속도지만 김군에겐 무리였다. 얼굴과 이마는 홍시처럼 붉어졌고 굵은 땀방울이 연방 흘러내렸다. 김군은 채 5분도 안 돼 ‘스톱’ 스위치를 눌렀다. 비만 치료를 위해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한 그는 정상 보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고도 비만으로 인해 지방간이 악화돼 간 기능도 현격히 떨어졌다. 키 167㎝, 체중 133㎏인 박모(40)씨는 최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위 절제수술을 받았다. 고도비만 때문에 생긴 당뇨가 인슐린 주사로도 조절되지 않았고 혈압도 높아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체중을 견디지 못해 ‘다리 정맥류’(정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로 정맥이 파열되는 바람에 다리는 항상 피멍이 들어 있다. 정상 보행도 불가능한 상태여서 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후 수단으로 그가 택한 것은 위 절제 수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 O)가 21세기 ‘신종 전염병’ 중 하나로 규정한 비만이 우리 사회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비만율(과체중 포함)은 매년 1.6%포인트씩 높아져 연간 40만명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비만율은 1998년 26.3%에서 2001년 30.6%로 증가했다. 올 연말 결과가 발표될 2004년 조사에선 5%포인트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질병관리본부 조인호 박사팀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비만율도 22.3%에 달한다. 바야흐로 ‘비만인 1000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중, 각종 암 등을 유발 또는 악화시켜 생명을 단축시킨다. 미국에선 하루 평균 1200여명, 연간 30만명 정도가 비만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올해 3월 일리노이대 올센스키 박사팀은 광범위한 역학조사 결과를 미국 최고권위 학술지(NEJM)에 발표했다. 그 중에는 비만이 미국인의 평균 수명을 9개월 정도 단축시키고 있으며 최대 5년까지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가 들어있다. 비만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각하긴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산백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경도(輕度) 비만이라도 당뇨병과 고혈압 발생률이 정상 체중보다 각각 2배와 1.5배 높았다. 체질량지수(㎏/㎡·몸무게에서 키의 제곱을 나눈 값)가 25~29.9이면 경도비만, 30~34.9는 중등도비만, 35~39.9는 고도비만, 40 이상은 초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연구를 담당한 일산백병원 오상우 교수는 “한국인은 내장에 지방이 끼는 복부지방이 많아 체질량지수가 25만 넘어도 30이 넘는 외국인과 사망률이 비슷하다”며 “최근 고혈압과 당뇨가 급증한 이유도 비만의 증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가 1998년 국민영양조사결과를 토대로 비만 치료에 쓰이는 직접 비용을 계산한 결과 1조17억원에 달했다. 비만의 급속한 증가와 의료비 상승률을 감안하면 2005년 현재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강 교수는 추산했다. 여기에 살을 빼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거나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하는 등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비만으로 인한 손실은 약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의 경우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직접비용은 1170억달러(약 117조원),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2000억달러(약 200조원) 수준이다. 강북삼성병원 비만클리닉 박용우 교수는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중심으로 외국 영화에서나 보는 초고도비만이 급증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서구 국가들처럼 비만을 일으키는 음식의 TV 광고를 금지하고 비만 치료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비만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과의 전쟁'' 지금 시작합시다 뚱뚱하면 가난해질 확률 높다 학력·생활수준 낮을수록 비만비율 높아 비만→가난→비만 악순환 국가가 끊어야 비만은 한 사람의 경제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비만이 부자병이란 건 옛날 얘기. 저소득층의 비만 실태가 훨씬 더 심각하며, 한편으론 비만한 사람은 가난해질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만 전쟁을 시작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팀이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평균 가구 소득이 50만원 이하인 저소득 계층의 비만 유병률은 47.01%였으나, 101만∼200만원인 계층은 26.4%,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인 계층은 20.44%로 밝혀졌다. 비만과 경제력 사이에 역(逆)의 상관관계가 성립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수준별로도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인구의 19.54%가 비만이었지만, 중졸 학력인 경우 34.71%, 그리고 초등학교만 졸업한 경우에는 41.64%가 비만이었다. 지역별로는 도시(28.28%)보다 농촌(35.62%) 거주자에게서 비만이 더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소득·교육 수준별 비만 발생 격차가 남성보다 훨씬 더 컸다. 강 교수는 “소득·교육 수준이 높으면 비만에 대한 경각심도 높고, 또 그만큼 건강 관리에 더 투자하지만, 저소득층에선 이런 비용 지출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일, 그리스, 호주에서도 이와 동일한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저소득층 비만이 심각한 이유는 ‘비만 탈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가공 식품은 대개 열량이 아주 높아 비만을 일으킨다. 반대로 영양은 풍부하고 열량이 낮은 과일, 채소, 생선, 살코기 등은 상대적으로 매우 비싸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비만 관리를 위해 전문가를 찾는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는 “살이 찌지 않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고소득층에겐 별 부담이 되지 않지만, 저소득층은 생계가 우선”이라며 “저소득층 비만은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비만을 방치하면 이들이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같은 각종 생활 습관병을 얻게 되고, 국가는 이들의 질병 치료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저소득층 비만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비만한 사람은 앞으로 가난해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경우 비만한 여성의 평균 임금은 정상 체중인 여성의 임금보다 2.3∼6.2% 낮으며, 비만한 남성은 정상 남성보다 0.7∼3.4% 더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자골스키 박사가 동창생 2000명을 20년간 추적한 결과, 정상 체중인 동창들의 평균 임금은 비만한 동창생들에 비해 2배나 더 높았다. 인제의대 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 교수는 “비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 때문에 취업도 힘들고, 취업하더라도 대개 소득이 낮으며, 승진 기회도 잃기 쉽기 때문”이라며 “비만이 가난을 대물림하고 가난이 다시 비만을 부르는 악순환은 국가가 나서서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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