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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원인, 딱 꼬집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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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10-29
[과학칼럼] 병의 원인, 딱 꼬집을 수 없는 이유 얼마 전 흡연 경력이 있는 특정 폐암 환자의 경우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은 물론 여러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흡연이 건강을 해칠 수 있고 당연히 금연을 권해야 한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이 특정 폐암 환자의 흡연을 발병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 못한다는 견해에 놀라움을 표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의학의 문제라기보다는 논리의 문제이다. 필자는 이 논란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질환의 발생 원인(병인)은 명백한 경우도 있으나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원인을 안다고 해도 그 수준이 천차만별임을 설명하고자 한다. 1905년에 노벨상을 받은 코흐(Koch)는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환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질환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로부터 그 미생물을 검출해 분리 배양할 수 있으며, 그 미생물을 동물에 감염시켰을 때 같은 증상을 보이고, 다시 그 동물로부터 해당 미생물이 검출돼야 한다고 했다.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어떤 환자가 상당한 외상을 받아 그 부위에 골절이 생겼다면 시간적.공간적.경험적으로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상의 정도, 골절의 부위와 모양, 환자의 뼈와 전신 상태 등이 흔히 보는 소견과 다를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모호해진다. 질환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생하고 발병 기전마저 모르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각 환자의 경우 외상은 골절의 원인이라는 일반론을 떠나 일일이 요인들을 살펴 인과관계 유무와 연관 정도를 추정해야 한다. 현대 의학에서도 병인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인을 밝히기 위한 노력으로 환자의 유전자.단백질 등의 이상을 찾아보는 미시적인 방법이 있고, 환자군과 비환자군을 비교해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차이점을 찾는 등의 거시적인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이용해 병인을 새로 밝히거나 그 이해의 수준을 높인다. 미시적인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와 유전자 조절의 이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대량으로 분석하고 비교하는 기술이 개발돼 연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신물질 정보 때문에 이를 정리하는 생물정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생겼고, 조각조각의 생명 정보로는 신비로운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모든 정보 조각을 모아 컴퓨터에서 시스템을 만들어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야도 생겼다. 거시적 방법도 유용하다. 환자군과 비환자군과의 차이점, 위험 노출군과 비노출군 사이의 질환 발생률 비교 등을 통해 병인을 찾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가 흡연과 폐암 발생과의 관계다. 특정 그룹에서 특정 질환이 빈발하면 그 그룹의 특성에서 미시적 병인 연구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거시적 연구에서도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A그룹에서 B그룹보다 유의하게 특정 질환 발생률이 높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A가 병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환자 개인의 수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 위암 발생률이 미국보다 높다고 하자. 한국의 특정 위암 환자가 자신의 위암 원인이 한국에 살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한국에 살면서 위암과 무관한 사람도 많고 다른 나라에서도 위암 환자가 발생한다. 전 세계의 의학자들은 발병 기전을 좀 더 수준 높게 이해하고자 오늘도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왕규창 서울대 의대 학장 ( 중앙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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