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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편견을 깨자] 무지개 정신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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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11-22
[정신질환 편견을 깨자] 무지개 정신치료 35세의 정신분열병 남자환자가 있었다. 20대 초반에 발병했으니 10년이 지난 만성환자였다. 그는 외래로 오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앉아 있다가 약 처방을 받고는 꾸벅 인사만 하고 나가버렸다. 어느 봄날이었다. 그는 여전히 진료를 받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잘 지내느냐고 묻고는 진료기록지에 ''특별한 변화 없음''이라는 말과 함께 28일치 처방을 적은 후 나는 다음 환자 진료기록지를 펼쳤다. 이제 그만 나가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그런데 평소와 달리 그가 일어나지를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요?"라고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래 창가로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그와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한참이 흐른 후에-실제로는 1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가 정적을 깼다. "외롭습니다,선생님."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내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진료를 마치고 왜 당황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 환자를 증상의 틀 속에 매몰시켜 놓은 채 습관적으로 대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그에게 가장 기본적인 대화의 기술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매번 10초도 안 되는 진료를 한 죄책감이 내 무의식 속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1년간 한 달에 한 번,숙제까지 내주는 개인교습을 하자 그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처음 개인교습을 시작할 때 그의 삶은 컬러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이었다. 밥 먹고 약 먹고 자고,또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그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세 박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A4 용지에 1시간 간격으로 세분화한 일일 활동표를 내어 주면서 밥 먹고 약 먹고 자는 것은 까만색으로 색칠하고 나머지 활동은 다른 색으로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온통 시꺼멓게 채워져 있던 A4 용지에 어느 날부터 빨강,파랑,노랑이 하나씩 칠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면 빨간색을 칠하고,하루 30분 걸으면 파란색을 칠하고,또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노란색을 칠하고…. 나는 A4 용지가 무지개와 같이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지는 그 찬란한 과정을 그와 함께 즐겼다. 환자의 삶을 흑백사진에서 무지개와 같은 컬러사진으로 만드는 것,환자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그것이 정신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나는 새삼 깨달았다. 김철권 부산시 정신보건센터 소장(동아대병원 정신과 교수) ( 부산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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