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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대한민국…연말 병원 응급실은 ‘취객’들이 점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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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12-23
술에 취한 대한민국…연말 병원 응급실은 ‘취객’들이 점령 중 ○… 대한민국이 술에 취했다. 바깥 기온이 섭씨 영하10도 아래로 떨어진 18일 새벽2시 서울 목동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한눈에도 만취상태로 보이는 30대 남성이 119구급대의 이동침대에 누운 채 응급실로 급히 실려왔다. 동공반응이 없었고 혼수상태인 이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진의 손놀림은 바빠졌다. 의료진은 즉시 입안 이물질을 제거하고 호흡 유지를 위해 기도삽관 조치를 했다. 단층촬영 결과 다량의 출혈이 발견됐고,이 환자는 곧바로 3층 수술실로 옮겨졌다. 환자의 부인으로 보이는 30대 여성의 울부짖음이 응급실을 가득 메웠다. 회사원 임모(35)씨로 밝혀진 이 환자의 동료는 횡설수설하는 어투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옆자리에 있던 패거리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싸움을 벌이다 난간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로부터 5분 뒤 임씨와 싸웠다는 김모(25)씨 일행이 이곳을 찾아왔다. 임씨와 싸우는 과정에 뒤로 넘어져 목뼈를 다쳤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목 보호대를 대주는 것으로 1차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김씨를 돌려보내고서야 응급실은 잠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한밤의 고요함은 5분을 넘기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넘어져 이마가 1㎝남짓 찢어진 채 이곳을 찾은 김모(42·여)씨는 아픔을 호소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의료진은 간단한 지혈과 소독을 마친 뒤 “술이 깨고 날이 밝으면 다시 병원에 가보라”라는 설명을 던져줬지만 김씨와 동행한 만취 상태의 50대 남성이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는 게 말이 돼냐”며 접수 직원들에게 고성을 질러댔다. 새벽 3시를 넘어서자 만취상태로 보이는 한 30대 여성이 실려왔다.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이송을 돕는 구급대원의 손을 깨물고 수액 주사를 놓으려는 간호사를 할퀴는 등 소동을 부리다 진정제를 맞고서야 안정됐다. 응급실 입구에선 앰뷸런스를 대신해 만취상태의 취객을 응급실로 실어온 택시기사가 요금을 받지 못했다며 취객과 취중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전날(17일) 밤9시부터 이날 새벽4시30분까지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모두 36명. 이 가운데 ‘술’과 관련돼 이 곳을 찾은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취객들이 응급실을 점령한 것이다. 날이 밝아오자 응급실 밖 보호자 대기실을 서성이던 동료 취객들도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듯 응급실에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서울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김기범 전공의는 “이달초부터 취객 환자가 부쩍 늘었다”며 “연말이 되면 항상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라고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병원 응급실의 한 간호사는 “취객에게 맞아보지 않은 응급실 의료진은 한명도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응급실 공간을 연말마다 취객들이 점령하는 것은 말그대로 국가적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올해도 대한민국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한 채 한해를 넘기고 있다. 국민일보기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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