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 1180px 이상
너비 768px - 1179px
너비 767px 이하

고객참여

[정신질환 편견을 깨자] 병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02-2204-0104
  • 등록일 :2006-01-31
[정신질환 편견을 깨자] 병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산일보 2006-01-31 12:12] 30대 공무원인 한 남자가 부인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 외래를 찾아왔다. 부인의 말에 의하면 6개월 전에 위궤양으로 부분 위절제술을 받은 후부터 사람이 달라졌다. 수술을 받고 나서부터는 매사 의욕을 보이지 않고 직장에도 나가지 않으려 하며 간간이 죽고 싶다는 말도 한다고 한다. 환자와 면담해 본 결과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수술은 아주 잘 되었다. 수술 전에는 위의 통증 때문에 자주 고통스러웠지만 수술 후에는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않았고 식사도 양만 줄었을 뿐이지 여러 가지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2주 정도 복용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4주 후부터는 좋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것입니다. " 항우울제를 처방하면서 나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말했다. 약속한 4주가 지났지만 환자는 여전히 우울 증세를 보였다. 8주가 지나자 오히려 내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약으로 바꿔봅시다. "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그로부터 전혀 예상치 않은 반응이 날아왔다. "처음부터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제 실수였어요." "실수라뇨? 수술을 받은 게 어떻게 실수라는 말입니까?"영문을 몰라 하는 나에게 그는 자신이 왜 우울증에 걸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는 회피성 성격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항상 다른 사람이 나를 거부하면 어떡하느냐,혹시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잘못 말하거나 행동하면 어떡하느냐 하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판이나 비난을 받거나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는 가능한 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해왔다. 그런 점에서 위궤양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그는 위궤양을 내세웠고,사회적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지만 만나기 싫을 때도 위장병 핑계를 대었다. 기분이 상해도 위장병 탓이고,불확실한 감정에 휩싸여도 위장병 탓이었다. 위궤양에 의지하여 살아온 환자에게는 위장병이 아주 편리하고 믿음직한 존재였다. 그런데 위절제술로 위궤양이 완치되자 환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든든한 방패막이가 사라졌고 더 이상 변명거리가 없어졌다. 환자는 불안을 느꼈고 그래서 우울증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병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 가지 병은 다른 병에 대한 방어 작용을 하고,더 나쁜 상황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이 환자는 회피성 인격 성향에 대해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자 호전되었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고는 어떠한 치료도 결코 환자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다. 김철권 부산시 정신보건센터 소장(동아대병원 정신과 교수)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