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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함, 학기초부터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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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2-18
[의학칼럼] 산만함, 학기초부터 잡아야 (조선일보 기사 인용) ▲ 이소영·부천순청향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초등학교 2학년 ‘민석’이는 어릴 적부터 유명한 장난꾸러기였다. 엉덩이에 모터가 달린 듯 하루 종일 부산히 움직였고, 장난감도 유별나게 한 가지를 오래 갖고 놀지 못했다. 조심성이 없어서 자주 다쳤고 부모님 말도 잘 안 듣기 일쑤였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고 장난을 쳐대는 통에 수업분위기를 흐린다고 자주 담임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민석이와 같은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경우 “어려서는 다 그래”,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 등의 막연한 낙관론이 우세하다. 얼핏 보면 철들면 좋아질 법하다. 하지만 산만함으로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학업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부모들이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집중해서 잘 하는 것을 보고 주의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주의력의 잣대는 그 아이 수준에 맞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얼마만큼 잘 해내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때 두세 시간 꼼짝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집중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초등학교 6학년 ‘승철’의 경우를 보자. 이 아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인데 게다가 운동이나 취미활동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내내 스스로 숙제를 한 적이 별로 없었고 갈수록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려웠다. 최근에는 하루 종일 TV에 빠져서 지냈다. 승철이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부산스럽고 가만히 있지를 못했으나 크면서 과잉행동은 줄고 주의력결핍과 충동적인 면이 두드러졌다. 이럴 때 자칫 철들어서 조용해졌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아이의 뇌는 주의력 결핍이 점차 고착되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승철이는 약물 치료를 받고 좀 더 긴 시간 동안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 점차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도 늘어났고 시간 관리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 동안 산만하고 무능력한 아이로 낙인 찍힌 자존심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주의력이 중요해진 이유는 시대 환경과 관련이 있다. 인류가 사냥을 해서 먹을 것을 조달했던 때에는 산만한 사람이 적이나 위험한 동물이 가까이 오는 것을 제일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민석’이와 ‘승철’이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산만한 것이 별로 문제가 안 됐을 뿐만 아니라 ‘유능한’ 아이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래 아이들 30~40명을 한 방에 몇 시간씩 앉혀 놓고 많은 지식을 가르치는 현대식 ‘학교’는 주의력과 행동 통제를 잘 해야 적응이 가능하다. 이제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의 주의력 집중은 ‘유능한’ 학생의 필수 요건인 것이다. 따라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도 초등학교 저학년에 발견하여 빨리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문제점을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으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담임 교사하고도 이 문제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장애는 대부분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양육 잘못으로만 탓할 필요가 없다. 얼마 있으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내 아이의 주의력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소영·순천향의대 부천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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