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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 다투는 응급환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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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3-09
분초 다투는 응급환자도 "무조건 큰 병원으로" 서울 가다 숨넘어간다
[조선일보 기사인용]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5173명 분석
뇌졸중 입원한 절반이 지방환자 목숨 담보로 ''''고속道 도박'''' 여전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전라북도 전주시에 사는 설모(여·66)씨는 작년 5월 새벽,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에 시달리다 잠에서 깼다. 그는 아침 9시가 넘어서야 인근 의원을 거쳐 전북대 병원으로 실려갔다. 진단은 급성심근경색증. 혈전(血栓·피딱지)이 좁아진 관상동맥을 막아버린 것이다.
전북대 병원에서는 관상동맥 확장술을 시도하려 했다.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이다. 그때 설씨와 가족들은 병원이 못 미더웠는지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겠다”고 고집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3시간 넘게 달려 겨우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급성 심근경색 치료 ‘골든 타임’(증상 발생 후 6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잘 치료받고 멀쩡히 걸어나올 수 있었던 그는 아직도 심근경색증 후유증으로 심부전(心不全) 증세를 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박모(여·68)씨는 ‘자격 미달’인 구급대원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그는 집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신 뒤 면도칼로 손목을 그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자 가족들은 “그렇다면 평소 다니던 큰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환자는 과다출혈로 인한 극심한 저혈압에 빠져있었다. 병원 측은 “구급대원이 혈압을 한번만 쟀더라도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서울아산병원 응급센터의 응급환자 5173명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여전히 후진형(後進型)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3시간 이내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할 뇌졸중 등 급성신경마비 질환자 346명 가운데 제시간을 지켜 응급실에 도착한 경우는 29.9%에 불과했다.
특히 뇌졸중으로 응급센터에 온 환자 2명 중 1명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환자였다. 생명을 고속도로에 맡기는 이른바 ‘고속도로 도박’을 낳는 서울-대형병원 선호증’은 자칫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시도별로 운영 중인 권역별 응급의료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특히 구급대원의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을 선정한 경우도 8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경기도 이천의 정모(42)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자 보호자들은 인근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마친 후 “큰 병원으로 옮기자”고 성화를 부렸다.
결국 원하던 큰 병원에 도착했지만 진료의뢰서나 소견서를 지참하지 않아 의료진은 그가 해독제를 얼마나 썼는지, 위 세척을 어느 정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오히려 환자를 위급 상황에 빠뜨렸다.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조규종 전문의는 “즉시 전문적인 처치가 이뤄져야 할 중증 응급환자가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고령·흡연·고혈압·당뇨환자 응급상황 대처요령 숙지해야
◆서울아산병원 임경수(林慶秀) 응급센터 소장=응급의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적절한 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서울, 대형병원 선호를 없애려면 특별한 근거 없이 응급환자가 임의로 장거리 이송을 할 때 보험혜택에 제한을 주거나 의료기관 승인없이 이송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고려대병원 심혈관센터 김영훈 교수=응급의료에서 병원 선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사전 대응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흡연자,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의 위험 인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고(高)위험그룹은 자신에게 언제든 응급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조기 검진과 함께 초기 증상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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