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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酒流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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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3-17
非酒流의 넋두리 [조선일보]칼럼 술을 거의 못 마신다. 무슨 신념 때문이 아니라 체질상 그렇다. 가령 2시간 동안에 맥주 반 컵을 마시면 만취(滿醉) 상태가 된다. 의사에게 물었더니 몸에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인 ALDH가 거의 없단다. 조금이라도 ‘과음’하면 생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경고도 들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인 중에 처지가 비슷한 비주류(非酒流)가 10% 정도 있다니 같은 ‘마이너리티(少數者)’ 입장에서 위로가 된다. 하지만 힘겹게 사는 마이너리티다. 마이너리티가 강제로 폭탄주를 돌리는 술자리에 앉게 되면 외딴 밤길에 무장강도 서넛을 동시에 만난 심리가 된다. 남들보다 무능하다는 자괴감,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뒤범벅된다. 물론 부러움도 섞여 있다. 술의 순기능(順機能)을 익히 알고 있고, 주변에 인간적 매력이 뛰어난 애주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다. 술 앞에는 우파와 좌파, 부자와 빈자,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별로 없다. 오직 술 잘 먹는 다수와 술 못 먹는 마이너리티만 있다. 그래서 폭음으로 인한 실언과 실수에 대해 집단적으로 일치된 ‘반성’이 나올 수 없으며,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인당 독주 음주량이 1~2위를 다툰다. ‘악마는 인간을 방문하는 일이 너무 바쁠 때 자기 대신 술을 보낸다’는 속담이 있다. 술김에 살인을 하고, 술김에 막말을 내뱉는 장관에다 술김에 친딸을 성폭행했다는 아버지까지 나왔다. 산업장 사고의 20∼25%는 음주관련 사고다. 90년대 말 어느 자동차 업체에선 벌건 얼굴로 작업하는 근로자도 있었다. 소주 한 병이 체외로 방출되는 데 12시간 걸리니, 상당수 직장에서는 오전에 취중근무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도 얼마 전 ‘폭탄주 금지’를 선언했지만 지금은 흐지부지다. 어느 고위임원은 회식자리에 앉자마자 참석 숫자만큼의 폭탄주부터 돌리기로 유명하다. 음주로 인한 인명피해가 연간 3만명이 넘고 매년 20조원이 넘는 비용이 지출된다. 국방예산이나 경부고속철 건설비가 매년 술 때문에 사라진다. 태풍이나 가뭄 피해가 이 정도였다면, 정부가 가만 있었을까. 폭음 자체에는 여전히 관대하면서 폭음이 야기한 부작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분위기도 묘하다. 최근 ‘급성 알코올 중독’ 때문에 실수한 국회의원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행동 자체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여당이나 야당이나 폭음문화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의지는 별로 없다. 한국의 폭탄주 문화를 외국인들이 흉내 낸다고 무슨 ‘한류(韓流)의 확산’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스코틀랜드의 몰트위스키 업체인 글렌피딕을 방문했을 때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현지 안내원이 “한국은 폭탄주에 사용하는 블렌디드위스키 수입이 세계최대라지만, 이제 몰트위스키도 가장 많이 수입할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표시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도심 뒷골목에서 술 먹고 토하거나 비틀거리는 사람을 볼 때면 답답하다. 미국이라면 당장 정신병원으로 데려가 알코올 중독자로 치료할 것이다. 술이 전혀 없는 삭막한 사회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제하며 마시는 음주문화를 보고 싶은 것이 마이너리티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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