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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치레 5년만에 25%가 ‘가계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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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3-27
병보다 병원비가 더 아파요…병치레 5년만에 25%가 ‘가계파산’ [한겨레 기사 인용] 신장병으로 26년째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정정진(51)씨는 1987년까지만 해도 어엿한 관리직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만성 신부전으로 그는 직장을 잃었고 합병증마저 겹쳤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막대한 치료비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가계 파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정씨는 정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됐다. 신장·심장·호흡기 장애 등 내부기관 장애인들의 ‘의료 파산’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백근(경상대)·윤태호(부산대) 교수가 26일 내놓은 내부기관 장애인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233명)의 24.9%가 장애 전에는 건강보험 가입자였다가 장애 뒤에는 의료급여를 받아야 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장장애 쪽은 54.1%가 이에 해당했다. 장애 후 의료보장 자격이 바뀌었다고 답한 내부기관 장애인들에게 변동 원인을 물어보니 열에 아홉꼴(88.9%)로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 때문’이라고 답했다. 장애 전·후의 ‘사회 계층’ 변동 여부를 분석한 결과, 중위계층의 경우 장애 전에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59.3%였으나 장애 뒤에는 43%로 떨어졌다. 반면에 하위계층은 31.3%에서 50%로 많아졌다. 이는 내부기관 장애인들의 가계에 의료비 부담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장애 질병이 발생한 뒤 의료급여 대상자로 바뀌는 기간은 평균 약 65.8개월이었으며, 이들이 질병을 앓은 기간도 평균 17.3년에 이른다. 내부기관 장애인들은 장애 치료가 생명 유지의 유일한 수단이어서 치료비를 계속 지출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질병 때문에 소득이 없거나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결국 ‘가계 파탄’으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정백근 교수는 “정부가 장애인 범주를 내부기관 장애 영역으로 확대시켜 놓고도 정작 이들에 대한 의료보장책을 마련하지 않아 많은 내부기관 장애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비 지원 가장 시급 [한겨레] 내부기관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료서비스 지원이다. 대체로 지속적인 치료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건강보장 대책은 주로 신체 기능 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따라서 정백근·윤태호 교수팀은 관련 법을 고쳐 이들을 중증질환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암환자 등 중증질환자는 법정 진료비의 10%만 본인이 내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개선되더라도 각종 의학적 검사, 소모성 의료기기, 선택진료비 등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개선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급여 항목은 오롯이 장애인 자신들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도 중요하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2008년부터 시행될 노인수발보장법 급여대상에 장애인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질병·장애 이중고에 ‘더러운 병’ 낙인까지 [한겨레] 내부기관 장애는 장애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그 고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병과 장애를 함께 짊어진 탓에 내부기관 장애에 따른 치료와 보조를 계속하지 않을 경우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삶의 질도 현저히 낮아진다. 일부 장애는 올바른 사회인식의 부족으로 ‘더러운 병’이라는 낙인마저 찍혀 사회활동에 큰 제약을 받기도 한다. 호흡기 장애 2000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진단받은 진교영(41)씨는 1998년부터 폐렴을 앓았지만 바쁜 회사 일정 때문에 해열제로 버텼다. 병세는 계속 악화됐고 2001년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부인의 수입과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호흡기 장애인에게 이동하는 것은 사치”라고 했다. 집에서 산소발생기구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산소발생기구는 한달에 임대료가 보통 25만원. 하루종일 틀어놓으면 전기요금이 30만원 정도 나온다. 한달에 생명 유지를 위해서만 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셈이다. 산소발생기구는 집에서 사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간질 장애 김성미(45)씨는 대학 1년 때 간질이 발병한 뒤 어머니와 10년여 동안 기도원에 들락거렸다. ‘귀신이 들어 생긴 병’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 증상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뒤에야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호전된 상태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졌다. 사회활동을 해보려 했던 김씨는 번번이 차별의 벽에 부닥쳐야 했다. 부동산 텔레마케터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럽게 일했지만 직장에서 발작 증상을 보인 다음날 “아픈데 그만 집에서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간질은 병 중에서 가장 더러운 병으로 낙인찍혔다”며 “유독 간질만 수치스럽고 창피한 병인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장루 장애 장루장애인 이진호(45·가명)씨는 결혼 전 앓았던 궤양성대장염으로 1987년 대장을 모두 들어내고 영구 장루시술을 받았다. 배꼽 옆쪽에 낸 구멍으로 변이 배출된다. 결혼할 때 이씨는 시술 사실을 처가에 알리지 못했다. 장루장애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 때문이다. 이씨는 “항문의 위치가 바뀐 것뿐인데 지저분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배에 똥주머니를 달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때문에 자식들에게도 숨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씨 주변의 장루장애인들은 이런 이유로 늦게까지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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