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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20년 뒤에 치매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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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20년 뒤에 치매에 걸립니다”
[한겨레21 기사 인용]
[한겨레] 예고 없이 찾아와 정신을 갉아먹는 알츠하이머병, 퇴치할 길은 정말 없는가… 일반인의 뇌를 스캔해서 이후에 발병한 징후를 사전에 발견하는 연구 진행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의과대학에서 전시하는 표현주의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73)의 자화상은 어딘가 이상하다. 뇌를 갉아먹는 알츠하이머(치매)의 흔적이 화폭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이다. 발병 초기의 자화상에서는 공포와 고립감이 묻어난다. 다시 그것이 저항과 부끄러움 등으로 이어졌다가 붓 자국만 남은 자아 상실로 마무리된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창작능력이 훼손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발병에서 마지막 작품까지의 기간은 5년이었다. 그 뒤 어터몰렌은 일체의 창작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의사소통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현재까진 치매가 주요 원인으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와 서서히 정신을 갉아먹는 알츠하이머. 노화가 진행될 즈음에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알츠하이머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어버린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츠하이머 발병은 가족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뾰족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든 알츠하이머로부터 자유롭다는 진단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그저 알츠하이머가 찾아오지 않기를 ‘요행수’로 바라거나 더디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국내에서 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유헌 교수팀(치매정복연구단)은 “장기적 스트레스가 치매 모델 형질전환 마우스의 기억과 인지기능을 훨씬 일찍, 심각하게 떨어뜨리며 특히 후각 기억을 심하게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로 인해 ‘아밀로이드반’(Amyloid plaque)과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기억중추인 피질과 해마 부위에서 축적되고,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C단백질’의 함량이 뇌에서 증가하면서 세포가 계속 죽어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만일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면 치매 발병을 막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가 없어도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에 따라 스트레스 상황과 무관하게 알츠하이머에 걸리기도 한다. 치매정복연구단 서유헌 교수는 세포 사멸에 아연이 영향을 끼치는 등 다른 요인도 있다고 말한다. “‘알파(α)-시누클레인’ 단백질은 뇌세포를 보호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뇌세포를 보호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단백질이 늘어나 뇌세포를 파괴한다.”
이렇듯 발병 원인조차 명쾌하지 않은 알츠하이머는 조기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기억 장애를 경험한다. 기억 장애가 심해지면서 판단이 흐려지고 감정적인 불안 상태에 이르게 된다.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를 스캐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로 임상 대상자의 뇌를 조사해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다. PET 스캔으로 뇌의 각 영역에서 대사되는 양을 측정하면 뇌의 활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만일 특정 영역에서 대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 뇌의 활동이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조기 진단해도 뚜렷한 대책은 없어
사실 PET 스캔으로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하더라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아무리 150여만원을 들여 PET 스캔을 해도 치료를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시판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들이 뇌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을 파괴하는 효소의 활동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가 건강한 상태에서 병에 적응하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PET 스캔으로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확인할 정도가 되면 이미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설령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2~3년 전에 PET 스캔을 해도 뇌의 손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머릿속의 지우개’인 셈이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로 인한 뇌세포의 사멸을 미리 알 순 없을까. 만일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20~30년 전에 뇌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면 알츠하이머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마련할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데이비드 의료센터의 신경과학자 윌리엄 재거스트 교수는 ‘알츠하이머 경계령’을 내릴 방안을 찾고 있다. 이미 ‘정상인의 뇌를 스캔해서 이후에 발병할 징후를 사전에 알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인지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통 사람의 뇌를 스캔하면, 그 사람이 미래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의 공포에서 벗어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뇌 손상을 겪는 유형을 찾아냈다. 아직까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뇌 손상의 징후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재거스트 교수가 이렇게 밝히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지닌 참가자 60명의 뇌를 PET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평균 3.8년에 걸쳐 스캔했다. 그 결과 포도당 대사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의 인지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이나 언어, 판단능력 등을 확인하는 간이인지능력검사(3MSE)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뇌 스캔에서 포도당 대사능력이 낮게 나온다면 스트레스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
이런 유형의 실험 결과는 미국 뉴욕대학 메디컬센터 헨리 러시넥 박사팀에서도 나왔다. 헨리 박사팀은 어떤 사람이 알츠하이머에 노출되기 쉬운가를 파악하려고 뇌의 특정 부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중뇌측두엽(medial-temporal lobe)으로 불리는 작은 뇌 부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실험에서 일부 대상자의 중뇌측두엽 크기가 해마다 0.7%씩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뇌측두엽이 기억력에 관련된 부위인 만큼 뇌의 위축이 나타난 사람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뇌 스캔을 검진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성 반응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팔길이를 재 보라?
그래도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을 거칠게나마 알고 싶다면 팔 길이를 재보는 것도 괜찮다. 전북대병원 신경과 정슬기 교수팀은 ‘팔 길이가 기억력과 인지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팀은 전북 남원시에 거주하는 노인 235명을 대상으로 팔 길이와 인지력·기능력 등의 상관관계를 따졌다. 이 조사에서 팔이 짧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게 나왔다. 팔 길이가 1cm 짧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만일 팔 길이와 알츠하이머가 상관관계가 있다면 성장기의 발육 상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알츠하이머 예방은 시기가 따로 없는 셈이다.
언젠가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을 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빨리 다가오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죽어가는 세포를 눈으로 확인하더라도 회생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항아밀로이드 제제나 백신, 신경 이식술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치료제로서 효능을 확실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치료법이 잇따라 나오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최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이신두 교수팀은 세포막의 구조를 변형시켜 세포 내부로 원하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세포 내부 신호 전달을 원활히 할 수도 있다. 이것도 아직까지는 이론적인 가능성일 뿐이다.
30대에도 치매?’ 조기 치매 실태
[KBS TV 인용]
<앵커 멘트>
중년층 여러분들은 흔히 건망증이 심할 때, 이런 말 자주 쓰시죠?
"어휴. 치매인가봐." 반 우스갯소리로 하시는데, 이게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30대에도 치매가 발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데요.
한창 일할 나이에 치매가 찾아 온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한테도 큰 고통이겠죠.
최영철 기자!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리는 거죠?
<리포트>
네, 의학적으로 보면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병과 혈관성 치매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유전성이 강해서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에도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조기 치매 환자가 전체 치매 환자의 5%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치매가 찾아온 만큼 그 고통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기 치매의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 2주째.
아들, 김주영 씨는 아버지가 행방 불명된 안성시 일대를 돌며 전단지를 돌립니다.
올해 56살인 아버지는 치매 환자로 생활하던 요양원 인근에서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주영(성인 치매 환자 아들) : "(전단지를) 2,000장 정도 돌린 것 같은데요. (전단지 보고 연락 좀 왔어요?) 아직 안 왔어요."
50대 초반부터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고, 최근엔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아버지.
하지만 이른 나이였기에 아버지 자신은 물론 가족들은 치매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26살. 취업 공부도 뒤로 한 채, 아버지를 찾기 위한 김주영씨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 씨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전단지는 인터넷에서도 화제인데요.
하지만 좀 더 일찍 아버지의 치매를 알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아들에게 커다란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김주영(성인 치매 환자 아들) : "진짜 아버님께서 저한테 주신 10분의 1이라도 아버님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흔한 말, 질리도록 해드리고 싶네요."
김 씨의 아버지처럼 65살 미만의 조기에 발병하는 이른바 조기 치매는 현재 정확한 관련 통계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올해, 45살인 이 여성 치매 환자는 놀랍게도 30대 초반에 치매가 발병해 지금은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인터뷰> 나해리(신경정신과 전문의) : "환자는 30대 중반, 초반부터 기억 장애, 성격 장애부터 시작해서 치매 증상이 왔습니다. 이분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이런 조기 치매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더욱 더 큽니다.
<녹취> "환자분 따님 보이세요?"
50대 초반부터 치매가 발병한 김모씨는 10년이 지난 지금, 딸의 도움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이에 찾아온 병.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찾아온 치매를 발견하기란 더욱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김모 씨는 50대 초반부터 심한 건망증을 호소했는데요.
하지만 가족들은 그것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OO(성인 치매 환자 딸) : "제가 지금 만약에 생각하는 것처럼 그때 알았더라면 아마 안 그랬을 거예요. 더 적극적으로 캐어를 하려고 했겠죠. 그때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거 걸리는 사례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인터뷰> 나해리(신경정신과 전문의) : "많은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하고 그러면 그게 기억이 납니다. 어떤 분들은 진짜 치매 환자는 내가 왜 서 있지? 뭘 가지러 왔다는 그 자체를 생각을 해내지 못하시는 거죠."
보시는 내용들은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권고하는 치매의 초기 증상입니다.
이 10가지 경고 증상 중 일상 생활에 1~2가지라도 지장을 미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2~3년 전부터 치매 증세가 시작된 50대 중반의 이 남성 역시, 이른바 조기 치매 환자입니다.
<인터뷰> 박OO(성인 치매 환자) : "말 하는 것도 이상하고, 자기네들이 묻는 것은 이런 대답이 아닌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원활히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자,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
예상하지 못했던 치매에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인터뷰> 박OO(성인 치매 환자) : "저도 늙으신 할머님, 할아버님을 생각하다 보니까 내가 벌써 저런 병이 왔구나 생각할 때 앞이 깜깜했죠."
무엇보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해 국내에서는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 광주시의 정신보건센터에서는 60살 이상의 주민을 상대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남(광주시 보건소장) : "치매는 특성상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를 하면 예후도 좋고, 일상 생활을 수용하기가 쉽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예방도 못지 않게 중요한데요.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을 관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예방법입니다.
<인터뷰> 오병훈(광주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 : "특히, 식생활 부분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비만을 가져올 수 있는 혹은 당뇨나 고혈압을 가져올 수 있는 식사나 생활습관을 조절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겠어요."
영혼을 갉아먹는 병, 치매는 더 이상 노인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위한 보험제도는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치매의 조기 발견과 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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