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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하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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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5-23
언덕 위의 하얀 집 ( 청년의사 기사 인용)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보낸 공개질의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유 장관이 지난 15일 여야 각 당의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보낸 질의서에는 “당선되신다면 국립서울병원을 현재 위치(서울 중곡동)에서 현대식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지원해줄 것인지, 시내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시 외곽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입장인지 25일까지 통보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복지부 측은 “복지부장관으로서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정신병원이 40년이 넘게 낡은 채로 방치돼 있어 시장 후보들에게 같이 공론화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례적임은 인정하지만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다”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쪽에서도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다”, “정책을 강요하는 거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언론에서도 유 장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스러워하며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판의 이유는 다양하다. ‘국립서울병원 현대화 사업’에 대한 직접 권한은 해당 기초단체장인 광진구청장에게 있는데 그걸 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물어보는가 하는 비판도 있고, 정상적인 업무 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지방선거 직전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선거에 편승해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서울시장(후보)에게 떠넘기려는 술수다”, “업무 능력의 한계를 고백한 것이다”, “돌출행동을 통해 강금실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려는 음모다” 등의 이야기도 나돈다. 의료계에서는 흔히 ‘국정’으로 불리는 국립서울병원은 1962년 정신과 환자의 진료 및 조사연구와 정신과 의료요원의 교육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해 설립, 현재까지 천만 명 이상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고 재활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시설의 노후로 인해 이전 또는 개축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곳이다. 정부는 10년 전부터 이전을 추진하면서 서울과 경기도 내에 무려 60개 장소를 이전 후보지로 검토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군사보호시설, 그린벨트 등의 제한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3년 전부터 현재의 자리에 병원을 재건축하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이번에는 이 지역 주민들이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 중곡동 1만 2,000평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서울병원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며, 광진구 의회와 광진구청도 병원의 재건축보다는 주상복합빌딩이나 아파트를 짓고 싶어한다. 광진구 의회는 지난해에 ‘국립서울병원 이전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고, 이에 대해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특별위원회는 병원을 공기 좋은 지방으로 이전해서 환자들이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치료받게 하자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병원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실은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지방으로 추방하려는 것”이라 비판하기도 했었다. 소위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새로운 시설의 건립을 저지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시설까지 내쫓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논란 속에 더욱 고통받을 정신과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하루 속히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유시민 장관의 이번 돌출행동은 무척이나 ‘유시민다운’ 것이다. 현직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예민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공개 서한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유 장관 말고 또 누가 할 수 있으랴 싶기도 하다. 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가와 무관하게, 이번 일이 국립서울병원 신축 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이번 행동은 ‘얌체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건복지 행정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견해는 밝히지 않은 채 서울시장 후보들에게만 ‘어려운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생각보다 유시민 장관의 생각이 훨씬 더 궁금하다. 정작 주무장관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신축을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할 것이며 이전을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옳지 않은가. 질의서를 받은 서울시장 후보들이 선거일 이전에 의견을 표명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라도 유 장관이야말로 자신의 견해를 당당히 밝히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가 좀더 정당성을 얻을까 하여 나의 의견도 공개하자면, ‘당연히 지금의 자리에 신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가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19세기에 이미 드러난 사실인데 지금은 21세기이기 때문이다. ■ 박재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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