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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관리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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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7-09
[의료칼럼] 만성질환관리도 과학이다 ( 조선일보 기사 인용) ▲ 차봉수 교수 국내 모 은행의 지점장인 김씨는 모든 게 완벽해야 직성이 풀린다. 건강 관리도 마찬가지다. 6개월 전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고기류 음식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런 김씨가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진단 결과는 철분 결핍으로 인한 빈혈성 두통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해 보니,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수치 그대로였다. ‘고지혈증’이라는 혹을 떼 보려고 좋아하던 고기도 외면했건만,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김씨는 혈압까지 오를 지경이었다. 김씨가 철저히 음식조절을 했는데도 효과가 없었던 것은 우리 몸 안의 콜레스테롤 가운데 음식물에서 흡수되는 것은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고지혈증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과다하게 만들어져 유발됐던 것이다. 해병대 출신의 박씨는 남다른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대기업 이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건강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건만, 얼마 전 받은 건강 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270(㎎/㎗)으로 나왔다. 정상은 200 이하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아 약물 치료를 권했으나 박씨는 식사조절만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보겠다며 처방전 없이 병원문을 나섰다. 두달 후 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220. 나름대로 노력이 돋보이는 결과였다. 그러나 음식과의 전면전에 나섰던 박씨의 정신력은 잦은 회식 등으로 결국 3개월 만에 무너져 버렸다. 박씨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다시 치솟았다. 많은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신데요”라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이제 맘대로 먹는 것은 ‘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음식과의 전쟁에 돌입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 욕구인 ‘식욕’을 억누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벼락치기로 식이조절에 임했던 많은 환자들이 실패를 맛본다. 우리 몸이 ‘먹는 것’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예비전(戰)’을 거쳐야 한다. 먹는 횟수를 줄여 나가고, 자연 식품으로 바꾸어 가면서 천천히 ‘식욕’을 조절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치열한 콜레스테롤과의 전쟁에서는 음식물을 통한 흡수와 간에서의 합성이라는 두 가지 근원을 차단하는 이중 억제 치료가 필요하다. 음식을 조절하려는 정신력도 필요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과학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만성질환자들 중에는 이처럼 건강 관리에 지나치게 정신력을 발휘해 되레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끈한 다혈질 성격의 당뇨 환자 이씨가 어느 날 아침 응급실에 실려올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빠진 사례도 그런 경우다. 그날 그는 새벽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왔다. 며칠 혈당치가 높아 평소보다 새벽 운동 강도를 높인 게 화근이었다. 보통 새벽에는 혈당이 최저치로 떨어지는데, 여기에 운동까지 의욕적으로 했으니 혈당이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오늘 하루의 혈당 수치가 혈당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혈당 관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 스트레스가 오히려 혈당을 높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마음만 앞서는 의욕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 전문의와 함께 과학적인 치료 전략을 짜고 느긋한 마음으로 관리를 해야 30년, 40년 남아 있는 인생을 여유롭게 완주할 수 있다. 차봉수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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