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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문제로 가정파탄 날 때 안 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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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6-07-20
“치료비 문제로 가정파탄 날 때 안 타까워” [주간조선 기사 인용6]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 이끄는 박준동 교수 어린이 환자는 비용 많이 들어 전문병원들 적자... 직접 기업 찾아다니며 후원금 모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의 박준동 교수는 1991년 이곳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 이래 15년 동안 소아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의사, 교수 외에 새로운 직함 하나를 더 얻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회 사무국장이 그것이다. 낮에는 변함없이 하얀색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고 강의실에서 학생을 가르치지만 저녁에는 기업체를 찾아가 후원을 요청한다. “어린이병원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심전도 검사를 하면 성인은 2~3분이면 끝날 일을 아기는 약 먹여서 재우고 눕히고 전극 붙이고 하다 보면 보통 30분 이상 걸리게 됩니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데도 의료비 수가를 책정할 땐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수지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외부의 후원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개원 20주년을 맞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누적 적자 규모는 약 900억원이다. 최근엔 매해 약 1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는 등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05년의 경우 서울대 병원의 적자가 4억8000만원인 데 비해 어린이병원은 약 120억원의 적자를 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 전문병원임에도 필수적으로 갖춰놓아야 할 의료기구 하나 마음 놓고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어린 환자들의 부모 대부분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20~30대의 젊은층이기 때문에 치료비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6세 미만 환자의 경우 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선 치료비가 무료입니다. 문제는 보험의 적용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죠. 특히 이곳에서 가장 흔한 질병인 소아암이나 백혈병 같은 경우 치료기간이 2~3년 정도로 길고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면 한달 치료비만 200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치료비를 대기 위해 부모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혼인신고를 하기도 전에 조산아(早産兒)를 낳을 경우 아이가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세상 구경을 하기도 전에 아빠가 도망가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박 교수는 “아이의 치료비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를 볼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2001년 병원의 원로 소아과 의사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후원 모임이 만들어졌다. 회원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인들로부터 후원금을 알음알음 모금하는 방식이었다. 후원회 출범 당시부터 회원으로 참여해 온 박 교수는 “사실 그 동안 후원금을 꾸준히 내는 게 전부였다”며 “이전까지는 기부문화에 대해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소명의식 같은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 후원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해준 것은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딸이었다. “딸이 2년 전 서울 봉천동 동방의료복지재단에 봉사를 나간다며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연고가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죠. 제가 근무하는 병원 밖에서 우리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접하면서, 우리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에게도 기부나 후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후원회 활동에 소극적 지지자였던 그가 후원 사업에 한발 더 깊숙이 관여하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서울대 어린이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후원회의 밤’ 행사를 기획하면서부터다. 박 교수는 후원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블루 밴드’란 캠페인을 기획했다. 아직 진행 중인 이 캠페인은 고환암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7연패(連覇)한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이 암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옐로 밴드(Yellow Band)’ 캠페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박 교수는 “우리 아이들이 파란색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파란색으로 팔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블루밴드의 가격은 개당 1만원. 판매 수익은 전액 아이들 치료비로 쓰인다. 캠페인은 단기간에 적지 않은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돈을 모금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박 교수는 후원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발로 뛰었다. 의사가 직접 기업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후원 사업의 취지가 정당했기 때문에 떳떳할 수 있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KT & G, 유닉스, 클럽 매드 같은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금액이 40억원을 넘어섰다. 개중엔 일회성이 아닌, 매년 일정액을 기탁하기로 한 곳도 있다. 이전까지는 한 해 들어오는 후원금이 1억원을 채 넘지 못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입원할 돈조차 없는 외래 환자 지원을 비롯해, 후원금을 환자 복지에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용(轉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후원금은 입원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데만 사용됐다. 이런 취지에서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끼리 모여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 게 아니구나’ 하는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캠프를 열기도 한다. 현재 당뇨병, 안면기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박 교수는 후원사업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선 “후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후원금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데 거부감을 느낍니다. 후원금을 환자를 돌볼 인력 채용이나 의료기기 구입에도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또 지금은 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에게 기부금이 사용되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계획이다. “지방엔 어린이에 대한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곳이 많습니다. 재원만 마련되면 X-레이, 초음파 검사기계 등을 탑재한 차량을 구입해 정기적으로 의료팀을 지방에 보내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여기에만 한 해 50억원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조만간 새로운 후원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비교적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람당 200만~500만원 정도 기부하고, 기부자가 그 다음 기부자를 추천해 주는 릴레이 형식의 후원 캠페인이다. ‘기부 릴레이 1004’로 이름 붙인 이 캠페인은 1004명째 후원자를 만날 때까지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추천만 받고 저희가 추천 받은 분을 찾아가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해 드린 후 기부를 권유하는 거죠. 본인이 기부하는 것은 괜찮지만 누군가를 추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아직 첫 번째 주자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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