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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졸린 ‘기면병’ 중추신경을 깨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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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6-07-20
[건강]항상 졸린 ‘기면병’ 중추신경을 깨우라
[경향신문 기사 인용]
잠을 충분히 잤지만 자꾸 졸음이 쏟아져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를 수면과다증이라고 하는데, 수면과다증은 밤잠의 질이 매우 나빠져 발생할 수 있고, 밤에 잠을 잘 자도 낮에 매우 졸린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 대표적인 질환이 기면병이다.
특징적 증상으로 우선 전기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잠이 쏟아지는 수면발작이 나타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잠에 빠진다. 두번째 특징으로는 탈력발작이 있다. 갑자기 몸의 기운이 빠져 넘어지는 것이다. 우스운 일이 있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났거나 몹시 화가 나면 연체동물처럼 몸이 풀어지면서 주저앉게 된다. 가볍게는 얼굴의 근육이 풀려 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물론 간질과 달리 의식은 멀쩡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듣고 본다. 또는 꿈꾸는 수면인 렘수면 상태에 바로 들어갔다가 다시 깨어난다. 기면병 환자들은 대개 밤잠을 깊이 못자고 설친다. 10대에 많이 발생하나 집안에 내림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밤에 실시하는 수면다원검사와 낮에 시행하는 반복적 수면잠복기검사를 야간 및 주간에 연이어 하면 진단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에서 흥미있는 것은 환자들이 정상인과 달리 잠들기 시작하자마자 꿈을 꾸는 잠인 렘수면(REM sleep)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정상인들이 1단계 또는 2단계 수면을 통해 각성에서 수면상태로 들어가고 첫 꿈이 나타날 때까지 보통 80~90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특이한 소견이다.
기면병은 치료하면 거의 정상생활을 할 수 있어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간질로 오진해 엉뚱한 치료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잠이 쏟아지는 증상은 중추신경 각성제를 투여하고, 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탈력증상은 항우울제를 사용해 예방할 수 있다.
한편 낮에 졸린 것도 체질이나 게으른 버릇이 아니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고칠 수 있는 수면장애이다. 주간 졸림증환자는 밤에 충분히 자고도 낮에 졸음을 호소하게 되는데, 병력청취와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면 원인을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다.
주위로부터 잠이 많은 사람, 항상 게으르고 느린 사람, 이상한 사람 등으로 취급받기 전에 수면장애클리닉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홍승봉 교수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혹시 나도 기면병? 참을 수 없는 눈꺼풀의 고통
경향신문 기사인용
길을 걷다 졸음이 쏟아져 전봇대에 부딪히는 것이 예삿일인 사람들이 있다. 밥을 먹다가도,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다가도, 심지어 성관계 도중에도 졸음이 몰려온다. 머릿속으론 ‘자면 안돼’라고 외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태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따갑다. 기면병 환자들은 이렇게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면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드는 중추신경계 질환. 웃거나 우는 등 감정변화가 있을 때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과 환각을 경험하는 입면환각 등이 있다. 영화 ‘아이다호’에서 주인공 마이크(리버 피닉스 분)가 수시로 의식을 잃고 잠에 빠지는 것도 기면병 때문이다.
2005년 한국수면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기면병 환자는 국가별로 인구의 0.02%(이스라엘)~0.18%(일본) 정도로 발생한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2만~6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톨릭대 의대 성빈센트병원 신윤경 교수는 “발생시기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이다 보니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등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기면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심한 경우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집단구타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희로애락이 불가능한 삶, 고통스럽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면병을 앓아온 주헌재군(20)은 자신의 개인기를 탈력발작이라고 소개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웃을라치면 턱이 벌어지고 머리가 앞으로 숙여진다. 또 얼굴 근육이 떨리고 무릎이 꺾인다. 기면병을 잘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서 탈력발작을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그는 “희로애락이 불가능한 삶”이라며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탈력발작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주군은 소아과에서 간질 검사를 받았지만 ‘게을러서 그렇다’는 진단 결과만 받았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이 기면병 환자라는 걸 알게 됐지만 달리 해결책이 없다. 아침·저녁 1알로 시작했던 약물치료가 이젠 저녁에 잠들기 전 먹는 약만 무려 8알이 됐다. 내성이 생기는 데다 수전증과 구토, 두통 등 부작용 때문에 약봉지는 점점 늘고 있다. 이젠 가족들조차도 “약만 먹고 살 생각이냐”며 못마땅해 한다.
요즘 그에게는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며 학내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지만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탈력발작 때문에 음악을 듣는 것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망설여진다. 아직까지 완치방법이 없어 이 고통은 평생 계속된다.
주군은 인터뷰 내내 기면병을 ‘다단계’와 ‘매일 얹고 다녀야 하는 50kg 짐’이라고 비유했다.
#. ‘나태하다’는 사회적 낙인, 더 고통스럽다
“스키장 리프트를 타도 졸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작업’을 걸다가도 자요. 처음엔 의지부족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나태한 사람으로 보거나 웃음거리로 생각하는 사회적 시선은 참을 수 없어요.”
최상덕씨(27)는 졸음을 쫓기 위해 뺨을 때리고 팔굽혀펴기와 물구나무서기를 해봤지만 매번 헛수고다. 기면병 때문에 회사에서 ‘업무태만’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졸다가 여자친구가 택시를 타고 가버려 ‘결혼할 때는 꼭 기면병을 숨기라’는 조언을 들은 적도 있다.
병역특례 업체에 다니는 최씨는 식후 하루 3번은 꼭 “내가 꿈을 꾸는 건지, 꿈이 나를 꾸는 건지”의 상태에 빠져든다. 기면병 때문에 술과 커피는 입에 대지 않고 샌드위치와 우동을 먹는 일도 조심스럽다. 참을 수 없는 졸음과 탈력발작도 고통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답답하다.
고통을 하소연할 곳도 없다. 대부분 ‘잠 많은 것도 병이냐’며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정신질환으로 몰아세우기 일쑤다. 수많은 기면병 환자들이 병력을 숨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기면병 환자들 중 업무수행 능력이 있으면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없게 해요. 업무시간도 조정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는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요. 기면병을 장애로 인정하는 분위기인 거죠.” 최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디어칸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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