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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약 먹으면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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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8-01
술?… “약 먹으면 끊을 수 있다!”
음주욕구·금단증상 없애는 약 등 큰 인기…
대기업 부장 김모(42ㆍ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6개월째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식구들과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같은 변화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김씨는 지나친 음주(飮酒)로 직장 건강검진에서 ‘간경화 초기, 당뇨 및 고혈압’ 등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17년 전 현 직장에 입사하면서. 직장생활로 술자리가 잦았지만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거나 가정불화 등의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술자리가 없어 일찍 귀가(歸家)한 날에도 소주 1병은 마셔야 잠이 왔다. 1년 전부터는 불면증, 식욕부진, 우울한 기분, 신경질적인 태도, 부정적 사고(思考) 등이 나타났다.
결국 술을 끊기 위해 정신과를 찾은 김씨는 첫 1주일 간은 손떨림, 구토, 불면, 설사, 식은 땀 등의 금단(禁斷)증상에 대한 해독(解毒)치료를 받았다. 2주째부터는 아캄프로세이트라는 약을 하루 6알씩 복용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술 끊는 게 일반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단순히 약 먹는 것만으로도 술을 끊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 약을 먹으니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술을 마시기 시작한 박모(31ㆍ여ㆍ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소주 2~3병을 1~2주 간 연달아 마셔야 직성이 풀렸다. 이 때문에 1년에 서너번은 병원 응급실로 가거나 입원하는 등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러나 1년 전부터 정신과 외래(外來)치료를 받으면서 날트렉손이라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현재 술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음주량이 치료 전의 3분의1로 줄었고 술 마시는 횟수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줄었다.
‘술 끊으려 정신병동 입원’은 옛말
먹는 약으로 술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알코올 중독은 정신병동에 입원, 가혹한 치료를 받아야 낫는다고 생각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정도가 됐다. 정신과 의사들은 “먹는 금주 약의 도입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단순히 약을 복용함으로써 손쉽게 술을 끊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신과 병ㆍ의원에서는 과음(過飮), 알코올 중독 문제로 내원한 환자의 70~80%에게 술 끊는 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과 의사들은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에 대한 인식ㆍ홍보 부족으로 환자들이 약 복용을 꺼리는 수가 있어 안타깝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은 단순한 상담기관보다 정신과 병ㆍ의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현재 알코올 문제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크게 두 종류. 술을 끊음으로 인해 생기는 금단증상을 없애 편안하게 술을 끊게 해 주는 금단기 약물과, 금단현상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 다시 술을 마시지 않도록 술 마시고 싶은 욕구를 감소시켜 주는 약물(유지기 약물)이다.
술고래들이 수없이 ‘술을 끊겠다’고 맹세하고도 다시 술을 입에 대는 이유는 술의 중독성에 의한 금단현상 때문이다. 갑자기 음주를 중단하면 중독 정도에 따라 불안, 초조, 손떨림, 식은땀, 구역질, 구토,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리며 경련발작, 의식(意識)혼미 등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 다시 술을 마시면 이같은 금단증상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술을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금단증상들을 술이 아닌 약이 해결해 주는 시대가 됐다. 사용되는 약물은 클로르디아제폭시드, 디아제팜, 로라제팜 등 벤조디아제핀 계열. 이들 약물은 술과 구조가 비슷한 진정제(鎭靜劑) 계통이어서 큰 부작용 없이 술의 진정작용을 대신해 준다. 따라서 금주했을 때 생기는 뇌의 흥분에 의한 금단현상을 막아준다.
유지기 약물로는 술만 보면 구역질 나게 하는 약, 술 마시고 싶은 욕구를 억제해 주는 약, 불안장애ㆍ불면증 등을 해소시켜 술을 덜 마시게 하는 약 등이 있다.
술이 약한 사람들은 술의 중간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돼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 구토, 무기력증 등의 불쾌감이 나타나서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게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착안한 약이 술만 보면 구역질 나게 하는 약(알코올 스톱)이다. 술을 마실 때 분해효소를 차단, 체내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되게 만들어 불쾌감을 유도하는 일종의 혐오(嫌惡)요법제이다. 이 약을 잘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불쾌감 때문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술을 마시게 되는 이유는 음주로 인해 얻게 되는 쾌감 때문이다. 이는 술을 마시면 뇌에서 마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물질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날트렉손이라는 약은 이 물질의 생성을 차단, 음주로 인한 쾌감이 생기지 않게 해 점차 술 마시고자 하는 욕구를 감소시킨다. 이 약을 복용한 많은 사람들이 “이전만큼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또 음주를 하면 뇌에서 5가지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오피오이드, 가바, 글루타메이트)의 변화를 초래, 안정감, 진정, 수면, 다행감, 통증 억제 등의 효과가 생긴다. 반면 음주를 중단하면 흥분, 불안, 초조, 우울, 불면 등의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음주 욕구가 생긴다. 음주자에게 5가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정상화시켜 결과적으로 음주 충동을 억제하는 약이 아캄프로세이트다. 최근 임상에서 활발히 처방되고 있다.
음주자의 상당수는 생활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안, 불면, 우울 등의 정신장애에 빠지게 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위 ‘술로 시름을 달래는 사람’들인데 특히 여성이나 노인에게서 흔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항(抗)불안제나 항(抗)우울제 처방만으로 어려움 없이 술을 끊게 도와줄 수 있다고 한다.
전문의약품으로 정신과 의사만 처방 가능
술 끊는 약은 대부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정신과 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술을 줄이거나 끊고자 하는 사람이 약국에서 마음대로 사서 먹을 수 없으며 정신과가 아닌 다른 과 의사도 처방할 수 없다. 약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고 환자 상태에 따라 복용량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한다. 그 효과는 6개월 이상 완전 단주(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것)하는 경우가 50%, 6개월 이상 음주량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술을 마셔도 음주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6개월~1년 이상 의사 지시에 따라 약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5년 전 남편의 사업실패 등으로 알코올 중독이 된 주부 채모(40ㆍ광주광역시)씨는 “아캄프로세이트와 항우울제 복용을 병행함으로써 완전 단주는 못했지만 음주량이나 음주 횟수가 크게 줄었다. 과거 같은 우울증이나 죽고 싶은 심정도 사라졌다. 남편도 이에 만족해 내가 약 복용을 빠뜨리지 않도록 잘 챙겨준다”고 말했다. 30년 간 술을 마셔온 진모(59ㆍ전북 고창군)씨는 “과거 여러번 금주를 시도했으나 금단증상으로 번번이 실패했는데 최근 약의 도움으로 금단증상을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의 이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상담ㆍ정신치료를 병행하라고 권한다. 술 끊는 약을 복용하면서 정신과 의사를 만나 사회ㆍ심리학적 치료를 겸하고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혼자 단주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도움말: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 광주광역시 다사랑병원·알코올 중독 치료 전문병원 황인복 원장)
( 디지탈 조선일보 휴먼 건강 인터넷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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