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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자를 위한 변명( 전우택 교수의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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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8-15
동반자살자를 위한 변명
돈 못 벌면 부모자격 없나…양육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 전우택/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자녀와 함께 자살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자신보다 자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한국인들의 일반적 정서에 비추어 이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자기만 죽으면 됐지 자녀와 함께 자살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여기엔 두 가지 심리적 요소가 뒤섞여 있다. 첫째는 우울증으로 인한 사고 방식의 변화다. 자살 시도자 및 자살 성공자의 90% 이상은 정신의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우울증이란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지고 있다. 일단 우울증에 걸리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된다. 이것이 이들을 자살로 몰아간다.
두 번째 심리적 요소는 자기 자신과 자식에 대한 인식의 미분화(未分化) 현상이다. 나와 내 자식은 별개의 존재며, 각자의 인생이 따로 있다는 식의 생각이 한국인에게는 희박하다. 부모 자식 사이에는 내것 네것이 없다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생각한다. 이것은 일제시대나 한국전쟁과 같은 고통의 시대에는 가족단합의 원동력이 됐고, 나름대로 긍정적인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은 원래 별개의 인간이다. 그 구분을 부정하는 생각은 일상의 삶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이런 요소를 결합해 보면 우울증으로 스스로의 삶을 부정하게 된 부모들이 자신들과 동일한 운명체인 자식들의 삶까지도 부정적으로 인식, 자신의 자살 시도에 자녀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최근 일어나는 현상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만 설명하면 뭔가 불충분하다. 유행병처럼 번지는 자녀 동반자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 사회에 흐르는 두 가지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인생은 인생도 아니라는 식의 극단적인 사고다. 우리 사회에는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 과도한 경쟁, 그리고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능력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절대 목표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인생은 인생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식의 생각이 어느덧 우리의 의식 속에 뚜렷이 자리잡게 됐다. 이런 의식은 자녀 양육 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부모는 항상 자기 자녀들이 최고가 되도록 모든 희생을 치르더라도 뒷바라지해야 하고, 만약 그렇게 지원하지 못하면 부모 자격조차 없다는 식의 강박 관념이 자리잡은 셈이다.
둘째, 친 부모가 아니면 그 누구도 내 자식을 사랑하고 감싸며 잘 키워줄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는 자살 시도자들이 친인척들과의 관계가 단절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동 복지 지원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남겨진 아이들이 양육 시설에서 최소한의 인간 대접을 받으면서 나름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우선 자살에 대한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우울증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그것은 적절한 치료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자살의 고비를 넘긴 사람들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으므로 자살 예방에 대한 사전 교육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경제적 성취와 사회적 신분 향상이 아무런 내적 성찰없이 무분별하게 추구될 때 생기는 문제를 우리가 함께 인식하고 고민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인생이 약간은 불편하지만, 얼마든지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나갈 때 이런 가슴 아픈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양육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 이 사회의 훌륭한 시민으로 키워내는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종교기관, 시민단체, 정부 등이 이 문제에 함께 머리를 모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전우택·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 조선일보 기고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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