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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수술로 ‘병든 마음’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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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09-07
약물·수술로 ‘병든 마음’ 고친다
‘같은 일’ 계속 반복하는 강박장애, 폭식증 등 치료 죽은 뇌 기능 되살리기도
우리 사회에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여러 사회적 요인들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살의 유혹을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뇌의학(neuroscience)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만약 뇌의학이 현재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항(抗)우울제 등 신약이 지금처럼 다양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자살 충동의 강도가 훨씬 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병은 마음의 병일까, 뇌의 병일까. 정신병(정신분열증, 조울증, 우울증 등)은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 등이 치료의 주류였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뇌신경전달물질의 연구가 이루어진 지금은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약을 주로 사용하여 정신병을 치료하고 있다. 이제 많은 정신병이 마음의 병이 아닌 뇌신경전달물질 또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간주된다.
약물로 흡연·음주 욕구 줄이기도
최근에는 폭식증도 유전자(melanocrotin 4 receptor) 변형에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아가 흡연ㆍ음주 욕구를 줄이는 약, 욕구집중력을 높이는 약들도 이미 개발되어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수술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마음수술’도 뇌의학 발달의 산물이다. 기능성 MRI(자기공명영상) 등 진단기기와 ‘뇌 항해(네비게이션) 기법’ 등 수술기술의 발달로 별다른 부작용 없이 문제가 되는 행동ㆍ생각을 유발하는 뇌의 특정 부위만을 파괴하는 수술이 하버드 의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음수술이 많이 시행되는 경우는 하루 종일 손을 씻거나, 수십 번도 넘게 자물쇠가 잠겼는가를 확인하는 등의 강박적 행동을 하는 강박장애. 이 질환은 뇌 전두엽과 그 아래 변연계, 기저핵 등을 연결하는 일종의 뇌 ‘회로(回路)’에 문제가 생겨 생각이 회로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계속 맴돌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 회로를 끊어주면 강박증상이 없어진다.
이 수술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무(無)감정, 무(無)충동적으로 되고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대부분 회복된다. 최소 5년 간 상담·약물치료를 해도 안 되는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만 수술해야 하며 이 수술이 필요한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는 전체 강박장애 환자의 10~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톡스 사용해 긴장ㆍ운동성 질환 치료
뇌신경을 제어하는 데에는 보톡스도 사용된다. 흔히 얼굴 주름 펴는 약물로 알려진 보톡스(보툴리눔 톡신: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세균의 독소 성분 중 A형)는 뇌신경 질환 중 긴장ㆍ운동성 질환, 뇌성마비, 편두통, 뇌졸중 후 근육강직 등에도 사용된다. 보톡스는 아세틸콜린성 신경ㆍ근육 접합부위를 차단하는 것 외에도 통증전달물질 등 다른 신경전달물질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효과가 더 뛰어난 B형 보톡스도 개발되어 미국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성인 인구의 약 10% 가까이가 앓는 편두통 역시 약 10년 전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약의 개발로 그 치료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불행히도 국내에서는 이 약값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불합리하게 삭감되기에 이 약의 사용에 애로가 많아 안타깝다. 편두통 예방효과가 있는 약들이 새로 나온 항경련제 중에 많은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원거리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방법이 뇌 안에서도 가능하다. 악성 뇌종양의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나 암억제 유전자를 신경 특이성 바이러스에 탑재시켜 마치 이라크전에 사용된 미국의 초정밀 미사일처럼 뇌종양세포에만 작동(명중)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유산되거나 사산(死産)된 태아의 뇌에서 도파민성 흑질(黑質)세포를 얻어 파킨슨병 환자의 뇌 흑질에 정확히 이식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일부 사용되고 있지만 생명윤리적 문제로 주춤한 상태이다. 극히 일부지만 파킨슨병 환자 등에게 정교한 정위적 뇌수술로 증상 호전을 보이기도 한다.
또 막힌 뇌척수액 경로를 뚫는 등 머리 안의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다. 극히 제한적이나마 내시경으로 뇌 안을 들여다보면서 수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부분적이지만 뇌나 뇌혈관을 세포 수준으로 확대 관찰할 수도 있다. 이는 진단(뇌)의학의 발전은 분자생물학과 의공학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기능적 MRI, 확산 MRI, 혈관자기공명영상(MRA),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와 영상데이터를 합성한 PETㆍMRI 등의 등장 덕분이다.
뇌 속의 화학적 변화도 관찰
뇌혈류 초음파술의 발달로 뇌졸중을 일으키는 ‘혈전(작은 핏덩어리)’이 동맥 속 혈류를 타고 흐르는 것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0.8㎜ 이하(정상)의 목혈관 벽의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동맥경화 가능성 등을 진단하는 경동맥 초음파 기술은 이미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다.
PET의 도입은 뇌 속의 화학적·전기적 변화도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PET는 해상력이 뛰어나고 기존의 해부학적 진단술(MRI 등)이 측정하지 못하는 뇌의 전반적 또는 국소적 장애를 진단해 낼 수가 있다. 인체의 자기장 성질을 이용한 검사법(MEG)도 최근 도입되어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치매 환자 등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된다.
◆ 사진설명 : 머리의 단면 구조도. 각종 진단기기의 발달로 머리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해졌다(왼쪽). 뇌 수술 장면. 최근 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치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오른쪽).
요즘 뇌의학 분야에서 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줄기세포(stem cell) 이식이다. 줄기세포는 세포가 분화하기 전에 모체가 되는 세포(대개 뼈의 골수세포에서 채취)로서 이를 배양하여 신체의 특정부위에 주사로 투여한다. 예를 들어 뇌출혈을 일으킨 쥐의 뇌출혈 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정상 뇌세포로 변하여 뇌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실험적으로 가능하다. 사람에게는 아직 암과 뇌졸중 등의 연구에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 환자에게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한번 죽은 뇌의 기능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의학적 상식이 뒤집힐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줄기뇌세포가 뇌실 주위와 해마의 특정 부위에서 활발하게 분화하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도 조만간 퇴치할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60세 이후 고령에서 빈발, 고령 선진사회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가지 알츠하이머성 치매 약이 FDA(미국 식품의약청)의 공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으나 이미 많이 진행된 환자에게는 그리 큰 효과가 없다. 이유는 이런 약들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근본원인인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펩타이드의 생성을 억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염진통제 중 일부가 이 독성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생성을 차단한다는 보고가 있고 새로 개발된 NMDA길항제(memantine)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알츠하이머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아직 완치ㆍ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알츠하이머 예방백신도 개발되었으나 상당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진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줄기세포 이식 등이 향후 과제
앞으로 뇌의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광범위하다. 먼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비롯해 많은 퇴행성 뇌질환이나 대부분의 정신질환에는 아직 특효약이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발병 후 수년 내에 모든 환자가 죽는 루게릭병에도 릴루졸이란 약이 개발되었지만 효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신분열병, 자폐증, 집중장애 등의 정신질환 치료제 연구도 절실한 과제이다.
줄기세포, 신경특이성 바이러스, 신경성장인자 등이 향후 어떻게 치료의학에 적용될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인간 게놈 지도처럼 수천억 개의 뇌세포들이 기능적으로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밝히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러한 뇌지도 작성사업이 완성되면 뇌의학뿐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 지능적 로봇산업 등 유관분야 전반에 보다 빠른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규 서울 이태규신경내과 원장 kneuro@korea.com)
( 디지탈 조선일보 휴먼 건강 인터넷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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