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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 치료 어렵지만 포기하지 말자"( 이홍식교수 글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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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3-10-29
"정신분열병, 치료 어렵지만 포기하지 말자"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이홍식원장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이홍식 원장 방에 걸려있는 액자엔 링컨, 베토벤, 도니제티, 고호, 미켈란젤로, 톨스토이, 뉴튼, 헤밍웨이, 처칠 등 20여 명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한걸음 다가서면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우리 인생을 윤택하게 한 사람’이란 작은 글씨가 보이고, 그보다 더 작은 글씨로 ‘이들은 모두 정신분열병 또는 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던 환자’라고 쓰여 있다. 미국 정신질환자 지지모임에서 제작한 액자라고 했다.
사실 머리를 산발한 채 거울 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혼자서 히죽히죽 웃고 중얼거리거나, 환시(幻視)나 환청(幻聽)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창피하고 기괴한 일임에 틀림없다. 또 일부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은 살인이나 자살 등과 같은 극단적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어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같은 이상 행동들은 뇌 신경전달 물질 분비 등에 얽힌 분자생물학적 차원의 문제이지, 귀신이 들린 것도, 정신이 나간 것도 아니다. 그들에겐 무당이나 주술사가 아닌 의사가 필요하며, 적절한 약물치료로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이 원장은 강조한다. 정신질환자를 모두 이상하고 위험한 존재로 인식함에 따라 환자와 가족들은 병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되고, 그 바람에 환자는 병 고침의 기회를 상실 당한 채 영원히 폐인(廢人)이 되기 쉽다. 그들 중에 베토벤과 고호와 처칠이 있으며, 설혹 그렇지 못하다 해도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재발 가능성 높아 2~3년간 약물치료 지속해야
갑자기 수면시간 줄거나 과욕부리면 조울증 의심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편견은 뿌리깊다. 이 병은 인종과 문화에 상관없이 1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아주 흔한 질병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살아오는 동안 누구나 자기 주위에 1~2명 쯤의 환자가 등장했었는데, 너무나 빨리 인생이란 무대에서 사라져 버리므로,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 드문 병처럼 인식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조기발견-조기치료를 하면 이 병도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고 이 원장은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환시, 환청, 혼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심한 정신분열병은 약물 치료를 해도 70% 정도만 증상이 완화되며, 완치돼 정상생활까지 가능한 경우는 30%에 불과하다. 그러나 불안·우울·짜증 등의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환각 등의 증상 없이 대부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수·머리감기·옷갈아입기 등을 싫어하거나, 철학이나 종교문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면서 목적 없는 행동을 자주하거나,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해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은 표정을 짓거나, 분노 등을 표출하기 위해 TV 채널을 마구 돌리거나, 음식을 마루에 쏟아버리거나,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등의 행동을 할 땐 즉시 정신과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이 병은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상이 좋아져도 2~3년간 지속적으로 약물치료를 해야 하며, 재발되기 전에도 첫 발병 초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이 반복되는 조울증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조증 증상이 심한 경우 자신이 전지전능자가 되는 환상에 빠지거나, 자신을 칭찬하는 환청을 듣는 등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는 과도한 자신감에 차서 무모한 투자를 하거나, 부동산을 싼 값에 팔아 치우는 등 재산상의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갑자기 수면 시간이 3시간 정도로 줄어들면서 과도한 의욕을 보이거나, 자존심과 자신감이 강해지거나, 돈 씀씀이가 헤퍼지는 경우엔 조증을 의심해야 한다.
한편 조울증으로 인한 우울증은 갱년기 우울증, 산후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등에 비해 우울 증상이 훨씬 심하며, 자살률도 10~15%로 매우 높은 게 특징이다. 우울증이 갑자기 심해지는 ‘우울발작’이 일어나면 자살할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환자를 입원시키는 등 격리해야 한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개방적·환자 중심으로 진료 호평받아
이홍식 원장은…
이홍식 원장에게선 정신과 의사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는 여느 정신과 의사처럼 남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듣거나, 사람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하지 않는다. 약간 빠르고 건덩건덩하는 말투의 그와 마주 앉으면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다.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얘기하는 주제도 동에서 서로 마구 널뛰기 한다. “아 요즘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며 먼저 엄살을 떠는 그는 영낙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한 후배 의사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환자의 경계심을 풀어놓는 게 이 원장의 특기”라고 말했다.
1951년생인 이 원장은 서울고등학교와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미국 UCLA병원과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병원에서 정신분열병을 집중 연구했으며, 개원가에서 의뢰한 중증 정신분열병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2001년 광주세브란스정신병원 원장에 취임한 뒤엔 병원 이름을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으로 바꾸는 한편 권위적 폐쇄적인 치료 모델을 개방적, 환자중심적으로 바꿔 환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기본적으로 약물치료가 중심이지만 ‘감성’이 가미돼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지론이다.
대한정신약물학회 회장과 세계정신분열병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1995년 발간한 ‘정신분열증, 극복할 수 있다’는 환자와 가족 사이에 소리소문 없이 팔려나가는 ‘베스트 셀러’다. ‘완전한 부부’ ‘스트레스 프리웨이’ ‘병주는 스트레스 약되는 스트레스’ 등의 저서가 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 조선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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