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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픈데 정신과를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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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3-18

배가 아픈데 정신과를 가라고?

김정희(30ㆍ가명)씨는 20대부터 반복되는 복통과 복부팽만감 그리고 설사에 시달려왔다. 고통은 화장실에 가면 다소 경감될 뿐 반복적으로 김 씨를 괴롭혔다. 이러한 증상은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는 발표 중에 복통이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아예 일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됐고, 불면증도 경험하면서 최근 2년간 직업을 갖지 못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여러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꾀병이나 부리는 사람으로 보는 주위의 시선이 괴로웠다. 그런 김 씨는 최근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해 과민성 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는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배 아픈데 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가?

요즘 정신과 외래에서 김 씨같은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배가 아픈데 웬 정신과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처럼 기능성 소화기장애인 경우 검사로 확진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나 변비 등이 3개월 동안 한 달에 3일 이상 존재할 때 그렇게 여긴다. 죽을병도 아니며 절대 꾀병도 아니지만 주관적 고통은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과민성 장증후군은 내과질환으로 대개 내과에서의 치료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면서 심한 기능의 장애, 우울증, 건강염려증 등이 동반되면 내과 진료와 함께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은 감염, 유전 등 생물학적인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증의 역치가 일반인보다 낮은 이유도 포함된다. 특히 스트레스와 불안은 자율신경계를 흥분시켜 과민성 증상을 악화시킨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에 발표된 과민성 장증후군의 진료 지침에서는 예외없이 이런 경우 정신과적 자문 또는 정신과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대체로 증상의 악화와 호전에는 스트레스가 관여하는데 환자 입장에선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민성장증후군의 증상과 통증 자체도 충분한 스트레스일 수 있다. 최근에 개발된 항우울제는 우울증에 쓰이는 용량의 보통 절반 이하에서 과민성 장증후군의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동반되는 환자의 경우 이를 치료하면 과민성 증상도 상담 수준 감소할 수 있다.

김씨처럼 발표 때 증상이 생겨 발표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경우 이런 생각을 파국적 사고라고 하는데, 이러한 생각은 발표 시 불안을 증가시켜 과민성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역기능적 사고를 변화시키는 인지치료가 도움이 된다.

실제 김 씨의 경우는 소량의 항우울제와 인지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여 다시 일을 시작한 상태다. 처음에는 싫었지만 차분히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고 설명해 준 소화기내과 주치의에게 고마웠다고 말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유병률은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높아지므로 이러한 고통을 겪는 환자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정신과의 문턱을 높게 여겨 치료 가능한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수준 높은 진료를 위해 주치의인 내과과 정신과의 협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러한 환자들의 남모를 고통을 경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헬스조선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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