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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정신이상…편견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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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4-04
우울증.정신분열등 희귀병 아닌 질병
정신과에 가보라는 말
욕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여야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세계 10대 장애 요인에는 무려 5개의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다. 우울증이 1위에 올라 있고, 알콜 남용, 조울증, 정신분열병, 강박장애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정신질환은 신체질환 못지 않게 심각하고 흔하다. 그러나 막상 우리 사회와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에 막연한 오해나 편견을 갖고 있다. 이는 환자가 적절한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것을 저해하며 사회에 복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뛰어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울증 마음 편하게 먹는다고 낫는 병 아니야
일반인은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래서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느낌과는 다르다. 우울한 기분의 강도가 훨씬 더 강하고 광범위하게 2주 이상 지속될 때 병적인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을 무능력하고 살 가치가 없다고 자학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까지 고민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심한 우울증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상적인 우울감과는 유사한 부분이 거의 없다. 이들에게 ‘마음 편히 먹으라’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 본인의 의지 대로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인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이란 열 명중 한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 걸리는 마음의 감기다. 적절한 치료로 환자의 80%는 빨리 완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직, 가정불화, 자살 등 일상생활이 파괴되고 평생에 걸쳐 반복될 정도로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심해지기 전에 빨리 의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 1%가 정신분열병. 해괴한 희귀병 아니야
정신분열병은 다른 정신질환과 비교할 때 가장 심각한 질병이다. 망각, 환청,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행동,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인관계 회피, 무표정,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사회적, 직업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 정신분열병으로 진단한다.
과거에는 이 질환을 두고 ‘미쳤다’고 했다. 또 병명 자체에서 ‘정신이 분열됐다’고 연상해 병의 실체보다 해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신영철 이사는 “병명 때문에 억측이 생긴다. 이름을 고칠 필요가 있다”며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마치 온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사고 체계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정신 전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신분열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의 1% 정도가 앓고 있는 병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기에도 생길 수 있지만 대개 남자는 20세 전후, 여자는 30세 전후에 많이 생긴다. 환자가 조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경우 70% 정도는 회복된다. 하지만 서서히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편견 때문에 조기치료가 어려운 형편이다. 환자 중 40% 내외만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과 가보라’는 말이 욕 아닌 조언으로 들려야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병원에 갈 게 아니라 의지로 참아야 할 사안이라고 여긴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낳고 적극적인 치료를 방해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의 홍진표 교수는 “정신질환은 심리적인 문제만 아닌 신경전달물질, 유전, 면역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 생물학적 질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신체의 병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오해하는 것도 문제다. 정신질환 치료약에 대한 오해가 대표적이다. 약을 중단해도 일시적으로 호전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의사 권고에도 불구하고 약을 조기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꾸준한 투약 치료를 소홀히 하면 재발할 우려가 높다.
홍 교수는 “사실 과거의 약물은 부작용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약은 부작용이 현저히 줄었다. 그럼에도 중독되거나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등 오해가 많다. 호전된 다음에도 재발을 막으려면 반드시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정신과 상담 및 치료가 보편화 돼 있다. 예컨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결근한 직원에게 정신과 상담을 권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신과 상담을 받은 사실이나 정신질환 병력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병원 찾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신영철 이사는 “법적으로 환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된다. 보험도 과거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었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정신과 가보라’는 말이 욕이 아닌 순수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때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신영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정신과에 가보라는 말
욕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여야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세계 10대 장애 요인에는 무려 5개의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다. 우울증이 1위에 올라 있고, 알콜 남용, 조울증, 정신분열병, 강박장애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정신질환은 신체질환 못지 않게 심각하고 흔하다. 그러나 막상 우리 사회와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에 막연한 오해나 편견을 갖고 있다. 이는 환자가 적절한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것을 저해하며 사회에 복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뛰어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울증 마음 편하게 먹는다고 낫는 병 아니야
일반인은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래서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느낌과는 다르다. 우울한 기분의 강도가 훨씬 더 강하고 광범위하게 2주 이상 지속될 때 병적인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을 무능력하고 살 가치가 없다고 자학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까지 고민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심한 우울증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상적인 우울감과는 유사한 부분이 거의 없다. 이들에게 ‘마음 편히 먹으라’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 본인의 의지 대로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인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이란 열 명중 한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 걸리는 마음의 감기다. 적절한 치료로 환자의 80%는 빨리 완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직, 가정불화, 자살 등 일상생활이 파괴되고 평생에 걸쳐 반복될 정도로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심해지기 전에 빨리 의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 1%가 정신분열병. 해괴한 희귀병 아니야
정신분열병은 다른 정신질환과 비교할 때 가장 심각한 질병이다. 망각, 환청,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행동,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인관계 회피, 무표정,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사회적, 직업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 정신분열병으로 진단한다.
과거에는 이 질환을 두고 ‘미쳤다’고 했다. 또 병명 자체에서 ‘정신이 분열됐다’고 연상해 병의 실체보다 해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신영철 이사는 “병명 때문에 억측이 생긴다. 이름을 고칠 필요가 있다”며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마치 온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사고 체계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정신 전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신분열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구의 1% 정도가 앓고 있는 병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기에도 생길 수 있지만 대개 남자는 20세 전후, 여자는 30세 전후에 많이 생긴다. 환자가 조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경우 70% 정도는 회복된다. 하지만 서서히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편견 때문에 조기치료가 어려운 형편이다. 환자 중 40% 내외만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과 가보라’는 말이 욕 아닌 조언으로 들려야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병원에 갈 게 아니라 의지로 참아야 할 사안이라고 여긴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낳고 적극적인 치료를 방해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의 홍진표 교수는 “정신질환은 심리적인 문제만 아닌 신경전달물질, 유전, 면역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 생물학적 질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신체의 병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오해하는 것도 문제다. 정신질환 치료약에 대한 오해가 대표적이다. 약을 중단해도 일시적으로 호전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의사 권고에도 불구하고 약을 조기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꾸준한 투약 치료를 소홀히 하면 재발할 우려가 높다.
홍 교수는 “사실 과거의 약물은 부작용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약은 부작용이 현저히 줄었다. 그럼에도 중독되거나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등 오해가 많다. 호전된 다음에도 재발을 막으려면 반드시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정신과 상담 및 치료가 보편화 돼 있다. 예컨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결근한 직원에게 정신과 상담을 권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신과 상담을 받은 사실이나 정신질환 병력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병원 찾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신영철 이사는 “법적으로 환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된다. 보험도 과거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었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정신과 가보라’는 말이 욕이 아닌 순수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때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신영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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