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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드라마 속 김혜자의 구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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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4-09
[김철중 기자의 메디컬 CSI: 시즌2] ⑧드라마 속 김혜자의 구시렁


 

김수현 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는 툭하면 혼잣말을 한다. 뿔난 엄마의 푸념이 드라마 곳곳에 나온다. 그녀는 양촌리 김회장 댁이었을 때도, 대발이 엄마였을 때도 늘 작고 기죽은 목소리로 ’구시렁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적 어머니의 원형 ’김혜자’에게는 끊임없이 중얼거리게 만드는 탐탁지 않은 일과 걱정, 처지가 있다.

’푸념’ ’혼잣말’ ’넋두리’ ’구시렁 거리기’ ’쭝얼거리기’…. 이 모두가 약자(弱者)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다. 내용은 신세 한탄이나 흉보기가 대부분이다. 무서운 남편 앞에서, 까다로운 상사 앞에서, 잔소리 하는 부모 앞에서, 어떤 상황이나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을 때,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를 표출할 경우 강자로부터 받을 반대급부가 두렵기 때문에 말을 하는데 머뭇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견디기 힘들다. 이때 나오는 것이 구시렁이다. 불만에 대한 소극적인 표현이자, 누군가에게 들려 줄 의도가 없는 팬터마임 같은 이야기다.

비록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하고 싶은 말을 혼자라도 한다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정신과 용어로는 ’환기’(ventilation)라고 한다. "젠장, 나 혼자 이런 말도 못하냐"고 하고 나면 분이 좀 풀리는 정도에 해당된다. ’구시렁’에는 분명 순기능이 있다.

일상적으로 가끔씩 하는 혼잣말은 ’상한 마음 달래기’ 정도로 끝날 수 있다. 문제는 정도와 빈도다. 습관성 중얼거림은 내부 불만이 쌓이는 신호다. 데시벨 낮은 아우성이다. 매일 20~30회 이상 혼자 중얼거리면서 욕설이 나오거나 표현이 점점 과격해지면 이른바 ’화병’이나 우울증 초기 단계로 치료가 필요하다.

횡설수설을 반복하거나 낯선 사람에게도 중얼거리는 증세는 정신분열적 ’중얼거림’이다. 습관성 중얼거림과 다르다. 그 수는 많지 않다. 정신과를 찾는 환자의 1% 미만이다. 이 경우는 ’실성한 사람’이 혼자 중얼대는 것으로 보면 된다. 최근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전에 없이 혼잣말을 하는 빈도가 늘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대화 상대를 찾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만한 취미활동, 운동 등을 하는 것이 좋다.

꾹꾹 참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뿔만 난다. 중얼거릴 것이 아니라 소리쳐보자. 혼잣말로 어느 정도 스트레스만 푼다면, 영원한 약자의 습관성 넋두리만 이어질 뿐이다.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궁리해보자. 최고의 방법은 얼굴을 보면서 차분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라. ’구시렁’이 소극적 의사 표현의 고전(古典)이라면, 문자 날리기는 적극적 중얼거림의 IT 버전이다.

※ 금주의 메디컬 CSI 팀원: 유상우 연세유앤김 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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