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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과 시장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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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4-23
[Dr.황세희의몸&마음] 의료보험과 시장 원리
[중앙일보 황세희] 아그네스는 미국 시카고의 좋은 직장에서 일한 커리어 우먼이다. 하지만 그녀는 보다 도전적인 삶을 위해 사표를 내고 보스턴으로 갔다. 새 직장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어느 날, 그녀는 독감에 걸렸다. 밤새 고열과 기침에 시달린 다음 날 병원 갈 채비를 하다 불현듯 자신이 의료보험 미가입 상태란 사실을 깨달았다. ‘죽을 병은 아니니까…’ 그녀는 병원행을 포기하고, 해열제에 의존해 일주일을 ‘끙끙’ 앓았다.
다행히 독감은 물러갔다. 하지만 ‘혹시 중병에 걸리면 어쩌지?’란 걱정이 남아 의료보험 회사를 방문했다. “응급질환만 치료받으면 월 200달러(약 20만원), 치과 진료를 제외한 웬만한 질병 치료를 받으려면 월 400달러를 내야 합니다.”
순간 그녀는 짐이 생각났다. 짐은 그녀에게 구혼했고, 그녀는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젠 짐이 ‘의료보험을 제공할 좋은 남편감’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녀는 내게 “연말까지 취직 못 하면 짐과 결혼할까 봐”라고 푸념한다.
세계 최첨단 의술을 자랑하는 미국 의료, 하지만 의료보험증 없는 미국 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OECD국가 중 1위로 국내총생산(GDP)의 15%이상을 차지한다. 그래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국민이 5000만 명이나 된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영의료보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양질의 의료 혜택 역시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더 많이 받는다. 실제 미국에선 국민의 1%가 총의료비의 30%를, 10%가 70%를 지출할 정도로 의료혜택이 심하게 편중돼 있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미국 의료비는 살인적이다. 병원별 차이는 있지만 출산만 해도 좋은 병원에선 순산은 1000만원, 제왕절개는 2000만원 정도다. 의료비가 비싸니 보험료가 비싼 건 당연하다. 아그네스가 가입하려 했던 보험의 보험료는 미혼의 경우 연간 450만원, 기혼은 1000만원 정도. 기혼은 임신·출산 가능성이 있어 미혼 2명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최근 의료업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에도 민영 의료보험 확대,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 등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료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걸맞은 고급 의료 수요도 충족시키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시대에 의료보험을 도입한 이후 30년간 줄곧 저수가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면서도 의료비 지출은 GDP 대비 6%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같은 환자 불만, 의사의 필수 진료과목 외면, 미용·성형 분야 쏠림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는 이유다. 하지만 의료의 고급화 경쟁이 가속화하면 소외계층이 받을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접근성은 멀어질 위험이 높다. 또 고급화된 의료혜택을 받고 싶은 욕구는 일반 가정의 의료비 지출도 높일 것이다. 2만원짜리 3시간 대기, 3분 진료(한국식 사회주의 의료)와 수십만원짜리 대기시간 없는 친절한 진료(미국식 시장경제 의료)-지금 대한민국은 이 두 가지 상반된 의료제도 사이에서 국민에게 가장 적합한 의료보험 제도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다행히 독감은 물러갔다. 하지만 ‘혹시 중병에 걸리면 어쩌지?’란 걱정이 남아 의료보험 회사를 방문했다. “응급질환만 치료받으면 월 200달러(약 20만원), 치과 진료를 제외한 웬만한 질병 치료를 받으려면 월 400달러를 내야 합니다.”
순간 그녀는 짐이 생각났다. 짐은 그녀에게 구혼했고, 그녀는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젠 짐이 ‘의료보험을 제공할 좋은 남편감’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녀는 내게 “연말까지 취직 못 하면 짐과 결혼할까 봐”라고 푸념한다.
세계 최첨단 의술을 자랑하는 미국 의료, 하지만 의료보험증 없는 미국 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OECD국가 중 1위로 국내총생산(GDP)의 15%이상을 차지한다. 그래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국민이 5000만 명이나 된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영의료보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양질의 의료 혜택 역시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더 많이 받는다. 실제 미국에선 국민의 1%가 총의료비의 30%를, 10%가 70%를 지출할 정도로 의료혜택이 심하게 편중돼 있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미국 의료비는 살인적이다. 병원별 차이는 있지만 출산만 해도 좋은 병원에선 순산은 1000만원, 제왕절개는 2000만원 정도다. 의료비가 비싸니 보험료가 비싼 건 당연하다. 아그네스가 가입하려 했던 보험의 보험료는 미혼의 경우 연간 450만원, 기혼은 1000만원 정도. 기혼은 임신·출산 가능성이 있어 미혼 2명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최근 의료업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에도 민영 의료보험 확대,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 등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료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걸맞은 고급 의료 수요도 충족시키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시대에 의료보험을 도입한 이후 30년간 줄곧 저수가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면서도 의료비 지출은 GDP 대비 6%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같은 환자 불만, 의사의 필수 진료과목 외면, 미용·성형 분야 쏠림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는 이유다. 하지만 의료의 고급화 경쟁이 가속화하면 소외계층이 받을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접근성은 멀어질 위험이 높다. 또 고급화된 의료혜택을 받고 싶은 욕구는 일반 가정의 의료비 지출도 높일 것이다. 2만원짜리 3시간 대기, 3분 진료(한국식 사회주의 의료)와 수십만원짜리 대기시간 없는 친절한 진료(미국식 시장경제 의료)-지금 대한민국은 이 두 가지 상반된 의료제도 사이에서 국민에게 가장 적합한 의료보험 제도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시골의사 박경철(43)씨가 “안전할 권리, 살 권리 이 두 가지만은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맞다”며 16일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의 홍보간사로 활약한 바 있는 박씨는 이날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의료보험 민영화가 되면 “의사들은 최소한의 원가로 진료를 해야 하고, 가장 부가가치가 큰 분야에 주력하게 된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생명을 걸고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하지 정맥류 환자에게 수술방을 내어주고, 하염없이 대기하며 수술실이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될 것”이며 “애를 낳으려는 산모는 이쁜이 수술에, 뇌출혈도 생명이 위독한 사람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디스크 수술에, 대퇴골 골절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는 슬관절 치환술에, 갑상선 암에 걸린 환자는 비만을 교정하기 위해 '위'의 크기를 줄이려는 베리아트릭 환자에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박씨는 “인구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입율을 자랑하는 MRI. PET는 의사들의 책상에 매일같이 올라갈 ‘일일 특수촬영 실적현황’으로 인해 쉴 새 없이 열기를 뿜으며 돌아 갈 것이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넓히는데 투자되어야 할 병원의 재원은 강남과 경제자유구역에 설치되는 건강검진센터의 신축 비용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박 씨는 “보험료는 상상을 초월 할 것”이라면서 “중산층인 당신은 병원을 선택할 권리를 포기하던지, 아니면 당신 아이의 학원을 포기하거나, 당신의 승용차를 내다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 씨는 의료보험 민영화에 찬성하는 주체는 “의료자본”으로 “의료자본과 의사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비록 영리법인화, 의료보험 민영화, 당연지정제 폐지 등으로 인해, 의료자본이 의사들에 대한 대우를 더 잘 해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일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당신은 민간보험이 없으므로 진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끔찍스러워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시장경제 옹호론자’라고 밝히면서도 “얼마 전 의사협회의 정책이사라는 역할 사퇴를 강요당했다. 일부 동료들로부터 소위 ‘좌파’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 씨는 “국가는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보호해야 한다. 안전할 권리, 살 권리 이 두 가지만은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씨는 “이것이 좌파라면 필자는 속속들이 빨갱이다. 열악한 의료보험제도하에서도 묵묵히 진료하는 다수의 동료 의사들, 그리고 이 문제를 안타깝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들은 죄다 새빨간 빨갱이들이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민일성 기자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의 홍보간사로 활약한 바 있는 박씨는 이날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의료보험 민영화가 되면 “의사들은 최소한의 원가로 진료를 해야 하고, 가장 부가가치가 큰 분야에 주력하게 된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생명을 걸고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하지 정맥류 환자에게 수술방을 내어주고, 하염없이 대기하며 수술실이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될 것”이며 “애를 낳으려는 산모는 이쁜이 수술에, 뇌출혈도 생명이 위독한 사람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디스크 수술에, 대퇴골 골절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는 슬관절 치환술에, 갑상선 암에 걸린 환자는 비만을 교정하기 위해 '위'의 크기를 줄이려는 베리아트릭 환자에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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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의사 박경철씨. ⓒ 박경철 블로그 | ||
더 나아가 박 씨는 “보험료는 상상을 초월 할 것”이라면서 “중산층인 당신은 병원을 선택할 권리를 포기하던지, 아니면 당신 아이의 학원을 포기하거나, 당신의 승용차를 내다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 씨는 의료보험 민영화에 찬성하는 주체는 “의료자본”으로 “의료자본과 의사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비록 영리법인화, 의료보험 민영화, 당연지정제 폐지 등으로 인해, 의료자본이 의사들에 대한 대우를 더 잘 해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일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당신은 민간보험이 없으므로 진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끔찍스러워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시장경제 옹호론자’라고 밝히면서도 “얼마 전 의사협회의 정책이사라는 역할 사퇴를 강요당했다. 일부 동료들로부터 소위 ‘좌파’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 씨는 “국가는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보호해야 한다. 안전할 권리, 살 권리 이 두 가지만은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씨는 “이것이 좌파라면 필자는 속속들이 빨갱이다. 열악한 의료보험제도하에서도 묵묵히 진료하는 다수의 동료 의사들, 그리고 이 문제를 안타깝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들은 죄다 새빨간 빨갱이들이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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