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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dence and 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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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6-23

Evidence and Value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장
                                                                      이명수
  
 
 오랜만에 정신과 의사이시며 아주대 명예총장이신 이호영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하는 소규모 공부 모임에서 였습니다. 요즘 우리는 정신의학 뿐 아니라 정신보건서비스의 영역에서도 항상 근거(evidence)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국가사업은 효과성 평가를 강조하고 있고 실무자들은 각종 평가에 지침에 시달립니다. 생각해 보면, 평가에 지침에 실무자들을 ‘괴롭히는’ 사람 중 한명인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합니다. 영어 표현에 ‘I"m sorry’ 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유감스럽다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후자의 의미에서 ‘I"m sorry’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 날의 강의 제목은 ‘Value based mental health"였습니다. 나날이 과학적인 측면에만 집착하고 약물치료에만 몰입하는 정신의학자들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아무튼 현재의 진료 행태와 서비스가 너무 기계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인간의 사고와 감정, 행동을 다루는 정신과가 본질적인 가치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별로 새롭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 날 매우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덧붙여서 말씀하시길 지역사회 정신보건운동이야말로 이런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이라고 하셨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지금 나와 우리 동료가 진정 가치를 추구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신과 의사들이 기계적인 약물치료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듯이 지역에서 일하는 우리는 관료주의를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관료주의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공무원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비단 한 집단의 특성으로 매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가지 패턴에만 매몰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역정신보건사업이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적인 헌신이 아닌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반대급부로 관료주의적 형태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의 후반부에 한 여성의 사례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입양아로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다가 알코올에 중독되고 자살을 시도했던 여인이었습니다. 알코올 치료에 있어 ‘좋은 병원’으로 알려진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어려울때마다 항상 도움을 주었던 한 남자가 치료비까지 대겠다고 나서서 가능했던 사례입니다. 

모였던 제자들은 그 여성의 psychodynamic과 진단 등에 대해서 토론을 하였지만, 저는 그 남자에 관심이 갔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게끔 지원했던 사람, 그 사람이 없었다면 그 여성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남자는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을까?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행하는 홍보와 정보제공 활동이, 하기에 따라서는 한 개인에게 엄청난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홍보자료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심혈을 기울여 감동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광역센터가 출범하면서 서울마인드 등에 내걸었던 슬로건이 ‘정신건강, 우리의 최우선 가치입니다’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했던 문구였는데 오랜만에 글을 마무리하면서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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