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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막을 주치의 시범특구 실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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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7-10
[한겨레] 진보·개혁에 따져묻다 5. 의료복지
병원간 경쟁 따른 불필요한 의료 줄일수 있어
환자 가장 잘 아는 의사가 ‘평생 관리’ 가능
“주치의 시범특구를 도입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07년 자료를 보면, 2005년도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컴퓨터단층촬영 장치는 32.2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5.4대의 두배를 넘는다. 1차 의료기관과 종합병원, 전문의와 일차의가 무분별하게 경쟁하면서 나타난 과잉진료의 단적인 사례다. 불필요한 투약이나 수술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의사들에게는 예방이나 건강증진 프로그램보다는 당장의 치료행위가 돈이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일부 의사들은 환자 위에 군림하기 일쑤다.
‘복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시민 패널들은 주치의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과잉진료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특정 지역부터 주치의 제도를 시범 실시 해보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우선 주치의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오건호 위원은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과 마찬가지로 ‘나를 관리해주는 주치의가 있다면’이라는 열망을 다수의 서민들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던지면 성공한다”고 강하게 옹호했다. 시민패널인 이미연씨는 “믿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찬성했고, 김경애씨도 “외국처럼 주치의가 있으면 한 사람의 전 생애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공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나가자, 현실적 난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주치의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에게 전문가들과 시민패널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태수 교수는 “가정의학 의사들이 주치의로 활성화되는 순간,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이익구조가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절대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이 교수는 “주치의 교육을 받은 의사는 누구에게나 자격을 주면 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반대 세력의 힘이 과거에는 강고했지만 지금은 좀 작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의뿐만 아니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일부 내과나 소아과 의사도 찬성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의사 본연의 역할인 예방을 해주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젊은 의사들 사이에 이런 경향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차 진료기관보다는 종합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이나, 주치의를 지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이 교수는 2005년 주치의를 도입한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랑스 사례를 들며,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고도 주치의 제도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싸게 해주는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건호 위원은 “시장주의자들이 특구 전략을 쓰듯이 우리도 단계적으로 주치의 특구를 도입해 보자”고 제안한 뒤 “시범사업을 해보면 ‘청계천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이 교수도 “주치의 제도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대략 연간 5천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시범 사업을 해보면 주치의 제도 도입에 필요한 정밀한 돈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주치의 제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선 주치의 제도가 안착돼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의사의 더 중요한 역할이라는 의료 집단의 장인 정신이 강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의사와 교감하며 치료와 예방 및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7월 전격적으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 뒤 1년도 채 안돼 환자의 76% 이상이 주치의를 선택한 프랑스 사례는 우리한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끌던 우파 정부는 주치의 제도가 과잉진료를 막아 재정을 효율화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효율’을 강조하던 이명박 후보가 의사 집단의 반발을 우려해 주치의 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프랑스 사례를 중심으로 주치의 제도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주치의는 병원 입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치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전문의를 만나야 할지 모를 때 가르쳐 준다. 무엇보다 돈 되는 치료보다 예방 활동이나 건강상담 등을 통해 병 자체를 막는 의료 활동을 우선시한다. 예방 활동 위주로 성과급이 따르기 때문이다.
-‘단골 의사’와 주치의의 차이점은?
=주치의 제도는 환자가 찾아오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전화와 방문 상담을 해주고,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 예방 제도다.
-프랑스가 짧은 시간 안에 주치의 제도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주치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는 영국과 달리, 프랑스에선 환자가 주치의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치의를 선택하면 진료비의 70%를 건강보험에서 보상해주고, 선택하지 않으면 60%만 보상해 준다.
-환자가 주치의 등록이나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나?
=환자는 원하는 주치의에게 등록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 쪽이나 관리기관에 알리기만 하면 특별한 제약없이 언제든 주치의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주치의를 한번 정하면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야간 등 근무시간 외 상담이나 진료는 어떻게 하나?
=프랑스는 아직 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지만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초기에 지역 주치의들이 순번제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지역별로 시간외 진료 전담기관이 설치돼 있다.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경우에도 돈을 내야 한다면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인상되는 것 아닌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기에는 보험료가 오를 수 있으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면 약 처방율 저하 등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어 재정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가정의학 전공자만 주치의를 할 수 있나?
=네덜란드와 영국은 가정의만 할 수 있지만 프랑스나 독일은 전문의도 주치의가 될 수 있다.
이용인 기자
■ 국민건강보험의 재원 구성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은 국고지원 20%(조세방식)와 가입자들이 낸 소득정률보험료 80%로 구성된다. 특히 전체 가입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직장 가입자의 경우 자신의 과세 소득에 5.08%를 곱한 금액을 보험료로 내며, 실제는 고용주와 절반씩 부담하므로 2.54%를 소득에서 공제한다.
■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 수준
의료 이용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보장해 주는 정도를 일컫는다. 국영의료방식을 취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조세를 통해 거의 무상에 가까운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 제도 형식으로 의료 이용 비용의 64% 정도를 보장해주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급여’,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나 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하는 치료 항목을 ‘비급여’ 항목이라고 부른다.
[한겨레] 진보·개혁에 따져묻다 5. 의료복지
‘공공의료’ 등으로 용어 대체해야
무상의료는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었다. 돈이 없어 병원 문턱에서 주저앉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연대의식은 호소력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을 거치면서, 무상의료의 정신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조차 무상의료라는 용어 자체가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연상시켜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 4~5년 전 쯤 민주노동당을 통해 무상의료, 무상교육 구호가 나왔다. 당시만 해도 적합한 용어였다. 의료비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이 너무 커,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상 예전에는 병의원에 갈 수 없었던 국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 국민 97%가 가입해 있고, 3%는 기초생활 보장제도로 보장을 해주고 있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보험으로 보장이 안되는 비급여 서비스가 많고, 보장이 되더라도 환자 본인부담 진료비가 크며, 일부 서비스는 질이 낮다는 점이다.
양 무상의료가 자기 부담 없이 100%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을 뜻한다면 비현실적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스웨덴이나 영국 등 많은 복지 선진국들도 일부 자기 부담을 하고 있다.
김 80년대까지는 경제적 능력 때문에 진보적 가치를 대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
이미연 내가 지불하는 지역 건강보험료 금액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막상 병원에 가 보면 감기 정도 이외에는 크게 혜택이 없다. 초음파 검사나 자궁암 검진 따위는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방식보다는 차라리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혁신적으로 무상의료를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양 무상의료가 좋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의료에 돈을 많이 쓸 경우 다른 복지에 쓸 돈이 줄어들게 된다. 또 중도를 끌어들이고 중산층에게 호소해 진보 정권을 창출하려면 무조건 무상의료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김 이명박 정부는 의료부문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무상의료가 의료산업화의 반대 또는 극복 개념으로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오 일반 서민들이 ‘어떤 재원으로 무상의료를 하지?’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의료서비스 질 문제는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하며, 실제 문제는 재원 조달이라는 무상의료의 현실성 문제라는 것이다.
배 나는 서비스의 질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과에 가면 1500원 정도 내는데, 이걸 내지 않는다고 대단한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서비스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니 무상의료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공짜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대환영이지만 국가가 돈을 찍어내지 않는 한,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로 운용하는 것이다. 결국 보험료를 인상해 재원 확충을 해야 하는 것인데, 무상의료라는 개념만 강조하는 것은 선동적이다.
오 무상의료 개념이 고정불변은 아니다. 무상의료라는 용어가 초기엔 적합했지만 지금은 그 꿈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공공 의료’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됐다. 재정을 공공재정으로 바꾸고, 의료과잉도 막아야 하고, 의료기관도 좀 더 공적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무상의료에 대한 찬반 보다는, 무상의료 용어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제 그것을 현실화하는 단계로 갔으면 좋겠다.
이상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은 더 좋은 혜택을 바란다. 철 지난 용어 보다는, 무상의료 개념은 담고 있되 더 미래지향적인 표현을 사용하자. 스웨덴처럼 ‘만인을 위한 양질의 보건의료’라고 표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겨레] 진보·개혁에 따져묻다 5. 의료복지
서비스 높일 재원마련 어떻게
‘촛불’은 말한다. 미국도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대한민국 1%만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촛불’은 묻는다. 그렇다면 더 나은 대안은 무엇이냐고.
‘촛불’ 때문에 지면 게재가 늦어졌지만, <한겨레>는 지난 5월18일 시민패널이 진보·개혁 진영의 전문가들에게 따져묻는 형식으로 ‘건강과 의료 복지’ 분야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진보 진영이 그동안 내걸었던 ‘무상 의료’라는 용어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에 대응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서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암 등 중증 치료비 부담 문제를 비롯해,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주치의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토론자들 간에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보험료 20% 인상·국고지원으로 10조 마련” 주장에
“건보 효율화 뒤 점차 올려야 국민저항 줄여” 맞서
정부·국민·의료계 3자부담 ‘사회장치 강화’엔 공감
가족 가운데 한명이라도 암을 비롯해 중증질환에 걸리면 한 순간에 중산층에서 빈곤층의 나락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전문가 패널과 시민패널들은 서민 의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중증질환에 대한 사회적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국가재정 5조원 투입 및 보험료 20% 인상’ 안과, ‘건강보험 재정 우선 효율화와 단계적 보험료 인상’ 안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태수(이하 이태) 이명박 정부가 의료 산업화를 통해 국민 건강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진보 진영과 더욱 대립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이 국민건강과 관련해 갖고 있는 정책대안은 무엇인가?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암 등 중증질환 대책이다.
오건호(이하 오) 국민들이 의료의 핵심은 암이라고 본다. 집안에서 누군가 아프면 폭삭 망한다는 두려움이 있다. 지금은 민간보험이 이 부분을 맡고 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고액 본인부담 질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거냐가 핵심 문제인데, 공적 방식으로 중증질환의 보장을 가능하게 하면 건강보험 제도가 이기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민간보험이 이기는 것이다.
배수정(이하 배) 중산층 입장에서 봐도, 나이 들어 암과 같은 질환에 걸렸을 때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김경애 중증 희귀 질환자의 경우 민간보험에서조차 밀려나 있다.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으면 민간보험 가입도 안된다. 사보험이 약속한 보험료를 100% 지급하지도 않는다. 암도 한번 걸리면 보험지급을 해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가입조차 안된다. 암이나 이런 질환은 재발이 됐을 때 더 큰 의료비가 지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홍만형 저소득층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골다공증 주사 등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 병을 키울 수 있다.
오 결국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의 문제다. 보건의료 노조에서 3~4년 전에 세대당 3만원만 더 내면 무상의료가 가능하다는 운동을 했다. 지금은 4만원이면 될 듯 하다. 예를 들어, 중증질환에 대해선 민간보험의 4분의 1 수준에서 본인 추가보험료로 ‘건강보험이 암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던질 수 있다. 노동자가 추가보험료를 낼 경우 사용자 법적 부담금과 국고 지원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가입자에겐 암보험보다 건강보험이 훨씬 유리하다. 이렇게 추가보험료 인상을 통해 3~4년 안에 건강보험 급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로드맵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배 세대 당 4만원이라고 얘기하는데, 지금 저희 가족이 3명인데 월 30만원을 내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실제로 소득 대비 정율(%)로 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10만원, 20만원 더 내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냐. 자칫하면 무상의료 개념처럼 선동이 될 수 있다.
오 건강보험료가 세대별 정율이라는 지적은 맞다. 한달에 4만원을 안내는 사람도 있고 20만원을 더 내는 사람도 있다. 정액으로 세대당 4만원을 내는 게 공평한 것인지, 소득의 몇% 정율로 하는 게 좋은지 논쟁을 해봐야 한다. 4만원은 평균치일 뿐, 결코 선동하거나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김병권(이하 김)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 저항이 굉장히 셀 수밖에 없는데, 재원을 조달해 어디에 쓸 것인지 구체적으로 대응을 시키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중증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면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제시하면 국민들은 충분히 동의할 것이다.
양재진(이하 양) 사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중에서 건강보험 만큼 국민 지지도가 높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돈을 더 걷어 해결하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일의 순서는 먼저 내부 시스템을 개혁하고 잘 운영한 뒤,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국민을 설득해 조금씩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태 시스템 전환을 통해 수혜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지금 건강보험에서 그런 여지가 있나.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등 누수를 줄이면 최대 2-3조원까지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건강보험 재정 규모가 25조원이다. 아무리 줄여도 중산층 이하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중증 질환이나 여러가지 의료 부담을 속시원히 해결해 줄 수 없다.
양 시스템 효율화 노력을 병행해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그래야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상이(이하 이상) 건강보험 재정을 25조원에서 35조원으로 덩치를 키우면 중증질환 보장을 어느 정도 완벽하게 할 수 있다. 10조원 가운데 5조원은 정부가 다른 부분을 줄여 조세 재정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5조원은 국민들이 부담하면 된다. 그러면 건강보험료가 20%정도 오른다. 여기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하자고 공격적으로 제기하자.
이태 중증질환이나 비급여 부담을 보장하기 위해 10조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고, 보험료를 급진적으로 20% 더 늘리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는가.
오 동의한다. 대신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있으므로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처음엔 추가 본인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급여효과를 체감하게 하면 그 다음 단계부터는 순조롭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상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면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아주 조금씩 올릴 수밖에 없게 되고, 국민들은 그 혜택을 잘 못느낀다. 단박에 25조원을 35조원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공공 의료복지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깨닫게 된다. 3자 공동부담으로 해보자. 정부가 먼저 5조원을 재정에서 충당해 추가로 내놓고, 나머지 5조원은 국민들이 보험료를 20% 더 내서 해결하고, 의료계와 보험자는 군살빼기로 효율화하자.
양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그것을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진보의 화두로 삼자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운동으로 가야지, 보험료 인상운동으로 가면 안된다. 복지 선진국도 ‘보험료 인상’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이태 정리하면 보장성 강화는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점진적으로 내부 효율화를 통해 할 것인지, 전격적인 보험료 인상 및 국고 투입확대라는 사회적 합의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조세 방식으로 국가 부담을 높여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이런 몇가지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배 중증질환도 무상이 되면 병원에 안갔던 사람들도 다 갈텐데, 정말 10조원이면 가능한가? 더 늘어날 것 같다.
양 고가의 새로운 의료 기술이 개발되면 4년 뒤엔 15조원이 필요할 것이고, 10년이 지나면 또 더 필요할 것이다.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또 3자 합의에 의한 고통분담은 좋지만, 보험료 부담의 또 다른 축인 기업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저해하지 않기 위해선 보험료보다 일반재정의 부담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상 10조원은 아주 거칠게 계산한 것이다. 2005년 국민의료비에서 공공보건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보장성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가 53%인데 국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72%이다. 10조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까지 올리는 데 필요한 돈이다. 이걸 중증질환으로 모두 돌리자는 것이다.
이태 무상의료니 아니니, 이런 논쟁 보다는 많은 국민들이 부담없이, 본인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그걸 위해선 당연히 현재의 중증질환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해소해야 하고, 재원 마련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도 제기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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