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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해진 소비자들…“내 병 맡길 의사 내가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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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7-16
헤럴드경제

[줌인]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내 병 맡길 의사 내가 고른다”

기사입력 2008-07-14 12:15 기사원문보기
의료 소비자‘메디슈머’시대

의료서비스.웰빙제품…

정보 얻은뒤 브랜드 선택

서비스 비교사이트 구축

환자간 정보공유도 활발

잘못된 정보에 지나친 맹신

‘사이버콘드리아 증후군’

자가진단.처방 역효과도


최자영(29.강남구 역삼동) 씨는 어머니의 백내장 수술을 위해 며칠째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 블로그, 카페 등은 광고가 난무해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에서 병원 비교사이트를 찾아 각 병원들을 검색하고 환자들의 평을 살폈다. 위치는 좋으나 예약 시스템이 편리하지 못하다거나, 명성은 좋으나 그에 걸맞지 않은 불친절한 서비스로 일관하는 병원은 네티즌에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최씨는 네티즌 평가가 가장 좋은 곳을 먼저 방문해 수술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심해진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 중인 김지훈(34.서울 수유동) 씨는 신문에서 알레르기 비염의 신기술로 복합 치료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의료진은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노인들이나 어린이들을 돕는 등 공익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접하면서 신뢰감은 더욱 커졌다. 김씨는 며칠 전부터 이 병원에서 비염 치료를 받고 있다.

현명한 의료 소비자, 이른바 ‘메디슈머(Medi-sumer)’가 뜨고 있다.

메디슈머는 의료를 뜻하는 메디컬(Medical)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건강한 삶을 위해 의료 서비스나 웰빙 관련 제품에 관심이 높고 적극적인 소비자와 ▷인터넷을 통한 의학 정보 수집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주도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를 아울러 의미한다.

최근 이 같은 개념을 도입한 고운세상피부과 부설 고운세상 뷰티트렌드 연구소 박지은 팀장은 “기존 의사, 의료기관 등 공급자 중심의 시장원리에서 벗어나 직접 의료기관의 치료와 서비스, 품질 등을 평가해 소비자 중심에서 의료 브랜드를 선택하는 의료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슈머는 의료산업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비자주의의 총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향후 의료산업을 이끌 5대 메가트렌드의 하나로 소비자주의를 지목한 바 있다. 이들의 힘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게 쏟아져 나오는 의료 관련 정보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의학 관련 뉴스와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포털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인 지식인의 경우 100만건이 넘는 의료 관련 데이터가 올라와 있다.

메디슈머들은 단순히 인터넷 서핑으로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의료서비스 비교사이트를 구축해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치료에 대한 정보, 가격, 서비스를 서로 공유한다. 최근 들어선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의료기기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전문적인 수준의 카페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주부인 김희정(35.강북구 수유동) 씨는 출산 후 생긴 기미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 정보를 찾다 아예 직접 온라인 정보교류 카페를 낸 경우다. 김씨가 직접 차린 온라인 카페에는 점점 더 많은 방문자와 회원이 생기고 있다.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면 김씨와 열성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수정하며 신뢰를 얻은 덕이다. 김씨는 “기미를 제대로 치료하고 나서 정확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자신도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카페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적극적이고 현명한 소비자들의 등장은 병원 등 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선 때론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병의원들은 점차 환자를 고객의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환자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쾌적한 시설과 환경, 편리한 진료예약 시스템, 짧은 대기시간, 첨단의료장비 등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치료 계획에 환자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한다.

해외의 IT 관련 대기업도 메디슈머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헬스볼트’라는 이름으로 개인건강정보를 저장하고 건강 정보를 검색하거나 스크랩할 수 있는 건강 의료 포털사이트를 개설했고, 구글 역시 미국의 유명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Cleaveland Clinic)과 연계한 의료정보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를 세계 각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메디슈머’에게도 함정은 있다.‘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 증후군이 그것. 사이버콘드리아는 인터넷에 올라온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해 자신의 병을 직접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그릇된 정보를 맹신하며 의사의 말은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건양대의대 김안과병원에 따르면 최근 눈이 처지는 안검하수 증상이 있는 30대 여성에게 특정 수술법을 권하자 그 여성은 다른 수술법을 대며 “인터넷에는 이 수술이 더 좋다고 나와 있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그 여성은 화를 내며 다른 병원으로 가버렸다. 사이버콘드리아의 전형적인 사례다.

청당 고운세상피부과 이창균원장은 “이미 자신의 질환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쫙 뽑아보고 자가진단을 내린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이런 환자들은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아 설득하기 힘들고 제때 치료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마이크로 트렌드’에 소개된 ‘DIY(Do it Yourself) 닥터’ 부류도 현명한 의료소비자와는 거리가 있다. 적극적인 소비자라는 점에서는 메디슈머와 비슷하지만 이들은 자기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스스로 찾아보고 질병을 진단하며, 자가 치료도 서슴지 않는다. 어지간한 병이 아니면 병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 치료법을 찾으려 든다. 현명한 메디슈머가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위험성을 알고 의료기관을 신뢰하고 진료를 맡기는 것과 비교된다.

의료산업 컨설팅업체인 아라컨설팅의 윤성민 대표는 “사실 의료 광고로 도배된 인터넷에서 올바른 의료 정보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병원 방문후기를 남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터넷 의료 정보의 중요성은 좋든 싫든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표는 또 “의료 소비자들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병원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뭉쳐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질적인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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