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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겁고 몸도 무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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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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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 운동·치료 못해 성인병 시달려 취업 번번이 막히고 '비만 代물림'까지 서울 금천구에서 가사 도우미 일을 하는 이모(37·여)씨는 키 159㎝에 몸무게 84㎏, 허리 둘레는 91cm(36인치)인 비만 상태로 당뇨병을 앓고 있다.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임신성 당뇨'에 걸렸다. 이후 병원에 다니며 인슐린 치료를 받았으나 진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도에 포기했다. 아이를 데리고 혼자 사는 이씨의 소득은 월 100만원이 안 됐다. 비만으로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앓고 있는 그의 병을 근본적으로 낫게 하기 위해서는 비만 치료를 받아야 하나 한 달에 5만~10만원이 드는 비만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 위주의 식이요법을 해야 하나 야채와 과일 값이 비싸 사먹을 엄두를 낼 수 없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땀이 나는 운동을 하도록 운동처방을 받았지만 하루 벌어 먹기 힘든 상황에서 운동은 남의 얘기다. 우리 사회에 저(低)소득층 비만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비만'하면 잘 사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나 여성과 어린이의 경우 저소득층에서 비만 인구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팀이 전국 1만2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 국민건강영양조사(2005)를 심층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 100만원 이하 가구 소득 여성의 비만율은 35.4%로 모든 계층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들 계층 여성 3명 중 1명이 비만인 셈이다. 비만 기준은 몸무게(㎏)를 키(m) 제곱 값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이상인 상태다. 여성은 가구 소득이 높아질수록 비만율은 떨어져 월 400만원 이상에서는 비만율이 19.9%로 가장 낮았다. 저소득층 비만율이 상류층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2001년과 2003년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조사에서도 월 건강보험료가 2만원 이하 계층의 여성 비만율은 2년 사이 0.8~1.9% 올랐지만, 월 보험료 10만원 이상 계층에서는 0.7% 느는 데 그쳤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소득 수준에 따라 비만율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월 가구 소득 300만원 이하에서는 31~33%대의 비슷한 비만율을 보이다가 400만원이 넘어야 40%대가 된다. 남성은 소득과 관계없이 음식 섭취량과 활동량이 비슷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저소득층 비만은 여성에서 두드러진다. 2000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비만 기준 BMI 30 이상), 미국 여성의 저소득층 비만율은 37.8%이고, 상류층은 29.9%이다. 남성은 중간계층 비만율이 가장 높고, 저소득층, 상류층 순이다. 오상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40만명씩 비만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층 여성의 비만율이 높다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 비만 인구 구조를 닮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어느 계층이건 기본적인 칼로리 섭취가 가능한 여건에서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식이요법·규칙적인 운동 등 체계적인 체중 관리가 힘든 저소득층에서 비만이 많다는 것이 오 교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비만=부자병'이라는 인식에 따라 저소득층 비만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 계속 악화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52)씨는 키 178㎝, 몸무게 152㎏으로 고도 비만 상태다. 20대부터 체질적으로 뚱뚱했던 그는 30대 이후부터 10여 차례 취직을 시도했으나 '비만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2년 전에는 큰맘 먹고 대학병원에서 비만 치료를 시도했으나 고가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중간에 포기했다. 그는 지난해 친지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경비로 취직해서 현재 월 100만원 가량의 수입으로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저소득층 비만 문제는 소아·청소년층에도 나타난다. 경기도 안산시의 중학교 2학년생인 김모(15)군은 키 165㎝에 몸무게 95㎏으로 비만 상태다. 청소년 나이에도 벌써부터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인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앓고 있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료진은 정밀 검사와 비만 치료를 권했으나 부모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미루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소아과 이기형 교수는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 중에는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소는 적은 소시지·햄버거·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해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소득층 비만은 대물림될 수 있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2005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월 100만원 이하 가구 소득 가정의 소아 비만율은 11.2%로 100만~300만원 소득 가구의 소아 비만율 6.4~8.4%보다 높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부터 저소득층 비만 어린이에게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수는 6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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