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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황세희의몸&마음] 은메달의 안타까움, 동메달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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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8-18
중앙일보

[Dr.황세희의몸&마음] 은메달의 안타까움, 동메달의 행복

기사입력 2008-08-18 01:06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황세희] 올여름, 후덥지근한 복더위의 불쾌감을 씻어 주는 특급 청량제는 중국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태극전사들의 올림픽 메달 소식이다.

세계 1·2·3위를 차지한 그들의 시상식 장면은 온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 준다.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백인 천국인 수영 종목에서 동양인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400m 자유형 시상식이다.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의 환한 웃음과 동메달을 손에 쥔 라스 젠슨(미국) 선수의 만족한 미소, 그리고 은메달을 목에 건 장린(중국)의 시무룩한 표정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한데 어우러졌다. 지난 세월,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에 빚어진 이 모습은 보편적인 인간 심리를 보여 준다.

실제 미국 코넬대 메드벡 교수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모습을 분석하고 인터뷰해 동메달리스트의 행복감이 은메달리스트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금메달의 영광을 놓친 안타까움이 세계 2위란 위업을 퇴색시킨 탓이다. 아쉬움의 크기는 금메달을 향한 본인의 집념과 주변의 기대치에 비례한다. 꿈과 목표가 클수록 심적 부담감은 물론 좌절하는 순간에 겪는 실망감도 크기 때문이다.

이는 올림픽 경기뿐 아니라 모든 일에 적용된다. 어느 분야건 스타나 영웅이 탄생하면 그들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는 발빠르게 조명되고 성공의 묘책이 제시된다. '꿈과 야망을 가슴에 품은 채 밤낮으로 매진해 끝내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식의 영웅담은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과연 '성공하기 위한 ○○가지 조건'과 같은 식의 매뉴얼을 실천하면 성공의 반이라도 보장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스타 탄생의 이면에는 탁월한 재능과 독특한 기질, 천운(天運)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운명적 상황 등 인위적인 노력으로 얻기 힘든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학자들이 만족한 삶을 위해 드높은 이상과 커다란 포부를 앞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라고 권장하는 이유다.

예컨대 자녀에게 달성하기 힘든 꿈을 제시하며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라'는 식의 주문을 하면 대부분은 행복감을 박탈당한 채 지치고 힘들어한다. 우울·불안·초조감·신경질 등 정서 변화와 학업 성취도 저하는 흔히 파생되는 증상이다. 중압감이 뇌 속의 해마라는 부위의 세포 수를 줄여 기억 능력마저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대신 조금만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를 매번 제시해 성취감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성취를 반복 경험한 아이는 행복한 자신감을 맛보고 성공적인 삶을 엮어 갈 가능성이 높다.

질병 극복도 마찬가지다. 난치병 진단이 내려졌을 때 전문가의 설명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인 뒤 '긍정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는 환자의 투병 결과가 '질병을 뿌리 뽑고야 말겠다'는 식의 결연한 집념을 보일 때보다 훨씬 좋다. 비합리적인 오기는 머잖아 허탈한 좌절감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본선 6위 진출로 편안한 마음으로 결선을 치러 금메달을 획득한 것 같다”는 진종오 선수의 경험담처럼, 자신에게 약간만 벅찬 목표를 설정해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행복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름길인 듯싶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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